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론조사팀 예측 “8% 우세… 그가 이긴다”
▲ “안보 대통령은 나” 문재인 후보가 1일 강원도 고성 22사단 GOP부대를 방문해 일명 ‘노크귀순’으로 물의를 빚은 철책 앞에서 당시의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문재인 |
이런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최근 문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두고 강하게 치고나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통째로 먹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 후보 측의 단일화 승부에 대한 자신감과 대선 일정 등의 복잡한 이유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요신문>은 문재인-안철수 양측의 단일화 필승 전략과 단일후보 결정의 핵심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 시뮬레이션 등을 총 6면 기획특집으로 다뤄보았다.
현재 문재인 후보 측은 후보단일화에 대한 자신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시간 맞춰’ 나와 어떤 식의 방식으로든지 제 때에 결정이 나는 경우에 생기는 것이다. 반면 위기감은 안 후보가 민주당의 단일화 밀어붙이기를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협상을 어깃장 놓을 경우 대선 판 전체가 위험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자신감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최근 민주당 내 여론조사팀은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한 심층면접을 은밀히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여론조사팀은 주요 선거 때마다 자체 여론조사를 벌여 그 정확성과 정밀도를 자랑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4·11 총선 때 민주당 여론조사팀의 민주당 패배분석 결과를 인용, 상당부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했다. 이 팀에 관여하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 A 씨는 이에 대해 “최근 실시한 대선 후보단일화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 ‘적합도’ 면에서 안철수 후보를 8%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적합도는 누가 대선후보로서 가장 적합한가를 묻는 것인데 한 달여 전만 해도 안 후보에게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것인가 묻는’ 경쟁력 질문에는 문 후보가 2~3%포인트 차이로 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전 1~2주 정도 지나면 문 후보가 경쟁력 부분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이 공식 제기한 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과 안철수 캠프가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전격 수용했다.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모든 악조건을 전부 수용하는 일종의 도박을 한 셈이다. 이런 승부수의 배경에 민주당 내부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적합도 경쟁력 두 가지 문항 가운데 어느 쪽으로 결정돼도 이길 수 있다는 보고가 문 후보에게 직보됐고 그 이후 단일화 밀어붙이기가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단일화 승리 자신감과 급속행보의 이면에는 등졌던 호남 민심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시그널도 한몫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길리서치가 10월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의 후보단일화 관련 지지율이 문 후보가 51.4%, 안 후보 지지율은 39.9%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초 가상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40.6%,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51.6%였던 것에 비하면 문 후보가 첫 역전에 성공한 셈이다. 이런 수치는 다른 조사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일화 협상을 앞둔 문재인 후보에게 호남표심 변화는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결정적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여론이 호의적으로 움직이자 문 후보는 후보단일화 필승전략을 꺼내들었다. 문재인 캠프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에 대해 “문 후보가 이해찬-박지원 두 사람을 11월 15일 이전에 사퇴시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 안철수 후보가 11월 10일 정책공약집을 발표하기로 했던 날을 맞춘 것이다. 그날 안 후보도 후보단일화 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할 것이다. 거기에는 민주당의 인적 쇄신을 다시 한번 강하게 주문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본다. 그 일정에 맞춰 이-박 체제를 모양새를 갖춰 사퇴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후보 측과 안철수 캠프 측은 현재 단일화 협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후보 측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중재자’로 내세워 양측 간 물밑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문 후보의 단일화 필승전략이 제대로 먹힐지는 확실치 않다. 단일화 협상 카운터파트 안철수 후보의 행보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캠프가 단일화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위기감도 동시에 느끼는 배경에는 ‘안철수가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 우상호 공보단장이 안철수 후보 측에게 “단일화 논의에 나서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민주당의 스탠스는 완전히 바뀌었다. 우 단장은 그날 백 브리핑에서 자신의 발언은 문재인 후보와 상의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평소 문 후보가 안철수 캠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단일화 언급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우 단장이 그것을 어긴 것이다. 문 후보의 말만 듣고 있다가는 단일화가 제대로 될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 참모들이 먼저 ‘질러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민주당 위기감이란 안철수 캠프 내부적으로 단일화 문제가 정리되기를 기다렸다간 아무 것도 안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말한다. 우 단장은 단일화를 밀어붙이기 전 한 사석에서 “물밑 대화라도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물밑 대화를 진행할 만한 채널들을 내가 직접 다 확인했는데,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더라. 물론 서로 아는 사이니까 전화통화 정도야 하고 있겠지. 하지만 단일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랄 게 전혀 진행되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무 사전 논의나 교감 없이 11월 10일까지 기다릴 경우 11월25~26일 후보 등록 전에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자체 판단이다. 특히 안 후보가 11월 10일 종합 정책 발표를 하더라도 11일부터 곧바로 협상에 나설 리 없다고 보고 있다. 정책 발표 이후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11월 15일부터 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열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면 협의·합의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문재인 캠프의 한 실무 관계자는 “양측이 공동 정책합의서도 만들어야 하고, 선거 연대 협약과 단일화 룰도 정해야 한다. 룰을 정하면 공중파 TV토론 1회, 기타 TV 및 인터넷 토론 등도 진행해야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과연 11월 25일 이전에 완료될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는 현재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중대사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자리다툼으로 비쳐지면서 단일화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선거와 지난 2002년 대선 단일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본 캠프의 전문가들은 “안철수 캠프 사람들이 단일화 경험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들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인지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안철수 캠프에 김성식 전 의원처럼 “꼭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는 이상 단일화 협상은 더욱 지난한 작업이 될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에선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큰일 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데 안철수 후보가 시간을 끌면서 지연작전을 펼 경우 그 효과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결국 대선패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다급함 때문에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티 안철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안철수가 대선 패배의 X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런 불안감과 위기감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차라리 안철수를 버리고 가자”는 성급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선대위의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 대선의 3자대결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문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도 민주당 내의 안티 안철수 정서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둘 다 죽는다. 최악의 상황이 오면 민주당이 안철수를 버릴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박체제를 사퇴시키면서까지 쇄신을 전개했는데 안 후보가 탐탁잖은 반응을 보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단일화는 극적인 타이밍에서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 질질 끌면 안 된다. 문 후보가 단독으로 후보등록을 해버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안 후보도 자진사퇴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의 전국 산하 시도당은 이미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대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 시도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 기류는 이미 문재인 후보에게로 기울어진 상태다. 현재 각 시도당이 선대위 구성에 들어갔는데 우리 지역의 경우 이미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내려와 합류할 예정이다. 선대위 구성은 최대한 중도성향 인사 위주로 꾸리고, 친노색깔 배제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문재인 후보. ‘친구’ 안철수는 과연 아름다운 동행을 해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이-박’ 내치기 어려운 까닭
“되레 역효과” 반발기류도
이해찬-박지원 체제가 기로에 섰다. 대체적 기류는 정리 쪽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 분위기도 많아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박체제’ 정리에 비노·비문 진영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반발 기류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한길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압박을 하고 있고 이종걸 의원도 미국 출장 뒤 사태를 파악하고 최고위원직을 던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민석 의원 등의 일부 강경파는 지도부 퇴진 관철을 위해 탈당 등의 중대 결단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인적쇄신 요구가 권력투쟁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해찬-박지원은 2선으로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아직도 많은 의원들이 대체로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세 확산이 잘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박 체제 정리 과정에서 당내 권력투쟁도 불을 뿜고 있다. 민주당의 새정치위원회는 당 쇄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데 일부 선대위 핵심 고위인사들이 그들을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P 의원이 대책 없이 설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당장 이해찬, 박지원을 물러나게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얻는 게 뭔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 당 지도부가 공백기를 맞게 되면 선거 때 엄청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내친다면 얻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도대체 두 사람을 날려서 얻는 게 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는 이해찬 박지원과 가깝지도 않은 의원이다. 그럼에도 “P 의원이 대책도 없이 친노 9인 참모들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고 거기에다 이-박 퇴진까지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흥분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이박체제 정리’는 문재인 후보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미 사퇴 불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이해찬 대표도 ‘뒷방 노인네’라는 말을 가장 싫어할 만큼 불명예 퇴진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마냥 두 사람의 정리를 뭉개고 있을 수도 없다. 비주류의 ‘액션’이 시작된 이상 집단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호남 지지율 상승과 단일화의 자신감을 배경으로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성]
“되레 역효과” 반발기류도
이박 체제 정리 과정에서 당내 권력투쟁도 불을 뿜고 있다. 민주당의 새정치위원회는 당 쇄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데 일부 선대위 핵심 고위인사들이 그들을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P 의원이 대책 없이 설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당장 이해찬, 박지원을 물러나게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얻는 게 뭔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 당 지도부가 공백기를 맞게 되면 선거 때 엄청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내친다면 얻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도대체 두 사람을 날려서 얻는 게 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는 이해찬 박지원과 가깝지도 않은 의원이다. 그럼에도 “P 의원이 대책도 없이 친노 9인 참모들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고 거기에다 이-박 퇴진까지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흥분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이박체제 정리’는 문재인 후보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미 사퇴 불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이해찬 대표도 ‘뒷방 노인네’라는 말을 가장 싫어할 만큼 불명예 퇴진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마냥 두 사람의 정리를 뭉개고 있을 수도 없다. 비주류의 ‘액션’이 시작된 이상 집단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호남 지지율 상승과 단일화의 자신감을 배경으로 전격적인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