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 핵심 측근들 총사퇴론 다시 불붙을 조짐 보여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정수장학회 이사진이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월 21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직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사과 혹은 유감의 뜻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날 박 후보는 9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6분가량을 야권 공세 반박에 할애했을 정도로 정면 대응을 택했다. 지난 9월 24일 유신, 인혁당 등 과거사에 대해 “헌법 가치의 훼손”이라며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개인 소유가 아니며 어떤 정치적 활동도 하지 않는 순수 공익재단”이라며 “노무현 정권에서 문제점을 파헤쳤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감사를 진행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씨 재산을 강탈한 장물(贓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박 후보는 “김 씨는 4·19 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5·16 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는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주식 등을 헌납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박 후보 발언을 놓고 야권은 일제히 총공세에 나섰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국민들은 박 후보가 이전에 보여준 과거사 사과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선거 전술의 일환이었을 뿐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창립자 고 김지태 유족도 강하게 반발하며 박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박 후보 입장에 대해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박 후보 기자회견 이후 기자와 통화한 친박 중진 의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박 후보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털고 가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본인(박 후보)에게 좀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과거사는 기본적으로 박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이기 때문에 훌훌 털어내야 하는데 그런 기대와는 어긋났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부에선 최경환 의원의 2선 후퇴로 간신히 진정됐던 친박 총사퇴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심 측근들이 박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앞서의 친박 중진 의원은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오히려 더 꼬였다. 지금 박 후보를 둘러싼 인의 장막에 대한 비난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