군 의장, 부군수에게도 수십만원 토종꿀 제공..로비 의혹 ‘솔솔’
본지에 의혹을 제보한 A 씨는 꿀 선물 이유가 채밀기 보조금 지원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군수 등에게 전달된 꿀 선물에 대가성이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꿀이 전달된 것은 지난 2023년 2월과 11월 두 차례다. 당시 지역 한봉협회 임원들은 가평군청을 방문해 군수와 부군수, 군 의장에게 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토종꿀(1.2kg) 선물을 했다.
한봉협회가 꿀을 전달한 2023년은 가평군이 채밀기 보조금 지원을 결정하고 사업을 시행한 해다. 제보자의 주장처럼 꿀 선물은 지난해 한봉협회 소속 농가의 보조금 지원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평군은 “군수 등에게 전달된 토종꿀은 채밀기 지원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한봉협회가 결성된 이후 홍보 차원에서 협회 관계자들이 군청을 방문했고, 꿀 선물이 있었다”라며 “의혹 제기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채밀기 보조금 지원사업 언제?
가평군 축산정책과는 ‘양봉산업 현대화 지원사업’ 명목으로 한봉 농가 21가구에 채밀기 구매 보조금을 지원했다.
‘양봉산업 현대화 지원사업’은 경기도 주관으로 시행되며, 도비(15%)와 군비(35%) 그리고 자부담금(50%)을 들여 양봉 농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평군은 채밀기를 포함해 총 16가지 물품을 선정해 농가들의 신청에 따라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양봉 농가들의 신청에 따라 채밀기에 대한 보조금이 가구당 25만 원씩 총 425만 원이 지급됐다.
채밀기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결정된 것은 2023년 3월경이다. 가평군이 각 읍면 사무소에 비치된 보조금 신청에 따라 채밀기 매입 지원이 결정된 시점은 가평군수 등이 토종꿀 선물을 받은 2월 이후다.
군 관계자는 보조금 결정 시점과 꿀 선물 사건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봉협회 대표 B 씨를 포함한 주민들의 군청 방문 이후 지원이 이뤄진 사실을 볼 때 가평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도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
지역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문제를 제기한다. 선물을 받은 것이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 또는 제공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법 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에서는 직무와 관련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정 금액 이하 농·축·수산 선물은 주고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전까지는 10만 원 이하까지, 이후부터는 15만 원 이하 선물은 받을 수 있다.
가평군수 등에 제공된 꿀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1.2kg 한 통에 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군수를 포함해 부군수와 군의회 의장은 총 2회 선물을 받았고, 이는 금액으로 따졌을 경우 40만 원에 해당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된다. 군 관계자의 주장처럼 홍보차원 선물이라도 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한편,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군수와 군 의장은 B 씨에게 선물 대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선물을 받았던 부군수는 현재 퇴직한 관계로 대금 지급 확인이 불가했다.
현재 군수와 군 의장은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 단순히 홍보 차원에서 받은 선물이 법 위반 논란까지 불러온 사실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또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혹시나 자신들의 실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지역에서는 꿀 선물에 대한 찬반양론이 나오고 있다. “성의 표시로 받은 것이니 법 위반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라는 의견과 “선물에 익숙한 풍토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해당 의혹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혹이 사법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는 가운데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