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국내 전기차 판매량 선두 등극, 해외 브랜드 속속 한국 진출 예정…“가격 경쟁력 외 플랜비 제시해야”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올해 1~6월의 국내 판매 대수가 1만 7380대를 기록해 1만 6537대를 기록한 2위 기아와 1만 6056대를 판매한 3위 현대차를 넘어섰다.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제친 것은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기간 테슬라의 ‘모델Y’가 테슬라의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력 차종 ‘모델Y’를 미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꾸면서 가격을 종전보다 최대 2000만 원 낮췄다. 모델Y는 ‘최고 1억원’까지 올랐던 모델이기에 국내에선 고급 전기차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모델Y의 가격은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이자 인기 모델인 ‘아이오닉5′나 ‘EV6′와 비슷한 5000만 원대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크게 호응한 덕에 테슬라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모델Y’의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던 까닭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썼기 때문이다. 비록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약 350km로 줄어들었지만 매력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신기술 면에서 현대차기아보다 테슬라를 더 선호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모델Y’의 공습에 기아와 현대차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기아는 7월 25일 3995만 원부터 시작하는 ‘EV3’를 출시했으며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스틱’을 3100만 원대로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들을 출시하고 있다”며 “결국엔 자동차 시장이 모두 전기차로 향할 것이라고 판단해 다양한 전기차들을 내놓으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내 시장에 중국과 유럽 등 더 많은 해외 브랜드 전기차가 속속 상륙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와 중국 지리차의 고급 브랜드 ‘지커’ 등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볼보 소형 전기차 ‘EX30′과 BMW의 ‘미니(MINI) 일렉트릭’ 등도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작년 말부터 전기차 캐즘이 생기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부분을 가속화시켰고 현대차와 기아에서도 가격을 상당히 많이 내렸지만 다른 해외 브랜드 전기차만큼 가격을 낮추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는 LFP 배터리의 유무와 후륜구동의 사용에 있는데, 중국에서 제조하는 차의 경우 LFP를 쓰기 때문에 NCM 배터리보다 20%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 외에도 플랜비를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