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끝나면 자리 대부분 정해져…공채보단 특채 많고 선거 경험 많거나 지역구 관리 잘하면 몸값↑
#이직 준비는 경선 때부터
일요신문이 만난 여야 보좌진들에 따르면 선거가 끝난 다음 이직 준비를 하면 늦다. 이직 준비는 당내 경선 때 끝마쳐야 한다. 이 시기에 인력 수요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경선 시기가 되면 출마자들은 일손 찾기에 분주하다. 보도자료 준비 등 언론대응부터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구와 후원회 관리, 정치동향 파악 등을 담당할 보좌진은 기본이다. 공약을 만들 정책 전문 보좌관도 필요하다.
이러한 보좌진을 영입하기 위해 후보 캠프에서는 ‘헤드헌팅’에 나선다. 특히 처음 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선다고 한다. 현역에 비해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처음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선거 경험이 있는 보좌진들 몸값은 올라간다. 현역 의원들도 일을 잘한다고 소문난 보좌진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 시기 이직을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눈치게임’을 벌인다. 경선 과정부터 캠프에 합류해야 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경쟁력이 없는 캠프에 합류하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경선에서 떨어지면 선거를 치러보지도 못할 수 있다. 경선을 통과해도 본 선거에서 낙선하면 다른 당선인 사무실에 빈자리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민주당 소속 한 선임비서관은 “경선이 있는 12~2월에는 도와 달라고 연락이 많이 온다. 그리고 2월 넘어서 공천이 끝나면 이미 의원실 자리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며 “경선이 끝난 다음에 지원을 하면 ‘저 사람은 당선이 될 거고 한 자리 얻을 수 있다’는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선거 캠프들도 그러한 부분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선거 캠프는 주로 특채로 사람을 뽑는 것으로 파악된다. 캠프에 빈자리가 있으면 후보자에겐 여러 통로로 추천이 들어온다. 당선인 캠프에서 선거를 치렀던 한 국민의힘 보좌관은 “당선인과 알고 지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분이 선거를 뛴 경험이 있는 나를 당선인에게 추천했다. 면접을 봤고, 합격해서 캠프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불출마한 의원이나 낙선한 의원이 보좌진들 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한다. 정치 신인들의 선거사무소를 가면 보좌진들 명함에 다른 의원의 이름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낙선한 의원들이 자신의 보좌진과 당선인을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국회는 300개의 중소기업
22대 총선 결과 21대 국회의원 296명 중 149명이 생환했다. 149개 의원실 보좌진들은 실업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다. 나머지 147개 의원실은 경선과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보통 의원실에는 보좌진 9명과 인턴 1명이 일한다. 약 1470명이 새 의원실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22대 국회에 새로 입성한 의원은 151명이다. 이 중 초선은 132명이다. 보통 재선급 이상 당선인들은 과거 함께했던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한다. 이 같은 경우를 감안한다면 빈자리는 초선 의원실 1320석으로 줄어든다. 물론 초선 의원들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지인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실 채용은 공채와 특채로 나뉜다. 일반 기업과 비슷하다. 현역 의원의 경우 의원 홈페이지에 공채 공지를 올린다. 채용 절차는 1차 자기소개서 평가, 2차 보좌관 면접, 3차 의원 면접 등이다. 특채의 경우 의원실에서 해당 보좌진에게 연락을 준 다음 의원 면접을 거쳐 채용이 결정된다.
비율로 따지면 공채보단 특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민주당 선임비서관은 “느낌상 6(특채) 대 4(공채)인 것 같다”며 “필요하면 공채를 하지만, 지인 소개를 받아 인력을 채울 수 있으면 굳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비서관은 “과거 어느 언론에서 어느 의원실이 공채 공고를 많이 내는지 통계를 냈다. 공고가 많은 의원실 이미지가 나빠졌다. 그래서 요즘은 공채 공고를 내는 것을 좀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으로는 인맥을 통해 들어가는 것은 ‘치팅(부정행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직할 때 공채로만 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민의힘 보좌관은 “일반적으로 지인 추천이 가장 많다. 후보자의 능력을 보증해주는 것”이라며 “그래서 국회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내부 평판이나 명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보좌관은 “국회라고 해서 채용이 엄청 특별하지는 않다. 일반 기업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 보좌관에 따르면 보통 평판은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보좌관이나 선임비서관 급은 전문성이 중요하다. 선거 경험이 많거나 지역구 관리가 탁월하거나 정무 감각이 뛰어나야 몸값이 높아진다. 국방위 등 한 상임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도 평판이 좋다. 이 보좌관은 “모든 의원실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그 방에 보좌관이 누구인지, 의원이 어떤 성향을 보였는지, 상임위는 어디인지에 따라 보좌진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 300개의 중소기업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이직을 원하는 보좌진 명단을 만들어 당선인들에게 전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명단에 나온 이름은 익명 처리돼 있고, 그 사람의 경력만 나온다. 당선인이 마음에 드는 경력자를 지목해 민보협 측에 알리면, 민보협이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민보협 관계자는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었는데 신청해 주신 분들이 신분 노출에 대해 우려했다.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일차적으로 했고, 아직은 추가로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