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8조 계약에 투자자 기대감…삼성E&A “주주환원 아직 정해진 것 없어”
#최대 18조 원 수주 전망까지 나와
삼성E&A는 지난 4월 8조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공시했다. 삼성E&A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파드힐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번, 4번’에 대한 서명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삼성E&A가 8조 원대 사업을 수주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삼성E&A가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E&A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E&A의 매출은 2022년 10조 543억 원에서 2023년 10조 6249억 원으로 5.6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29억 원에서 9931억 원으로 41.28% 증가했다. 삼성E&A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문제는 수주였다. 삼성E&A의 지난해 수주 목표는 12조 원이었다. 그러나 화공(정유·가스·석유화학) 부문 수주를 제대로 못 한 탓에 총 수주액은 8조 7193억 원에 그쳤다. 신규 수주 부진으로 선수금 유입이 없었고, 이로 인해 현금성자산에서 운전자금 1조 3000억 원을 사용했다. 삼성E&A는 보유 현금을 사용하면서 당초 검토했던 배당을 하지 못했다. 삼성E&A가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삼성E&A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예상치를 하회했다. 삼성E&A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조 533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 3847억 원으로 5.87% 줄었다. 특히 삼성E&A의 화공 매출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1조 원을 밑돌았다. 모두 수주 부진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E&A로서는 신규 수주가 목마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E&A와 아람코의 수주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삼성E&A의 올해 수주 목표는 12조 6000억 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18조 원 수주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E&A도 내심 자신이 있지만 일부러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목표로 하는 수주가 ‘FEED to EPC’가 많다는 점이다. FEED to EPC는 기본설계(FEED)부터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일괄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FEED to EPC는 발주처의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주 시점의 변동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아람코 파드힐리 수주 건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비주력 계열사 한계, 이제는 없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또 다른 부분은 삼성E&A가 삼성그룹의 비주력 계열사라는 점이다.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가 삼성E&A에 약속된 이익을 지급하지 않았던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도 관련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E&A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신공장 건설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2년 가까이 공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삼성E&A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삼성E&A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삼성물산이라는 대체재도 있다.
삼성E&A는 계열사 일감 비중이 높다. 삼성E&A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도급액이 1062억 원(직전 사업연도 매출의 1% 이상) 이상인 국내 사업장 중 삼성그룹 계열사 일감이 아닌 곳은 송도 싸토리우스코리아오퍼레이션스 유한회사, 천안시청과 계약을 맺은 사업장뿐이다. 나머지 17건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 일감이었다.
삼성E&A와 삼성물산의 시너지 창출 논의도 지분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E&A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삼성E&A 지분 11.69%를 보유 중이고, 삼성물산의 삼성E&A 지분율은 6.97%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 삼성물산과 삼성E&A를 합병하는 방안, 삼성E&A를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었다”며 “다만 현재는 흐지부지된 지 오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삼성E&A가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E&A는 올해 1분기 화공 부문에서 정산이익을 비롯한 일회성이익이 약 563억 원 발생했다. 덕분에 화공 부문의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를 충족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이익률이 잘 나와도 일회성으로 인식하곤 했는데 이제는 일회성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하다”며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다 환율 효과 개선도 있지만 공사 수행 역량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증권가는 삼성E&A를 최선호 투자종목으로 꼽고 있다.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삼성E&A를 월간 유망주, 혹은 톱픽(Top Pick)으로 제시했다. 삼성E&A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미분양과 준공기한 미준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거론된다.
삼성E&A의 에너지 전환 사업이 재평가받을 여지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북미지역에서 수소 밸류체인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내년 에너지 전환이 화두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E&A는 수소와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의 H2비스커스가 시공으로 전환하고, 사우디 SAN6 블루암모니아 수주에 성공하면 친환경 사업자로서의 차별점이 부각돼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쯤이면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환원정책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삼성E&A 관계자는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현재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해지면 공시 등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