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국방장관·방첩사령관·777사령관 모두 동문”…정보사 암투 국방파-충암파 다툼서 비롯 시각도
8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됐다. 김용현 후보자는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이자 최측근으로 지난 대선 캠프에 영입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한 인물이다.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해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후보자의 육사 1년 선배(37기)인 신원식 장관은 수도방위사령관, 합참차장, 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등을 지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에 군 출신 인사를 기용한 것은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전 실장 이후 7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안보실장을 맡은 ‘김성한-조태용-장호진’은 모두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신 장관 발탁은 대외 정책 무게추를 외교에서 안보로 옮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초 윤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북한의 잇단 도발과 중동, 동유럽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을 보고 외교안보 라인 교체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7개월여 만에 초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옮기게 됐다. 일각에선 사실상 경질성 인선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러시아 대사 등 외교관 경험이 풍부하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장호진 특보가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이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들을 나서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경질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지휘계통에 충암고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육군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김용현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며, 군 내 자정 기능을 해야 하는 방첩사령관도 충암고 출신, 신호정보(SIGINT)를 다루는 777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라며 “이번에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완전한 친정체제가 되고, 군 내 자정 기능이 사라져 인사 참사가 안보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0월 장군 인사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서 불거진 논란이 ‘신원식 라인’과 ‘김용현 충암파’ 간 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8월 8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정보사령부 비공개 요원 명단 유출과 하극상 사건은 모두 국방파 신원식 장관과 충암파 김용현 경호처장 사이 군 인사를 놓고 부딪친 결과”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군 인사권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사실상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 장관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조 아무개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이사장에게 휴민트(대북 인적 정보) 조직을 장관 직속으로 갖고 싶은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하신 바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 과정에 박 아무개 여단장과 조 이사장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하극상이 일어났다는 제보가 많다”고 했다(관련기사 [단독] OB들 안가 활용 옥신각신…정보사 ‘별들의 암투’ 숨겨진 이야기).
김용현 후보자는 정보사 폭행과 하극상, 기밀 유출 등 논란에 대해서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수사가 끝나고 나면 시스템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살펴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