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세 지역, 후보 공천 취소에 표심 안갯속…한동훈발 국회 이전 공약 새로운 변수로 부상
종합운동장 교차로는 세종시갑 지역구에 속한다. 세종갑에 공천받았던 민주당 이영선 후보는 당에 재산을 허위·누락 신고한 것이 드러나 3월 24일 공천 취소됐다. 그 결과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이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누굴 찍을지 모르겠다”
세종시갑 유권자들은 누구를 뽑을지 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후보가 공천 취소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여성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 지금은 (누구를 뽑을지) 아직도 고민이다. 민주당 후보가 없다”며 “김종민 후보는 누군지 잘 모른다. 국민의힘 후보도 그렇다.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라고 밝힌 한 치킨집 사장은 “우리 부부는 무조건 민주당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없어져 버렸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상태”라면서도 “그래도 국민의힘보다는 김종민 아니겠나. 이낙연 당(새로운미래)은 (민주당) 조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이 부부는 9년 전 호남에서 세종시로 이사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만난 50대 김 아무개 씨는 비례대표의 경우 조국혁신당으로 정했지만, 지역구 후보는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조국 대표의) 법적 문제가 있지만 정치인이 자기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지역구는 못 정했다. 민주당 후보가 공천 취소된 것을 이제 알았다. 다른 당 후보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세탁소 사장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은) 지역색이 없는 것 같다. ‘무조건 파란색 찍어, 빨간색 찍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들 외지 사람이라 지역적으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는 이놈이 이놈이고 저놈이 저놈이라고 본다”며 “(선거할 때만) 지역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말한다. 당선되면 아무것도 안 하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심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한 가전제품 가게 사장은 “이태원 참사 때 아들이 그곳에 있었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갔더라. 이태원 참사 수습을 (정부가) 못했다”며 “지역 경기도 어렵다. 소상공인들이 너무 힘들다. 우리도 한번 폐업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대증원 문제도 심각하다. 남북관계도 너무 안 좋다. 전쟁 날 분위기다. 정부가 수습해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며 “누구를 뽑을지 아직 못 정했다. 안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국민의힘 쪽은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부녀회를 했었다. 농촌 지역에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무조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 도심은 민주당, 농촌은 국민의힘인 셈”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70대 여성은 “여러 차례 당선됐던 민주당 후보자들은 무얼 했나. 지역 발전은 하나도 안 됐다. 관청만 옮긴 다음에 손 놓고 있는 것 같다”며 “정권심판, 대파 파동 이런 말이 나온다. 물론 정부도 못한 게 있겠지만,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고 분석한다. 이 지역구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신설됐다. 19·20대 총선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내리 당선됐다. 갑·을로 분구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세종시장에 당선됐다.
후보를 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조원씨앤아이가 충청투데이와 TJB대전방송의 의뢰를 받아 3월 26일 공표한 여론조사(무선 ARS 100%)에 따르면 여전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이영선 후보는 52.1%의 지지율을 보였다. 류제화 후보는 33.1%, 김종민 후보는 5.7%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2.1%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갈 곳을 잃은 셈이다.
김종민 후보 측은 민주당 지지층 표심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 후보 캠프는 ‘검찰정권 심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선거 운동원들은 흰색과 파란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했다. 캠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대 양당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선거사무소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방문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류제화 후보 측은 민주당 공천취소 여파가 있지만, 여전히 야권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한 선거운동원은 “민주당 후보가 불미스런 일로 낙마했어도 여전히 이 동네는 야권 성향이 강하다.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류 후보는 KTX역 신설, 문화관광산업 육성, AI산업 육성 등의 지역개발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변수로 떠오른 국회 세종시 이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공약도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3월 27일 한 위원장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며 “국민의힘은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고, 기존 국회 공간은 문화·금융의 중심으로 바꿔서 동료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류제화 후보와 김종민 후보 모두 국회 세종 완전 이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류 후보는 신행정수도법 시즌2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던 수도 이전법을 일부 수정해서 다시 발의하겠다는 공약이다. 류 후보 측 관계자는 “과거에 국회 세종 이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며 집값 상승을 원하는 유권자에게 가닿는 공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종민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을 주장했고, 지금도 공약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완성 약속을 환영한다”면서도 “세종시 1석을 얻으려는 선거용 꼼수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 측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유권자들 반응은 엇갈렸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세종 집값이 많이 내려갔다. 급매도 많이 나온다”며 “국회가 완전히 이전되면 부동산 부양에도 좋을 것 같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동네에 도움 되는 일을 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줄 것 같다. 국민의힘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공인중개업을 하는 60대 남성은 “국회가 오면 당연히 동네에 좋은 일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다. 집값 부양도 될 것”이라며 “(국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같이 온다. 그 사람들이 돈을 쓰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세종시 이전은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앞서의 치킨집 사장은 “(국회 완전 이전은) 노무현이 추진했는데 위헌 결정으로 무산됐었다”며 “그때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반대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저러는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그때 반대했던 것부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세종=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