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라” 황금빛 떡잎 키우기 한창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전년도에 비해 소비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고급휘발유가 전체 휘발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위 1%가 쓰는 것이 명품’이라며 고급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는 최근 수입차 판매량이 느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무래도 고가의 자동차일수록 동력성능과 승차감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보니 고급휘발유를 찾게 된다는 것. 한 광고에 등장했던 문구처럼 ‘차값이 얼만데…’라며 고가의 차에 걸맞은 고가의 휘발유를 쓰라고 유혹하고 있다.
고급휘발유를 구분하는 기준은 옥탄가. 일반휘발유의 옥탄가는 계절과 기후, 습도 등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93∼94 사이다. 법적으로 옥탄가 94 이상이면 고급휘발유로 구분되지만 일반휘발유가 94에 가깝기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급휘발유는 옥탄가 100∼102 수준이다.
옥탄가가 높으면 엔진 내 이상연소를 의미하는 노킹현상이 줄어 출력과 정숙성이 향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또 엔진청정제와 연비개선제 등 첨가물이 일반휘발유보다 25∼30% 더 들어있다. 대신 가격이 일반휘발유보다 평균 145원이 더 비싸다.
고급휘발유는 업체별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유통망과 마케팅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기존 주유소의 일반휘발유 시장점유율이 고급휘발유 시장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때문에 고급휘발유의 판매에 가장 앞장서는 곳은 SK(주)다. 전국 4000여 개의 주유소를 가진 SK는 고급휘발유 취급점도 250개로 가장 많다. 2006년 초 170개던 취급점이 연말까지 80개가 더 늘어난 것. 지난 1∼11월 고급휘발유 판매집계에서 SK는 63.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SK는 2005년 10월 고급휘발유 브랜드인 ‘엔크린 솔룩스’(Enclean Solux)를 런칭하고 판매 주유소를 꾸준히 늘려왔다. 2006년 4월부터는 케이블방송을 통해 업계 최초로 TV CF를 방영한 뒤 2006년 10월부터는 공중파 방송에서 CF를 방영하고 있다. SK는 “선도업체가 고급휘발유의 홍보활동을 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라며 자신만만해하고 있다.
판매량도 점차 늘어 브랜드 런칭 전에는 월 1만 2000∼1만 6000배럴 수준이었지만 브랜드 런칭 직후엔 1만 9000배럴로, 1년 뒤에는 3만 700배럴로 급속히 증가했다.
한편 GS칼텍스는 “일반휘발유 판매는 소폭 하락하는 반면 고급휘발유는 급신장하고 있어 초기 시장을 놓칠 경우 성장세를 따라잡기 힘들다”며 SK를 따라잡기 위해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SK와 GS칼텍스는 고급휘발유 주유기를 똑같이 오렌지색으로 도배해 눈에 띄도록 만드는 등 주유소 마케팅도 비슷하다.
GS칼텍스는 SK보다 6개월 늦은 2006년 4월 ‘킥스 프라임’(Kixx Prime)을 출시하고, 60개이던 고급휘발유 판매점을 12월 말 220개로 늘렸다. 선두주자인 SK가 250개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셈이다. 다만 TV CF는 하지 않고 신문 등 지면광고만 진행중이다. GS칼텍스도 4000∼6000배럴이던 판매량이 브랜드 런칭 당시엔 7000배럴, 2006년 11월에는 1만 5000배럴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 고급휘발유 시장에 뛰어든 SK(주) ‘엔크린 솔룩스’(위)와 GS칼텍스 ‘킥스 프라임’(아래)의 경쟁이 뜨겁다. | ||
GS칼텍스가 명차 마케팅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SK는 “우린 GS칼텍스와 굳이 함께 거론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반휘발유에서는 SK가 36%, GS칼텍스가 31%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고급휘발유에서는 SK가 63.7%, GS칼텍스는 24.7%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가 2006년 초 고급디젤을 내놓자 GS칼텍스도 5월 고급디젤을 내놓을 정도로 두 회사의 고급화 경쟁은 뜨겁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S-Oil)은 상대적으로 고급휘발유 마케팅에 소극적인 편이다. “고급휘발유는 아직 전체 휘발유 시장에서 1%도 되지 않는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의 입장이다.
1994년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자동차경주를 후원한 것이 업계 최초로 고급휘발유를 출시하게 된 계기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정유사로는 유일하게 자동차경주팀을 운영해왔으며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F3 등 국제자동차경주에 자사의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다.
고급휘발유 브랜드도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먼저 출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4년 11월 강남 신사동에 고급휘발유 전용 주유소 ‘카젠’(KAZEN)을 오픈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후 카젠을 아예 고급휘발유 브랜드로 지정하고 판매점을 36개로 늘렸다. 그러나 주요 도심지의 주유소 확대가 SK와 GS칼텍스에 밀리면서 고급휘발유 판매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타 업체들은 “고급휘발유 판매가 잘 안 되자 직영점을 대리점으로 넘기고 일반휘발유도 취급한 것 아니냐”며 공격하기도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고급휘발유 판매처를 늘리다 보니 한 곳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대리점으로 바꾼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당분간 시장추이를 봐가며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수도권에 30여 개의 고급휘발유 판매점을 두고 있지만 당분간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006년 1월 ‘에쓰가솔린프리미엄’(S-Gasoline Premium)을 출시했다. 고급휘발유 자체로 보면 굉장히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체 판매량의 1%도 되지 않아 그다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기술력이 없어서 출시하지 않는 것이냐는 말도 있고 해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에서 고급휘발유 판매량이 20%를 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가가 비싼 편이라 수요가 금방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교차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