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맞바꾼 쾌락 성기를 쇠사슬로 묶고…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서나 볼법한 도구들이 최근 국내 법의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자신의 방에서 홀로 돌연사한 채 발견된 20~40대 남성들의 사례를 집계한 결과 쇠사슬을 성기에 묶은 채 ‘민망한’ 자세로 사망한 특이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방독면, 쇠사슬 등 ‘가학성’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성적 쾌감을 즐기다가 돌연 죽음에 이른 것을 뜻하는 ‘자기색정사’로 지난 1년간 국내에서 목숨을 잃은 성인 남성은 무려 4명에 달한다. 이마저도 1명의 검시관이 집계한 수치에 한한 것이다. 한마디로 공식 집계 말고도 더 많은 수의 남성이 ‘자기색정사’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분석이다.
서울경찰청의 ‘자기색정사’ 전문 정성국 검시관을 통해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된 자기색정사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국내에서도 방영 중인 미국 범죄수사물 드라마 <CSI> 때문에 지난해 적잖은 논란이 일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극중 한 남성이 호텔 방안에서 목과 성기에 쇠사슬이 묶인 채 의문의 죽음을 당한 내용이 그대로 방영되자 시청자 게시판이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특히 이 남성이 타살을 당한 것이 아니라 피학적인 도구를 이용해 자위를 시도하다가 질식사했다는 내용 때문에 파장은 더 심했다.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그대로 방영한 방송사에 문제가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국제 법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의 경우 매년 500~1000여 명의 성인남녀가 자기색정사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보고된 자기색정사 사례는 전혀 없었다. 때문에 국내 시청자 입장에선 자기색정사가 극히 생소한 사인이었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내용의 ‘자기색정사’의 사례가 국내에서 아시아 최초로 보고됐다. 장래가 촉망되던 20대 명문대 대학원생에서부터 50대 기혼 남성까지 연령과 계층을 뛰어넘는 다양한 남성들이 자신의 방에서 홀로 자기색정을 벌이다 황당한 죽음을 맞는 사례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010년 대학원생 A 씨(남·20대 후반)는 자신의 기숙사 침대에서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재들만 간다던 명문대를 졸업해 장래가 촉망되던 A 씨는 같은 해 동 대학원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왔다. 누가 봐도 모범생이었던 A 씨는 종종 자신의 부모에게 “대학원 생활이 힘들다”는 호소를 해왔다고 한다. 아들이 걱정됐던 부모는 안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아들의 기숙사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 방에서 해괴한 자세로 숨져있는 아들을 발견하면서부터 미스터리는 시작됐다.
1차 사인은 ‘질식사’였지만 일반적인 사망 현장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던 게 문제였다. A 씨의 머리에는 보자기가 뒤집어 쓰여 있었고 손과 발은 느슨하게 묶어져 있었다. 또한 A 씨의 사체 근처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도색잡지와 성기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때문에 타살로 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A 씨의 사인을 추적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성국 검시관은 “엎어져 있는 독특한 자세를 봤을 때 A 씨는 아마도 자기색정을 통해 성적유희를 즐기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서둘러 치러진 A 씨의 장례식에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돌연사했다’는 말이 돌았지만 이미 A 씨의 ‘민망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학내에 퍼진 상태였다.
A 씨의 경우처럼 자기색정으로 사망할 경우 친족이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일례로 당시 A 씨의 사체를 가장 먼저 발견했던 부모는 큰 충격을 받고 장례식 이후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 검시관은 “친족이 자기색정사할 경우 부검도 거부하고 되도록이면 빨리 장례를 치르려 한다. 검시관들도 이런 사정을 십분 이해해 사망자의 어린 자녀에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해 경남에선 50대 가장 B 씨가 성기를 휴지로 감싸고 고무줄로 묶은 상태에서 목을 매달고 자위를 하다가 질식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B 씨의 사체를 발견한 지인들은 “B 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인을 알면 수치심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며 검시관에게 함구해줄 것을 재차 부탁해왔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에겐 자기색정사가 아닌 ‘B 씨가 자살했다’는 말이 대신 전해졌다. 수치스러운 것보다는 슬픈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한편 정 검시관은 “극도의 성적 흥분을 위해 새로운 자위 방법을 찾다보니 종국엔 자기색정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A 씨와 같은 고학력자의 경우 해외 사례를 수집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기색정 관련 자세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국내에서 자기색정사로 사망한 이들 중 상당수가 고학력의 기혼 남성”이라고 말했다.
올 초 서울에서 한 30대 후반 남성이 자신의 방안 침대 위에서 발가벗은 채 사체로 발견됐다. 아내와 단순 불화는 있었지만 5~6년간 평범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던 C 씨였다. 발견 당시 C 씨의 머리엔 방독면이 씌워져 있었고 방독면 안에는 침대 아래의 프레온 가스통 안으로 연결된 호스가 삽입돼 있었다. 이밖에도 포르노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는 점, 손의 위치와 체액 등으로 봐 자위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한다.
박스테이프로 목을 감은 채 자기색정사한 D 씨(남·45)도 비슷한 케이스다. 한 평범한 집안의 가장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D 씨에게도 은밀한 취미는 있었다. D 씨는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 박스테이프로 목을 감아 호흡 곤란이 된 상태를 즐기며 자위를 하다가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생존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D 씨의 사체 옆에는 C 씨의 경우처럼 포르노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이처럼 포르노 영상을 틀어놓고 목이나 성기를 결박하는 자기색정은 서양에서도 흔히 발견된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기이한 케이스가 나타났다. 올초 한 간호조무사(남·28)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국소마취제를 빼돌려 자신의 성기에 주입하고 자기색정을 벌이다 사망했다. 마취제를 이용해 성기의 감각을 둔감하게 만드는 등 의학적인 자기색정을 벌인 사례가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목숨을 건 위험한 자기색정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검시관은 “한국 특유의 유교적인 문화에선 개방적인 성문화가 자리 잡기 어렵다. 때문에 억눌린 성을 극한의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시도가 일어나다보니 자기색정에 이르게 된 것 같다”면서 “특히 최근 1년간 외국의 변태적 자기색정사 영상과 서적을 보고 이를 모방하다가 사망한 4건이 추가로 발생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학적인 성행위가 반복되다보면 연쇄살인처럼 가학 성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적잖은 만큼 자기색정에 중독된 이들에 대한 관찰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