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파주·서울 계속 ‘퇴짜’ 4억 원 이상 피해…지자체장 상대 소송 준비, 6월 규모 더 키워 열 것”
최근 논란이 된 '성인 페스티벌(KXF)' 주최를 맡은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의 말이다. 이희태 대표는 KXF 주관사인 한국성인콘텐츠협회 대표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하루에 기자, 언론사 등에서 오는 전화가 40통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한국 주재 외신기자는 일요신문에 ‘이 상황이 블랙 코미디 같다’며 6월 행사는 취재할 계획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4월 20일 개최되기로 했던 성인 페스티벌은 수원, 파주, 한강, 강남구 등 대관 장소가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결국 취소됐다. 이번 페스티벌 취소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와일드와일드’ ‘미스터쇼’ 등 여성 전용 성인 공연을 예로 들며 ‘남성 스트립쇼는 괜찮고, 여성 AV 모델은 안 되냐’며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4월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4월 23일 일요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이번 취소로 4억 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행사가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있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 취소시킨 지자체장을 상대로 소송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오는 6월 행사 규모를 2배로 키워서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인 페스티벌이 취소됐다. 취소까지 어떤 일을 겪었나.
“2023년 12월 1회 KXF가 진행되고, 4월에 2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그렇게 장소 대관을 끝내고 한창 준비 중인 3월 중순 한 시민단체에서 성인 페스티벌을 문제 삼았다. 초기 수원시, 수원경찰청 측 반응은 ‘불법적인 행동이 아니어서 우리는 관여할 수 없다’였다. 그러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원시가 성매매 파티를 방치한다’ 등 단순 팬사인회를 두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특히 수업하는 평일도 아닌 주말에 하는 행사에 ‘초등학교 근처’라는 이상한 얘기를 한다. 수원에서 대관한 업체는 끝까지 버텼으나 지자체가 ‘영업정지’를 얘기하자 결국 손을 들었다. 파주로 가기로 했다. 파주로 가자마자 곧바로 해당 행사장을 영업정지 시킨다고 했다. 포기하고 다시 한강 ‘어스 크루즈’라는 배를 빌리기로 했다. 어스크루즈가 강행 입장을 밝히자, 이때 서울시 반응이 가관이다. 서울시는 ‘어스크루즈로 들어가는 한강 입구를 봉쇄하고, 모든 자동차를 점검해 행사 차량 있으면 막겠다’ ‘전기를 끊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발전차를 갖고 와서라도 행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배는 너희 것이지만 한강은 서울시 것’이라며 영업 정지를 얘기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강남구 유흥 거리에서 주점을 빌렸다. 처음 지도에서 동그란 원을 공개하고, 이 원 반경 250m에서 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다음 날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막겠다는 공문을 가게마다 돌렸다. 사실 행사장은 그 원안에 없었지만, 행사를 열면 영업정지 시키겠다는 말도 들었다. 결국 여배우들 신변 보호 문제까지 나오면서 주최 측에서 두손 두발 다 들고 포기했다.”
—행사가 열리지 않아 피해가 클 것 같다.
“4억 원 정도 된다. 그동안 준비 과정에 들어간 각종 물품 관련 비용이 많다. 티켓도 일종의 굿즈이기 때문에 최고급으로 인쇄해 그것만 한 1000만 원 들었다. 날짜가 박혀 있어 다시 쓰지도 못한다. 배우 섭외 계약금, 항공권, 숙박비 등도 다 날렸다. 그런데 내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행사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거다. 회사는 변호사를 통해 일일이 자문받아 가며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자체는 ‘불법적인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행사 내용을 알지도 못하면서 공권력을 총동원해 막느라 난리였다. 외신기자는 행사 여부보다는 한국이 자유가 없고, 관용이 없는 측면에 집중해서 물어본다.”
—행사 취소 후 최근 이재준 수원시장이 ‘학교 앞 성인 축제를 막겠다’며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재준 시장은 개정안으로 ‘청소년 유해업소 여부 판단 때 일회성 전시·공연 등과 같은 행사도 업소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을 청소년 보호법에 추가하겠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사를 취소시켰다는 것이다. 강남구, 수원시 등 우리나라 곳곳에는 ‘키스방’ ‘셔츠룸’ 전단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법까지 개정해서 막아야 하는 쪽은 오히려 이런 쪽 아닌가.”
—초기 행사를 두고 반발이 나왔을 때 ‘오히려 홍보돼서 좋다’ 등 발언으로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더 공격받게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는 굽히면 죽는다. 앞으로 행사를 아예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이렇게 목소리를 계속 냈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외신에서도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조용히 소극적 대응을 했다면 오히려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영원히 행사를 못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단순 ‘어그로’를 끄는 게 아니라 행사 진행 정당성을 두고 진실을 얘기했을 뿐이다.”
—2023년 12월 행사에서 진행했던 참가비 350만 원 VIP 파티 티켓을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일각에서는 ‘성매매가 있던 것 아니냐’고 한다.
“간단하지 않나.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면 나한테 전화해 보면 된다. 내 번호는 유튜브, 홈페이지 등에 모두 공개돼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 지자체 아무도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자신들 기준으로 ‘그랬겠지’ 식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억측을 한다. 그 억측으로 행사를 취소시킨다. 먼저 VIP 파티는 진행되지도 않았다. 행사 스케줄이 빡빡해져 배우들 컨디션 문제로 행사 일주일 전쯤 취소했다. 더군다나 VIP 티켓은 배우들과 단순 식사 자리다. 일본에서도 AV 배우와 식사 행사가 있다. 하물며 아프리카 방송에서 BJ와 ‘식사 데이트’(식데)를 사는데도 수백만 원이 드는 시대다. KXF 행사에 오는 배우들은 1티어고, 쉽게 말해 엄청나게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350만 원 준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좋아하는 배우, 아이돌 악수회에 참석하려고 수백만 원을 쓰는 시대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350만 원 주면 성매매한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사는 시대는 아니다.”
—‘와일드와일드’(와일드) ‘미스터쇼’ 등 여성 관객 전용 남성 스트립쇼는 문제 삼지 않고 성인 페스티벌만 때리는 것을 두고 차별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다. 와일드도 잘됐으면 좋겠고 성인 페스티벌도 잘됐으면 좋겠다. 성인이 성인 대상으로 문화 행사하는데 왜 막느냐는 거다. 다만 굳이 따지면 KXF는 남녀 모두 참여할 수 있고, 1회 행사에 온 여성 관객도 최소 50명 이상 된다. 어제 와일드, 미스터쇼 공연 영상 찾아봤는데 수위가 KXF보다 훨씬 높아 놀라기도 했다. 헐벗은 남자가 여자 관객을 무릎에 앉혀 가슴을 만지게 한다. 와일드는 초등학교 인근에서 평일에도 공연했지만, KXF는 주말 행사였다. 그 공연을 했다고 와일드 공연장 인근에서 범죄가 늘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KXF와 남성이 하는 공연 잣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 점에선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와일드 공연을 응원하고, 혹시 와일드 팀을 KXF에 초대할 수 있다면 초대하고 싶다. 곧 초대가 가능한지 의사 타진도 할 생각이다. 성인이면 남녀노소 다 필요 없이 각자 원하는 문화를 즐기면 된다.”
—이번 행사를 두고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남녀를 구분하고 싶지 않다. ‘남자는 어떻다’ ‘여자는 어떻다’ 같은 싸움 구도는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내로남불이란 점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와일드, 미스터쇼는 후기 브이로그(유튜브 영상)도 많고, 블로그 글도 많다. 그런 글 보면 ‘눈이 두 개여서 아쉽다’ ‘너무 즐거웠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같은 잣대로 KXF는 왜 문제가 되나.”
—여성단체에서는 와일드, 미스터쇼와 달리 불법적인 AV 영상 출연자가 나온다는 걸 문제 삼는다.
“정확히 말하면 AV가 불법이 아니다. IPTV 등에서 성인 VOD가 버젓이 팔리고 있고, 거기에는 한국 업체들이 심의 받은 일본 AV 등도 있다. 성인물에 모자이크를 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 판매할 수 있다. 요즘은 자체 심의도 있다. 네이버에서도 심의 받은 AV를 2500원, 5000원에 판매 중이다. 일본 업체들이 한국 기준에 맞게 모자이크를 해서 심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판매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만약 성인물이 불법이라고 해도 사람 자체가 불법일 수는 없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유튜브나 TV 출연을 한다. 불법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지, 아무 행동도 안 했는데 그 사람 직업이 무엇이라고 해서 불법일 수가 있나.”
—수원시장 등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업체에 대해서는 관여 안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강남구에서 일어난 일은 내 책임 아니’라고 손절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 시장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변호사라 문제가 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플레이조커가 수원시에서 대관한 업체는 민간 기업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어떤 행사인지도 모르고 법에도 없는 얘기를 하면서 민간 대관업체에 ‘행정대집행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을 업무방해,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할 계획이다.”
—6월에 규모를 더 키워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곧 일본에 가서 이번에 일방적으로 취소된 배우들에게 사과하고 다른 배우들도 더 섭외해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일부 기사에서 ‘민간 업체에서 행사하겠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는데 사실이 아니다. 공적 공간이라도 성인이 성인 인증을 받고, 성인 페스티벌 하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공적 공간도 기회가 되면 할 거다. 일단 6월 행사를 위해 현재 서울 모처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성인 페스티벌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행사에 참여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6월에 행사를 하면 성공할 것 같나.
“두 가지 다 맞다. 질문한 그 부분이 고민이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오리라 생각한다. 결국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이번 6월 공연에서는 60대 이상은 선착순으로 일부 무료로 받을 생각이다. 앞으로 성인 페스티벌은 4월, 8월, 12월 1년에 3번 할 생각이다. 그때마다 콘셉트도 다르다. 예를 들어 12월은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전부 산타 복장을 하는 식이다. 이번 논쟁이 소모적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에도 문화 관용이 들어서고 성인문화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