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형제 법정전쟁 속으로

박찬구 ‘나는 문제 없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금호가의 ‘형제의 전쟁’이 ‘소리 없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102억 원의 손실 회피, 300억 원 규모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회장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이 열렸다. 박찬구 회장 측은 형인 박삼구 회장이 의도를 갖고 자신을 조사한 신뢰성이 부족한 자료들이 검찰 수사 증거로 제출되었다며 앞서 공판 과정에서 주장한 바 있다.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날 공판은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박찬구 회장 측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자리였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009년 6월 금호산업 주식 매도 과정에 손실회피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과 배임 및 횡령 혐의의 근거가 된 협력업체와의 거래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박 회장 측은 먼저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한 것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확보해 독립경영을 하기 위한 자금마련 목적의 주식 처분이었을 뿐 주가가 떨어져서 판 것이 아니었다”며 “손실회피가 목적이었다면 그 자금으로 (우량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든지 했을 것이며 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화인테크와 골드라인 등 협력업체와의 거래 과정에 대해서도 “정당한 관행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했으며 이 수수료에 횡령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사실상 두 기업집단은 계열분리된 상태지만, 그동안 지속돼온 형제간 갈등이 박찬구 회장의 횡령 혐의 수사에 불씨를 지폈다는 것이 박찬구 회장 측의 주장이다. 또 박찬구 회장 측은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박삼구 회장 측 사람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형제간의 전쟁이 쉽게 종지부를 찍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