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전자금융법에도 고객이 낸 돈 보호 내용은 없어…규제 강화되면 온라인 쇼핑몰 경영 부담 가중 전망
#물품대금 임의 사용, 횡령? 채무불이행?
티메프 사태를 요약하면 온라인 쇼핑몰이 고객들이 지불한 물품 대금을 임의로 사용한 사건이다. 고객이 물품대금을 결제한 시점과 온라인 쇼핑몰이 물품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차이를 이용한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는 40일과 70일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길다. 그만큼 오랜 기간 고객 돈을 임의로 쓸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정산 주기나 고객 돈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령은 없다. 고객 돈을 제때 되돌려만 놓으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사업 확장과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온라인 결제대금과 선불충전금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대두됐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논의됐지만 지급결제 감독권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금융위가 한발 물러서며 2023년 9월에야 개정 전자금융법이 공포된다. 시행은 올해 9월 15일이다. 개정법에는 선불충전금 보호 조항만 신설됐다. 고객이 물품대금으로 지급한 돈을 보호하는 장치는 없다.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금융당국 조치권도 미약하다.
검찰은 지난 8월 1일 구영배 큐텐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상품 판매를 중개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기 혐의다.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기망’ 행위, 즉 속임수가 있어야 한다. 고의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 횡령죄가 성립될지도 애매하다. 판매대금을 회사 측이 사용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의 사용처가 불법적인 곳이 아니라면 횡령보다는 채무불이행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기죄와 업무상 횡령죄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1500만 원의 벌금이다.
#PG사 ‘날벼락’…금융권 온라인쇼핑 경계령
티메프 사태의 파장은 안보다는 밖에서 더 클 수도 있다. 당장 PG(Payment Gateway·전자지불결제)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PG사들은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선제적으로 고객 환불을 결정했다. 일단 환불을 해준 후 티메프를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티메프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메프가 돈을 갚지 못하면 PG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다만 PG사들은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지난 20년간 큰 이익을 거뒀고 그 덕분에 쌓아 놓은 잉여자본이 조 단위 이상이다. 이번 사태로 쓰러질 가능성은 낮다.
쿠팡을 제외하면 G마켓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적자 상태다. 거의 전부가 누적적자로 인한 결손으로 자기자본이 훼손됐다. 정부가 온라인 쇼핑몰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면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몰 대다수는 금융비용이 거의 없다. 고객 돈을 단기 유동성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번 사태로 정부가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돈 이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한다면 앞으로는 필요한 단기 유동성을 외부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자수익은 줄고 이자부담만 커질 수 있다. 경영상 상당한 부담이다.
티메프에 물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긴 정산 주기 탓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어음 할인과 같은 구조다. 이번 사태로 은행들이 온라인 쇼핑몰 매출채권을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을 제한하거나 할인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능하다. 물품 판매사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다. 신용카드사와 PG사들도 대금결제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할 수 있다. 물품 판매대금을 온라인 쇼핑몰이 임의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하다. 온라인 쇼핑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여전사(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 시장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체 카드시장에서 티메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여전사 회사채는 일반 회사채 대비 신용등급 대비 이자율이 높아서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전사 회사채의 투자매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