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개 투표소서 투표 중단·지연 빚자 야당 “개표 중단해야”…선관위 사과에도 ‘참정권 침해’ 공방 불가피

선관위와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를 비롯해 가락2동, 잠실4동, 문정동 등 송파구 관내 여러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 소진돼 투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에서 오후 1시쯤부터 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고, 오후 4시30분쯤부터는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잠실2동 잠일초 투표소에서 오후 4시쯤부터 투표가 중지됐다.
현장 혼란도 잇따랐다. 잠실2동 잠일초 투표소 앞에는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100명 이상이 줄을 서 대기했고, 선거관리 관계자가 추가 투표용지 50매를 확보해 우선 50명부터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부 언론은 추가 투표용지가 지퍼백이나 종이봉투 등에 담겨 이동한 정황이 전해지면서 현장 유권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투표용지 부족 상황은 송파구 외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개포2동, 광진구 구의3동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났다. 선관위는 오후 6시 30분 기준 서울 송파·강남·광진 3개구, 6개동, 1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국민의힘 서울시당 파악 자료 등을 인용해 서울 동작구와 인천 연수구 일부 투표소까지 포함하면 유사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이날 밤 9시쯤 경기 과천청사에서 허철훈 사무총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 브리핑을 열어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개표 종료 뒤 즉시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선대위 인사들도 “선관위가 책무를 저버렸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취지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서울 전역 개표 중단과 선거 연기, 일부 지역 재선거 필요성까지 거론됐다.
오 후보는 이날 밤 10시쯤 입장문을 내 “시민의 참정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아직 투표가 진행 중인 지역이 있다.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간 분도 있다고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시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참정권을 어떻게 회복할지 책임 있는 선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의 투표용지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재투표 요구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조승래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선관위에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면서도 “개표 중단·재투표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와 책임 문제는 별도로 규명하되, 이를 이유로 개표 절차를 중단하거나 재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와 공정성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관위의 정확한 투표용지 부족 규모 공개와 진상 조사,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개표 중단·선거 연기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건이다. 유권자 참정권 침해 논란과 함께 높은 투표율 속에서 드러난 선관위의 투표용지 수급·관리 실패가 향후 정치권 공방과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