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냐 전화면접이냐’ 양 캠프 희비 갈린다
▲ 손 좀 잡읍시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양자대결이 여론조사 방식ㆍ문구 등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단일과 과정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결국, 11월은 단일화를 앞두고 두 진영 간 ‘디테일의 싸움’이 관건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고 점치고 있는데 이 경우 ▲여론조사기관 선정 ▲여론조사문항 결정 ▲새누리당 지지자 역선택 방지 등이 쟁점으로 대두될 수 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최근까지도 안철수 후보의 압승이 점쳐졌지만 11월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흥미진진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후보단일화의 결정적 기준이 될 여론조사 방식과 변수 등을 다각적으로 짚어봤다.
애가 타는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미 “단일화 논의에 착수하자”고 안철수 후보에게 공식 제안한 이후 답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안철수 캠프는 단일화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중인데 캠프 내부에서는 “정책공약집이 나오는 11월 10일 이전까지 단일화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함구령까지 내려졌다. 하지만 이미 캠프 안에서 단일화를 대비한 치열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는 단일화 공방에 최근 숨통이 트인 것은 민주당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당초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이었던 ‘여론조사+TV토론 배심원제+현장·모바일 투표’를 고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 지지율을 역전하는 현상이 나오면서 불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의 ‘TV토론 이후 여론조사’ 모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역시 “국민참여경선 방식의 단일화는 준비 과정도 길고 부작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여론조사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 경우 여론조사 문구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몇 가지 쟁점을 두고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여론조사를 두고 두 진영의 계산이 치열하다 보니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하나하나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 사이 조사 발표된 양자대결 지지율을 살펴보면 단일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조사기관마다 보이는 차이를 과학적으로 구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면서 “위의 언급된 조사만 놓고 보면 전화면접방식이냐, ARS방식이냐에 따라 결과가 나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문재인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방식이고, 안철수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는 ARS 방식으로 조사된 수치다.
장 부장은 “ARS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과다하게 표집되는 경향이 있다. 예전 여론조사 과정에서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있습니까?’를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전화면접에서는 30~40%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ARS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나왔던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 무관심층의 의사까지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화면접 방식이 더욱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ARS 방식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안철수 캠프 측에서 ARS 방식의 여론조사기관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ARS 방식의 리얼미터와 리서치뷰의 경우 지난 2008년 총선과 2010 지방선거 결과를 다른 여론조사기관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도 여론조사 문구와 관련된 것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따졌을 때는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적합도’를 따졌을 때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미디어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후보가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도 전화면접에서는 ‘두 인물 가운데 누가 야권 후보로 괜찮은가’를 비교한다면 ARS 응답자들은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를 따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경쟁력과 야권 적합도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문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지난 1일 안철수 후보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최근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슬쩍’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002년 때는 별 문제시되지 않았던 지역별 세대별 보정 문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민주당 측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2030세대의 의견이 과다하게 반영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선캠프 미디어팀 한 관계자는 “야권 지지층 가운데 50대 이상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고 선거의 승패를 쥐고 있는 40대 그룹도 문재인 후보 지지로 많이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 후보의 지지율은 2030세대의 의견이 좀 과장되게 반영됐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안일원 대표는 “호남과 수도권의 지지율이 여전히 안철수 후보가 높지만 최근 답답한 행보로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다”라며 “안 캠프에서 10일 안에 이를 복구할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을 종합하자면 여론조사 방식 가운데 ‘ARS를 통한 본선 경쟁력’을 물었을 때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전화면접방식을 통해 야권 적합도’를 조사할 경우에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민주통합당 진성준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어떤 방식이 됐건 일단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고 그 전에 두 후보가 만나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안철수 캠프 측은 “단일화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불리한 입장에서도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며 역전을 일궈낸 노무현 후보를 기억한다면 여론조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야권의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단일화와 관련해) 문제는 자기들(안철수 캠프)이 내고 답은 안 알려주겠다는 식”이라며 “안 후보 측에서 단일화에 매몰되면 국민이 외면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일화에 대한 열망도 엄연한 국민의 열망이다. 유·불리를 따지면서 논의를 미루다간 이번 대선에서 득을 얻는 쪽은 새누리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단일화 여론조사 어디다 맡기나
“잘해야 본전” 딴 데서 알아보삼~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는 이번 대선의 ‘빅 이벤트’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5개의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맡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징적인 조사를 통해 회사를 쉽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각 후보 지지자들의 쓴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A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선 여론조사는 잘해야 본전이다. 품은 많이 드는 반면 좋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ARS 방식의 B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유력 일간지와 여론조사기관은 대부분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고 실제 2002년에도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됐다. 굳이 ARS의 장점을 고집하며 조사에 나서고 싶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기관의 매출은 정치권이 아닌 기업에서 나온다. 야권 후보들과 너무 친밀한 것은 경영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어느 기관에서 그 ‘두려운 행운’을 거머쥘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
노무현 vs 정몽준 단일화 협상과정 리플레이
단어 하나 놓고 6일간 줄다리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10년 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승패를 가른 여론조사 문구다. 당시 두 후보 진영은 이 문구를 합의하는 데에만 장장 6일이 걸렸다. 처음에 결정된 문항은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이었지만 정몽준 후보 측에서 ‘이회창 후보에 경쟁할’로 바꾸자고 요구하며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후보가 정 후보 측의 요구를 수용한 이후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는데, 당시 협상단장이던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대항할’이 들어가면 우리가 무조건 이길 수 있었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수용한 것은 2002년 11월 11일, 이는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단일화 협상에 관해 최종 정책을 발표하는 11월 10일 이후로 미뤄둔 것과 시기상 묘하게 겹친다. 당시 양측 협상단은 기자들을 피해 호텔을 옮겨 다니며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고, 단일화와 관련된 보도가 있을 때마다 상대 진영에서 협상 정보를 흘렸다며 상호 비방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단일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은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막기 위한 조항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정 후보 측 협상단은 “이회창 후보의 평균 지지율 아래로 나올 경우 해당 여론조사를 무효화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에서는 “그럴 경우 단일화 여론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버텼다. 이 과정에서 김민석 전 의원은 “노무현은 내가 죽여버리겠다”는 감정적인 대응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두 협상단은 “2001년 매출액 기준으로 15위 안에 드는 여론조사 기관 가운데 유력한 방송사·신문사와 계약을 맺어 조사한 여론조사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치 이하로 나올 때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1월 24일 밤 12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1:0, 노무현의 신승이었다. 당시 여론조사는 월드리서치와 리서치앤리서치 2곳에서 진행했는데, 월드리서치 결과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커트라인(30.4%)보다 낮게 나오면서 무효화됐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노 후보의 단일화 지지율이 46.8%, 정 후보가 42.2%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날까지도 비서진들은 노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 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정몽준 후보가 역선택을 지나치게 우려하면서 자충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수]
“잘해야 본전” 딴 데서 알아보삼~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는 이번 대선의 ‘빅 이벤트’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5개의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맡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징적인 조사를 통해 회사를 쉽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각 후보 지지자들의 쓴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A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선 여론조사는 잘해야 본전이다. 품은 많이 드는 반면 좋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ARS 방식의 B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유력 일간지와 여론조사기관은 대부분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고 실제 2002년에도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됐다. 굳이 ARS의 장점을 고집하며 조사에 나서고 싶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기관의 매출은 정치권이 아닌 기업에서 나온다. 야권 후보들과 너무 친밀한 것은 경영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어느 기관에서 그 ‘두려운 행운’을 거머쥘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
▲ 2002년 11월 16일 당시 노무현ㆍ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단어 하나 놓고 6일간 줄다리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10년 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승패를 가른 여론조사 문구다. 당시 두 후보 진영은 이 문구를 합의하는 데에만 장장 6일이 걸렸다. 처음에 결정된 문항은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이었지만 정몽준 후보 측에서 ‘이회창 후보에 경쟁할’로 바꾸자고 요구하며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후보가 정 후보 측의 요구를 수용한 이후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는데, 당시 협상단장이던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대항할’이 들어가면 우리가 무조건 이길 수 있었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수용한 것은 2002년 11월 11일, 이는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단일화 협상에 관해 최종 정책을 발표하는 11월 10일 이후로 미뤄둔 것과 시기상 묘하게 겹친다. 당시 양측 협상단은 기자들을 피해 호텔을 옮겨 다니며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고, 단일화와 관련된 보도가 있을 때마다 상대 진영에서 협상 정보를 흘렸다며 상호 비방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단일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은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막기 위한 조항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정 후보 측 협상단은 “이회창 후보의 평균 지지율 아래로 나올 경우 해당 여론조사를 무효화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에서는 “그럴 경우 단일화 여론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버텼다. 이 과정에서 김민석 전 의원은 “노무현은 내가 죽여버리겠다”는 감정적인 대응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두 협상단은 “2001년 매출액 기준으로 15위 안에 드는 여론조사 기관 가운데 유력한 방송사·신문사와 계약을 맺어 조사한 여론조사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치 이하로 나올 때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1월 24일 밤 12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1:0, 노무현의 신승이었다. 당시 여론조사는 월드리서치와 리서치앤리서치 2곳에서 진행했는데, 월드리서치 결과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커트라인(30.4%)보다 낮게 나오면서 무효화됐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노 후보의 단일화 지지율이 46.8%, 정 후보가 42.2%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날까지도 비서진들은 노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 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정몽준 후보가 역선택을 지나치게 우려하면서 자충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