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든 ‘신당’은 예정된 수순
▲ 스타트는 ‘굿’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둘은 대선 후보 등록일 전까지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먼저 문재인 후보가 승자가 돼 본선에서 이길 경우와 질 경우, 또 안철수 후보가 이겨 본선에서 이길 경우와 질 경우를 가정해볼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단일화 승자가 돼든 대선 본선에서 패배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두 주자 모두 대선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야권주자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안 후보의 경우 단일화 승부에 관계없이 꽃놀이패를 쥐고 향후 정국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단일화로 ‘엮인 몸’인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전쟁 뒤 정치 장래를 미리 점쳐보았다.
야권 단일화 승부가 어떻게 나든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두 주자 모두 최고의 정치 황금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일단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이후 정치적 장래를 야권후보의 본선 승리에 국한시켜 차례로 짚어보자. 정치전문가들은 야권주자가 대선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패배의 후유증을 덜 앓게 될 것으로 본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전쟁에서 패배하든 승리하든 ‘꽃놀이패’를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서 패배해도 손해 볼 게 별로 없다. 져도 대박 나는 장사다. 안 후보가 단일화에서 패배하게 되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유세를 도울 것이다. 문재인의 승리 절반은 안철수 것이다. 양측이 분권형 총리 제도를 합의했다면 안 후보는 문재인 정권 출범 뒤 실세총리 또는 차기를 보장받는 신당의 대표 등 다양한 형태로 포지셔닝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배경으로 신정부의 확실한 ‘2인자’로 자리매김 되면서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파워를 넘어설 가능성마저 있다는 얘기다.
또한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단일화 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야권 내에서 나름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생명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내년 4월쯤 여기저기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 지역 어딘가에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 전에 신당 지도부 경선이 치러진다면 당대표 후보로도 거론될 수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서 지는 게 오히려 더 많은 옵션이 따르게 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안이 ‘새정치’를 합의한 이상 안 후보는 대선 뒤 신당 창당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안 후보가 야권 주류의 교체를 이끌어 낼 적임자가 될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가 영입한 전문가그룹이 야권의 구주류를 대체할 핵심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로선 자신이 영입한 전문가그룹을 신정부 요직 곳곳에 ‘꽂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차차기를 위한 가장 확실한 거점 확보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서 지더라도 총리 등의 형태로 국가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차기 지도자 수업을 쌓을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이는 정치입문이 일천한 안 후보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불신’과 ‘불안감’을 희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런데 안 후보가 단일화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패배할 때보다 더 큰, 혁명적인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주자가 된다면 일단 대선 후 신당 구상을 먼저 밝힐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때 ‘신당 추진’을 못 박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그가 단일후보로 확정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 후보로선 ‘무소속의 불안감’을 떨쳐내는 동시에 민주당에는 입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신당 창당 천명은 안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꼭 관철해내야 할 핵심 요소다. 이는 정치권의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동반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세력과 민주당 구세력 등은 대선 패배 후유증과 정치개혁 명분 아래 와해직전까지 가게 될 것이고 그 이탈자들이 신당에 합류하게 되는 등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안 후보 신당은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 시민사회 등 기타세력이 참여하는 거대 신당 형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세를 관망하던 이재오 의원 등 새누리당 개혁·소장 세력도 대상이 된다. 이때 민주당의 지분은 50%에도 못 미치게 되고 문 후보의 존재감도 미미해질 전망이다. 안 캠프가 계속해서 민주당 색깔을 빼는 노력을 해왔고 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그 전략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폭의 정계개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 이름이 ‘○○국민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뒤 “대선에서 승리해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의 열망을 모아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간지의 한 중견 정치부 기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측이 최근 ‘신당창당론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당창당은 안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직접 말하는 내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민감한 사안을 직접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승리 뒤 대권까지 쟁취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문재인 후보에게까지 미칠 전망이다. 안 후보의 경우 패배하더라도 장래가 보장되지만 문 후보는 그렇지 않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문 후보의 패배를)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게 된다면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단일화 합의에 따라 ‘안철수 대통령-문재인 총리’ 카드로 간다면 문 후보가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일정 정도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당내에서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50년 전통의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사람이 단일화 경쟁에서 패했다는 것 자체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동시에 친노그룹의 영향력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단일화 패배 등의 모든 문제가 ‘친노 패권주의’ 논란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친노그룹은 안희정 충남지사나 유시민 전 장관 등의 차세대 주자들이 성장할 때까지 암중 모색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안철수 대통령-문재인 총리’ 카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카드는 민주당 지지층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 모양새 좋은 단일화로 비쳐지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민주당 내 비노·비문 그룹이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책임을 져야 할 문 후보가 총리가 돼 계속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총리로 기용되지 않을 경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패배 책임이 너무 무겁고 엄중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최종주자가 되지 못한다면 ‘노무현 기념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가 대선 정국에서 보여준 ‘나약한 권력의지’에 근거해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는) 정권교체만 된다면 꼭 자신이 뭘 맡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정말 순수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에서 승리할 경우 안 후보처럼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전개방식이나 파괴력은 안 후보의 수준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을 전망이다. 문 후보가 단일승자가 된다면 신당은 신당이되,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차원의 신당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명만 바꾸고 안철수 세력을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도 야권이 본선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문 후보의 정치적 타격이 더 크겠지만 안철수 후보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가 본선에서 패할 경우 야권의 신당 창당 구상 자체가 흐트러지고, 야권은 한치 앞도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불벼락 난리통에 안철수 후보가 살아남을지, 또 어느 정도 영향력을 유지할지 가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단일화 협상가는 누구
민주당이 노련미 한수위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복습해 보자. 당시 노무현 후보 측에서는 1차 협상단장으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를 내세웠고 정몽준 후보 측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나섰다. 1차 협상은 여론조사 문구 선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결렬됐다. 이에 노 후보 측은 신계륜 김한길 의원이 2차 협상단을 이끌었고 정 후보 측은 여전히 김민석 전 의원이 맡았다. 결국 풍부한 ‘인력풀’을 확보한 민주당 진영에서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민주통합당에는 국정 운영 경력과 여야 협상 경험이 많은 ‘디테일 귀신’들이 도처에 있다. 반면 안 캠프에서는 이에 맞설 ‘꾼’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안 캠프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선대본부장 중 2명(김성식 박선숙)은 전직 초선 의원이고 유일하게 현역 의원인 송호창 본부장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
민주당에서는 단일화에 나설 협상자로 ‘위원장급’ 전·현직 의원인 김부겸, 이인영, 박영선 공동선대본부장과 이목희 기획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이 가운데 김근태(GT)계로 분류되는 이인영 위원장은 안 후보 측과 거부감이 적어 효과적인 협상자로 평가됐지만 최근 이 역할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인영 의원실 보좌관은 “이미 야권 단일화 협상은 안 맡는 걸로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 캠프 측에서는 민주통합당 내부 사정에 밝은 박선숙 본부장이 빠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싸움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총선 때 야권 단일화 협상에 그가 나섰다가 통합진보당에게 엄청나게 많은 양보를 한 것이 부담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진영의 승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안 캠프에서는 박 본부장보다 실무와 전략에 두루 능한 김성식 전 의원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각 캠프 공보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실무진이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직접 만나 ‘원샷’의 담판 형식으로 단일화를 결정짓는 방법도 유력하다. 10년 전과 같이 호텔을 옮겨 다니며 ‘밀실 협상’을 벌이는 방식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 11월 6일 백범기념관 단일화 회동을 함께 준비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노영민 비서실장과 안철수 후보 캠프의 조광희 비서실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마다 두 후보의 양자대결 지지율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서로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결국 캠프 내 강경론자들이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나. 서로 피하고 싶겠지만 현재 두 후보 보두 양보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만큼 혈투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민주당이 노련미 한수위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복습해 보자. 당시 노무현 후보 측에서는 1차 협상단장으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를 내세웠고 정몽준 후보 측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나섰다. 1차 협상은 여론조사 문구 선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결렬됐다. 이에 노 후보 측은 신계륜 김한길 의원이 2차 협상단을 이끌었고 정 후보 측은 여전히 김민석 전 의원이 맡았다. 결국 풍부한 ‘인력풀’을 확보한 민주당 진영에서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민주통합당에는 국정 운영 경력과 여야 협상 경험이 많은 ‘디테일 귀신’들이 도처에 있다. 반면 안 캠프에서는 이에 맞설 ‘꾼’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안 캠프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선대본부장 중 2명(김성식 박선숙)은 전직 초선 의원이고 유일하게 현역 의원인 송호창 본부장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
민주당에서는 단일화에 나설 협상자로 ‘위원장급’ 전·현직 의원인 김부겸, 이인영, 박영선 공동선대본부장과 이목희 기획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이 가운데 김근태(GT)계로 분류되는 이인영 위원장은 안 후보 측과 거부감이 적어 효과적인 협상자로 평가됐지만 최근 이 역할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인영 의원실 보좌관은 “이미 야권 단일화 협상은 안 맡는 걸로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 캠프 측에서는 민주통합당 내부 사정에 밝은 박선숙 본부장이 빠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싸움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총선 때 야권 단일화 협상에 그가 나섰다가 통합진보당에게 엄청나게 많은 양보를 한 것이 부담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진영의 승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안 캠프에서는 박 본부장보다 실무와 전략에 두루 능한 김성식 전 의원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각 캠프 공보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실무진이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직접 만나 ‘원샷’의 담판 형식으로 단일화를 결정짓는 방법도 유력하다. 10년 전과 같이 호텔을 옮겨 다니며 ‘밀실 협상’을 벌이는 방식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 11월 6일 백범기념관 단일화 회동을 함께 준비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노영민 비서실장과 안철수 후보 캠프의 조광희 비서실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마다 두 후보의 양자대결 지지율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서로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결국 캠프 내 강경론자들이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나. 서로 피하고 싶겠지만 현재 두 후보 보두 양보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만큼 혈투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