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9세 ‘신중년’ 재취업도 녹록지 않아 소득 공백 길어져…기초생활수급자 증가세
노년기 진입을 앞둔 이른바 ‘신중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주로 20~40대를 보내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점차 빨라지는데 이후 생활소득 준비는 대부분 마땅치 않아 국민연금 수령까지 장기간 소득 공백에 노출되고 있다. 취약한 재취업 시장 여건에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워 결국 노인 빈곤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신중년’은 주된 일자리에서 50세 전후 퇴직해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거나 노동시장 은퇴의 과도기를 경험하는 50~69세를 일컫는다. 보고서는 이들을 두고 “노부모와 청년 자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로, 본인은 부모를 부양하지만 자녀로부터의 부양은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라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7%에서 지속 증가해 2021년 30%까지 올랐다. 2026년에는 3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년 퇴직 시기는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다. 벼룩시장이 최근 전국 40세 이상 중장년 근로자 1134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7%가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경험이 있으며 당시 나이는 평균 51.1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지난해 55~64세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가 평균 49.3세로 조사돼 더 낮았다.
직장인 가운데 퇴직 후 소득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경우는 5명 중 1명 정도로 매우 적다. 보험연구원이 60세 미만 성인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의 81.3%가 ‘은퇴 후 소득 공백이 걱정되지만 아직 준비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6.9%는 은퇴 후 주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는데 수령 시기는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2013년부터 정부는 국민연금 정상수급 개시연령을 만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상향 조정하고 있다. 때문에 퇴직 후 특별한 소득이 없는 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기다릴 수 없어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신청하는 인구가 매년 증가세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조기수급자 수는 2023년 11월 기준 84만 9744명으로, 2012년 32만 3238명에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2025년에는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렇게 받아낸 국민연금도 기본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남성 75만 6898원, 여성 39만 845원이다. 한 국민연금 수령자는 “국민연금만으론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소득의 50% 정도는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마땅히 원서 낼 곳을 찾기 어렵다. 단순 사무·서비스 등 50세 이상에 맞는 일자리 공급은 자동화·전산화 등 산업 구조 변화 탓에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과거 종사한 직무분야 역시 각종 IT 전산프로그램 사용능력이나 신기술, 최신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취업 도전이 쉽지 않다. 그나마 문턱이 낮은 환자·노인 돌봄서비스 분야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지만 신체를 많이 써야 하는 어려움, 불안한 고용 상태 등을 감내해야 한다.
홍종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서부캠퍼스팀 선임은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어 (생계 대책이) 시급하신 분들이 많은데 막상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중년층이 원하는 직군에서는 나이를 이유로 기업에서 채용을 꺼리고, 청년층이 선호하지 않아 중‧노년층을 채용하려는 (돌봄서비스 등) 직군은 정작 해당 연령대가 원하지 않는 어긋남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중년 재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의 생계 빈곤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 자료 5년치를 확인한 결과 중년기(40~64세) 기초생활 수급자 수는 △2018년 57만 7157명 △2019년 62만 4808명 △2020년 72만 7069명 2021년 79만 3468명 △2022년 81만 64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은퇴 후 생계 설계를 개인 영역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주문이 나온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중년 일자리 안정은 곧 노년 생계를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 청년층의 부양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국가와 개인의 종합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사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이나 고령자 재고용 등 선택안을 주고 이행을 의무화한 일본처럼 기업들의 중년세대 채용을 제도적으로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현장에서 나이 많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정년 연장, 고령자 재고용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일본은 중‧고령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였고, 우리도 지금부터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