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왕실과 끈끈…믿고 투자해”
▲ 왜 우리만 갖고 그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조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또 다른 대형 비리 사건이 폭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한국의 경제발전을 롤 모델로 진행되고 있는 쿠웨이트 경제개발 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한국의 국제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 씨 피소 사건 전말을 들여다봤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의 장조카인 전 씨는 5공화국 당시 막강한 실세들의 인맥을 자랑하며 쿠웨이트 5개년 개발 약 100조 원 규모 건설프로젝트 발표와 관련, 당시 쿠웨이트 파견 안기부 고위직과 쿠웨이트 왕실의 인맥파워를 자랑하며 사업투자를 위한 자금 유치를 전개했다. 당시 전 씨는 회사 대표는 타인 명의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A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했다.
사업유형은 쿠웨이트 A 사 본사에서 자국 국가개발 사업에 필요한 세계최고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비즈니스 접촉을 통해 사업제안 및 입찰을 연결해주고 공식 커미션 3%를 A 사와 입찰한 국내기업으로부터 각각 받는 조건이었다. 아울러 60억 원 규모를 쿠웨이트에 본사와 50:50으로 공동 투자하여 원자재를 한국에서 현지로 가지고 가서 현지에 공장을 지어 직접 가공하여 완성제품으로 공사 물자를 공급해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자재생산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전 씨와 지인관계였던 J 씨는 2010년 9월 중순경부터 경기도 성남시 남한산성 입구에 있는 한정식당과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일대 커피숍에서 수차례에 걸쳐 쿠웨이트 국가개발 프로젝트 사업에 왕실과 의형제 관계의 인맥을 움직일 수 있고, 한국에 쿠웨이트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인 A 사의 에이전트를 설립해 참여하면 입찰 알선 리베이트와 현지 공장건립 및 생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회유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J 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차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J 씨가 최대 융통자금이 1억 원이라고 하자 그 금액이라도 차용을 해달라고 하면서 늦어도 3~6개월 후에 450억 원가량의 입찰 리베이트를 받는데 그중 1%인 4억 5000만 원을 줄 수 있으며, 만약 실현되지 않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J 씨는 전 씨가 자금이 급하다고 하여 2010년 11월 2일 오후 1시경 성남시 소재 한정식당에서 자기앞 수표 1억 원(수표번호749××××)을 먼저 전달했다. 다만 J 씨는 전 씨가 차용증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자 차용 관련 필요서류는 차후에 만들어서 작성하기로 하고 수표를 건넸다. 하지만 전 씨는 공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 제시와 작성은 물론이고 원금과 이자를 한푼도 변제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J 씨를 회피했다. 변제하기로 약속한 6개월이 지났지만 차용 관련 서류는 물론이고 원금을 변제하지 않자 J 씨는 전 씨에게 상환을 요청했다. 그러자 전 씨는 “바로 원금을 회수해 주겠다.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변제를 계속 미뤘다.
자금 변제를 차일피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J 씨는 2011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원금회수를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전 씨는 1년 넘게(9월 기준) 본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금을 해결해 줄 지인 20여 명을 순차적으로 거론하며 자금을 마련해 줄 인물이 확실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며 온갖 핑계를 일삼았다. 전 씨는 대신 변제해 줄 대상들을 차례로 선정해 2~4일 간격으로 “꼭 된다” “모레 된다” 등으로 사람의 심리를 극도로 피말리게 자극하면서 대상 1명이 끝나면 다른 대상 1명을 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지금까지 기만과 사기행위를 이어갔다.
급기야 J 씨가 “차용서류를 가져오면 나의 지인 편으로부터 자금을 임차해준다는 채권자를 확보해 놓았다”고 하자 그 직후인 지난 9월 15일부터는 아예 휴대폰도 안받았고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조카인 전승규 씨를 상대로 J 씨가 제출한 고소장. |
기자는 전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및 문자로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답장이 없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문제의 한-쿠웨이트 KSP 사업 초대형 비리로 번지나
5공 실세 다수 연루 ‘파장 예고’
쿠웨이트의 경제개발 5개년 프로젝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롤 모델로 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한류’ 열풍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1961년 82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11년 약 2만 4000달러로 50년 동안 300배 가까이로 성장한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 사례는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에게 롤 모델이 됐다. 이에 한국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경제개발 경험 공유사업(KSP)’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와 경험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8년 간 총 300여 건의 경제개발경험이 34개 개발도상국에 전파됐으며 사업 대상국도 아시아 국가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늘었다.
쿠웨이트 정부도 한국의 KSP 사업 일환으로 지난 2007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쿠웨이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3000달러로, 한국보다 1만 3000달러나 높았다. 그런데도 쿠웨이트 정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승계ㆍ발전시키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것이다.
지난 2010년 한국 정부 관계자는 “쿠웨이트 정부가 노동·교육·재정·민영화 등을 포함한 5개년 개발계획 수립을 제안했다”며 “2007년부터 착수해 2009년 5개년 계획을 쿠웨이트 내각 및 국왕에 보고하고 2010년부터 경제전망모형 개선과 민간역량 확충을 위한 후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쿠웨이트 정부 역시 2010년에 620억 달러 상당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쿠웨이트 정부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체 등 국내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쿠웨이트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업체들은 현지 경제 사정에 밝은 에이전트를 선정하는 경쟁을 뜨겁게 전개했다. 피소된 전 씨와 일부 5공 실세들 또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에이젠트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0월경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정보기관 고위직을 지낸 H 씨가 에이전트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고소장에 적시돼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H 씨는 5공 시절 쿠웨이트와의 국가 외교 업무를 전담했던 것을 인연으로 쿠웨이트 왕족과 20여 년간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쿠웨이트 왕족의 제안을 받은 H 씨는 나이가 많아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웠고, 5공 인맥들을 더 활용하기 위해 전 씨에게 사업동참을 권유해 에이전트 사업을 진행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H 씨의 아들과 전 씨가 추진한 에이전트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 씨와 5공 세력들이 J 씨의 피해 사례처럼 투자자 유치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 씨 등은 전 전 대통령의 장조카 신분과 5공 실세 인맥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일각에서는 J 씨의 고소 사건은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5공 실세들이 연루된 또 다른 대형 비리 사건이 폭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전 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J 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 및 피해 금액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홍]
5공 실세 다수 연루 ‘파장 예고’
2011년까지 8년 간 총 300여 건의 경제개발경험이 34개 개발도상국에 전파됐으며 사업 대상국도 아시아 국가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늘었다.
쿠웨이트 정부도 한국의 KSP 사업 일환으로 지난 2007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쿠웨이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3000달러로, 한국보다 1만 3000달러나 높았다. 그런데도 쿠웨이트 정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승계ㆍ발전시키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것이다.
지난 2010년 한국 정부 관계자는 “쿠웨이트 정부가 노동·교육·재정·민영화 등을 포함한 5개년 개발계획 수립을 제안했다”며 “2007년부터 착수해 2009년 5개년 계획을 쿠웨이트 내각 및 국왕에 보고하고 2010년부터 경제전망모형 개선과 민간역량 확충을 위한 후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쿠웨이트 정부 역시 2010년에 620억 달러 상당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쿠웨이트 정부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체 등 국내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쿠웨이트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업체들은 현지 경제 사정에 밝은 에이전트를 선정하는 경쟁을 뜨겁게 전개했다. 피소된 전 씨와 일부 5공 실세들 또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에이젠트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0월경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정보기관 고위직을 지낸 H 씨가 에이전트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고소장에 적시돼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H 씨는 5공 시절 쿠웨이트와의 국가 외교 업무를 전담했던 것을 인연으로 쿠웨이트 왕족과 20여 년간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쿠웨이트 왕족의 제안을 받은 H 씨는 나이가 많아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웠고, 5공 인맥들을 더 활용하기 위해 전 씨에게 사업동참을 권유해 에이전트 사업을 진행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H 씨의 아들과 전 씨가 추진한 에이전트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 씨와 5공 세력들이 J 씨의 피해 사례처럼 투자자 유치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 씨 등은 전 전 대통령의 장조카 신분과 5공 실세 인맥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일각에서는 J 씨의 고소 사건은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5공 실세들이 연루된 또 다른 대형 비리 사건이 폭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전 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J 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 및 피해 금액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