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공격남,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80억 상당’ 비트코인 묶인 정황…투자 피해자들 사법부 소극적 태도 불만
하루인베스트는 약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발생시킨 대규모 사기 사건으로,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코인을 예치하면 은행처럼 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는 홍보를 통해 1만 1538명으로부터 약 1조 4000억 원 상당의 코인을 예치 받았지만, 이 가운데 약 4520억 원 상당의 코인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는 또한 ‘하루뱅크(harubank)’라는 브랜드를 통해 “코인을 맡기면 최대 연 16%의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재무 상태는 매우 열악해 정부 출연기관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으며, 법인카드 신청도 거절당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인베스트의 이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하루인베스트는 펀딩피(Funding Rate) 등 아비트라지(차익 거래)로 수익을 올려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면서 “6~8% 확정 이자를 언제든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은 무색하게도 하루인베스트는 2023년 6월 13일 갑작스러운 입출금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하루는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협력하던 서비스 파트너사 중 한 곳이 문제가 생겨 해당 이슈에 대해 조사 중이며 상황을 바로잡을 계획”이라면서 “현재 보관 중인 사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13일부터 추가 공지가 있기 전까지 모든 입출금 요청을 중단한다. 곧 블로그에 세부 사항을 더 밝히겠다”고 공지했다. 이때 문제가 된 파트너사는 B&S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하루인베스트의 실체가 회사 측의 홍보 내용과 크게 달랐음을 보여줬다. 하루인베스트는 고객의 자산을 고수익을 노린 위험한 투자에 집중적으로 투입했으며, 운영 능력은 거의 전무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웹디자인, 홍보, 인테리어 등 투자 유치에 필요한 업무만을 담당했다. 또한, 이들은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구분하지 않고 관리해 손익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인베스트는 자산 운용 중 일부를 B&S라는 업체에 맡겼지만, 이 업체가 FTX 거래소 파산 사태로 인해 큰 손실을 입으면서 타격을 받았다. 2024년 8월 13일 이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김상연)는 B&S홀딩스 대주주 방 아무개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방 씨는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로부터 가상자산을 전송받은 시점에 FTX 거래소로부터 자산을 출금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른 거래소로 옮긴 것처럼 허위로 고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방 씨의 2022년 11월 이전 범행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건으로 재산 대부분을 잃은 A 씨가 결국 하루인베스트의 이 대표를 공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범행 이전부터 “인생을 포기하고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겠다”며 “피의자들은 감옥에서 밥도 잘 먹고 있는데, 이렇게 밥도 못 먹고 살 바엔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A 씨는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인해 100여 개의 비트코인을 출금할 수 없게 됐는데, 이는 약 8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하루인베스트 사태와 관련해 불투명한 변제 계획과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 기록 열람과 등사를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거부했으며, 이 대표를 포함한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은 구속된 지 몇 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피해자 단체 채팅방 등에서는 A 씨를 ‘열사’로 옹호하는 분위기가 다수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법이 약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사기꾼들이 활개 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이 대표가 칼에 찔린 기사를 공유하며 “이 기사를 보고 무엇인가 느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하루인베스트 사건을 가상자산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로 규정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손실을 본 피해자들 사이에선 관련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변제 계획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이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또 다른 가상자산 투자자 B 씨는 티몬·위메프 사건과 비교해 하루인베스트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비판했다. B 씨는 “티몬·위메프 피해액이 약 8000억 원에서 1조 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하루인베스트는 피해액이 검찰 확인된 것만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티몬·위메프 사건은 언론과 국회, 대통령까지도 관심을 가지지만, 하루인베스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피의자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며 “하루 사태에도 관심을 갖고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피해자들이 이번 칼부림 사건에 대해 ‘이슈가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형사 피해자를 주로 대리하는 한 서초동 변호사는 “법정에서 벌어진 피습 사건에 대해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지만, 1조 4000억 원 규모의 사기 사건 피의자가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상황을 보면 피해자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는 “1조 4000억 원이 증발했는데, 하루인베스트 측은 운용을 일부 맡겼던 B&S 탓만 하고 있다. B&S에 묶인 돈이 전체로 따져도 약 3000억 원에 달하지만, 상당수 자산은 하루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예치한 것이다. B&S에 묶인 돈을 제외하더라도 1조 원 넘는 거액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소명되지 않은 채 그대로 사라질 상황이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피의자를 보석으로 풀어주고, 여론은 코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무심하다. 반면 규모가 더 작은 티몬·위메프 사태는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나오니 피해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해된다”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