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두드려야 비밀의 문 열린다’
▲ 구본무 LG 회장. 서브원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
그런데 최근 들어 구 회장 또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0월 검찰은 LG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의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LG그룹 계열사 서브원의 간부 조 아무개씨를 소환 조사했다. 구 회장은 서브원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소환조사나 구속사태를 불러올 수준은 아니지만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법인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구 회장 측과 LG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곤지암리조트 건설 승인 허가와 관련해 지난 2004년 LG그룹의 로비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내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던 바 있다. 검찰은 최근에 벌인 서브원 간부 조 씨 소환 조사와 관련해 ‘외환은행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며 곤지암리조트 사업과 관련한 본격 수사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환은행 조사와 관련 검찰은 이미 LG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외환은행과 전산장비 납품 거래를 하던 LG그룹 계열사 LG-CNS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외환은행이 LG-CNS와의 납품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온 것이다.
조 씨를 소환한 대검 중수부의 중수1과 전원이 론스타 사건에 매달려 있는 입장이라 2년 전 불거진 곤지암 리조트 의혹에 수사력을 분배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는 전언이다. 검찰 주장대로 곤지암 리조트 건이 조 씨 조사 목적이 아니라면 자연스레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수사와의 연계성으로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재계인사들 사이에선 ‘구 회장이 서브원 공동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을 통해 검찰이 LG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LG-CNS를 통한 외환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위한 단서를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곤지암리조트 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구 회장과 LG를 다시 옥죄려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서브원 간부 조 씨를 소환한 목적은 외환은행 비자금 수사를 위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LG 측이 외환은행 관련 결정적 진술을 안 하니까 압박하기 위해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서브원의 간부를 소환한 것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검찰 간부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미 2년 전에 내사한 사안을 다시 들춰보기 위함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세인들은 ‘외환은행 수사를 위한 구본무 회장 측과 LG에 대한 수사당국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미 구속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LG 측에 대한 크로스-체크를 통해 결정적 진술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점점 늘고 있다. 이는 외환은행 수사와 관련해 ‘몸통 인사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 ‘법원의 위세에 눌렸다’는 식의 비판여론을 단번에 뒤엎을만한 카드가 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