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폴 맞으려고 성형수술 여배우 C도 주목
그동안 프로포폴 불법 유통에 대한 내사를 벌여온 검찰이 최근 공개적으로 연예인 연루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미 어느 정도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연예계 마약 사건이 이번에는 프로포폴 투약 조사로 번지자 연예계에서는 사건 확대를 경계하면서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유통한 전직 의사와 병원 상담실장,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 10여 명을 구속했다. 또 제약사를 통해 프로포폴이 불법 유통된 경위와 경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자주 이름이 등장한 연예인 1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관한 제보 역시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적발된 직후 퍼지기 시작한 ‘연예인 프로포폴 리스트’가 실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급속히 퍼지자 곳곳에서 긴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연예인은 40대 여자 톱스타 A다. 검찰은 구속된 불법 유통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는 드라마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숙한 이미지의 연예인이다.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A가 혐의 대상에 놓인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물론 A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 A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몸에 주사바늘 꽂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고 혐의를 일축했다.
에이미가 구속된 이후 남자 가수 B 역시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에이미의 수사 기록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B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 여부를 다시 수사하고 있다. 현재 B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프로포폴 투약 여부는 인정하면서도 ‘병원 치료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각을 위한 불법 투약이 아니라는 설명. 하지만 검찰은 B에 대한 혐의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A와 B 이외에 ‘연예인 프로포폴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되는 10여 명의 스타 상당수가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은 유명인이란 사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중이 느낄 배신감이 클 뿐 아니라 이들이 활동 중인 프로그램들도 적잖은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A, B보다 더 구체적인 수사가 이뤄진 연예인들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30대 후반의 여배우 C다.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C의 경우 성형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접한 뒤 중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매우 간단한 성형 수술을 자주 받고 있는데 성형보다는 프로포폴 투약이 진정한 이유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확인되면 일반 마약사범과 마찬가지로 바로 체포할 방침이다. 프로포폴 남용에 따른 사망사고를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프로포폴 불법 투약자 가운데 유흥업소 관계자나 연예인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 가운데 “한 병당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하는 앰플 10병을 링거 한 통에 담아 5~6시간 동안 한 번에 맞은 사람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마약류와 달리 수면 유도제 특성상 체내 잔류 시간이 짧은 데다 의사 처방을 받고 투약했다고 서로 입을 맞추거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 적발해낼 방법이 거의 없다.
검찰이 프로포폴 집중 단속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연예인들의 연루 사실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검찰은 프로포폴 오남용 집중 단속을 알리고 약 보름 만에 연예인 명단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연예인 프로포폴 리스트’를 먼저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2010년 당시 내사 대상에 올랐던 방송인 E가 이번에도 수사 대상에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만약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통해 일부 연예인의 혐의를 찾아낸다면 연예계에는 또 한 번 마약류 관련 칼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마약 수사가 대부분 관련자 진술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앞서 구속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연예인들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연예계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예인이 불법을 일삼으면서까지 프로포폴을 찾는 이유는 불면증에 쉽게 걸리는 직업상의 스트레스 영향이 크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혐의를 받은 사람 대부분이 연예인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다. 밤과 낮이 바뀐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겪으면서 쉽게 프로포폴에 빠져든다는 지적이다. 처음엔 잠을 푹 자기 위해 맞았다가 차츰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분류되기 전 불면증에 걸린 연예인 상당수가 이 약의 도움을 받았다”며 “갑자기 마약류 판정을 받으면서 이미 익숙한 프로포폴을 끊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반인보다 피부과 시술이나 성형 수술을 받는 횟수가 잦은 연예인이 자연스럽게 마취제로도 쓰이는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 에이미 역시 피부과 시술 등을 통해 프로포폴을 접한 이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