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느슨한 대선전략…‘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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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가 11월 1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보육인대회’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한 여의도 인사의 세태풍자다. 그는 최근 박 후보 캠프로부터 ‘들어와 달라’는 러브콜을 받았다고 했다. 거절했다. 왜냐고 물으니.
“아니, 이제 대선 며칠 남았다고 실무진을 영입하느냐? 진용은 벌써 짜여 져야 했고 작전도 시간표대로 밀고 나가는 시기 아닌가? 그동안 따발총(안철수 검증) 갈겨댔으면 이제는 대포 나갈 차롄데 포병이 없다고…. 기가 막혀서 말았다. 이제부터는 빌딩(단일화)을 폭파할 부비트랩 특공대가 나서야 하는데 아직도 창문 하나 박살 내지 못하는 꼴이니….”
# 장면2. “캠프에 와서 일해 보니 네거티브 대응을 율사 출신이 하고 있더라. 원래는 언론인 출신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율사 출신이 하니까 너무 법률적 논리만 따지고 일이 느리다. 여론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그런데 선대위 공보단은 또 전부 언론인을 갖다 놨다. 공보단은 언론을 상대하는 팀인데 기자 출신이 기자를 상대할 수 있겠나. 공보단은 언론을 대응해본 기업 홍보 관련 인사들이 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선대위에서 뛰는 한 국회의원이 사석에서 꺼내놓은 말이란다. 박 후보 쪽의 ‘아마추어리즘’을 꼬집은 말인데 ‘답답하다’는 표현을 몇 번씩 했다고 한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제동을 걸면서 야권 단일화 논의가 ‘일시 멈춤’ 상태다. 박 후보 측은 ‘단일화 파투’가 바라는 대로 되고 있다고 내심 쾌재를 부르는 형국이다. 그래선지 캠프를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원래도 좀 그랬지만 더 느슨해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꺼낸다. 3자 구도로 가면 박근혜 필승이라는 기대는 오래전 이야기인데 군기가 빠져도 단단히 빠졌고, 긴장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뒷얘기를 해댄다.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가 최근 “당 지도부에서 이대로 조용히 대선을 치르면 우리가 이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선 전략을 짜는 것인데 지난 2002년 대선이 꼭 그랬다”라며 “밋밋한 대선이 아닌 열전으로 몰고 가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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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박 후보가 팔짱을 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면 민주당 등 야권은 차곡차곡 쌓아둔 박근혜 파일을 이제 집어 들 때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가 절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에 대해 몇몇 언론사 기자도 힘을 모아주고 있다는 설도 분분하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잠시 착각에 빠져 있었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기자회견과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과거와의 이별’에 성공했다는 자평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박 후보에게는 먼 시간, 먼 친인척에서부터 죄여오던 네거티브를 잠시 멈추고, 지금부터는 가까운 시간, 가까운 친인척 또는 가족으로 포위망을 좁혀올 것이란 관측이다.
무슨 이야긴고 하니, 이제부턴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영남대학 부당 강탈 문제, 육영재단 문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 문제 등과 친박계 측근의 비리, 동생 지만 씨가 운영하는 EG그룹 탄생 비화, 올케 서향희 변호사의 과거 전력, 동생 근령 씨와의 낯 뜨거운 스토리까지 융단폭격 식으로 내놓을 것이란 이야기다.
16일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최종 공약안을 지켜보던 한 정치권 인사는 “박 후보가 아무리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실천한다 하더라도 동생인 지만 씨가 EG그룹 총수이자 재벌인 이상 그 어떤 진정성도 없다는 식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박 후보가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를 추인하지 않고 슬쩍 ‘성장’이라는 단어를 넣고 있지만 박지만 EG 한방이면 박근혜 발 경제민주화는 끝난다”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 측이 최근 단일화 맞불 카드로 슬쩍 내놓은 ‘호남 총리설’에 대해서도 비판이 인다. 본인이 영남이라고 호남 총리를 기용해 탕평인사를 한다는 것인데 능력을 떠나 호남이라는 끈 때문에 총리가 된다면 그야말로 ‘지역주의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주의라는 구 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40대와 중도파 진영에 대해 읍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건 전 총리,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모두 “새롭지 않다”라는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지금은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 후퇴, 성장론, 북방한계선(NLL) 논란 고삐 죄기 등으로 박 후보가 ‘보수결집’에 나서고 있는데 보수파보다는 문재인, 안철수에게 갈까 말까 하는 중도파 포섭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든 결집할 수 있는 보수층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도 ‘벼락치기’로 충분히 끌어올 수 있는데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은 박 후보 캠프를 돕는 한 인사의 말이다.
“솔직히 지금 박 후보를 돕는 우리로는 흥이 나지도 않고 신명도 없다. MB처럼 형님 동생 하며 ‘으싸으싸’ 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을 올리면 보기는 하는 것인지, 듣고는 있는 건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박 후보는 공약 발표를 할 때마다 ‘내가 하겠다’는 식이다. ‘합시다’라는 동참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캠프에서도 ‘독재자 방식’이라는 비꼼이 나온다. 지난 과거사 논란 때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도 사안별 맞춤 대응 시나리오가 없다니 얼마나 느슨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아니지만 TV토론을 가장 겁내는 측도 박 후보 진영이라고 한다. 상대 후보가 과거사를 꺼내 들면 박 후보의 표정부터 바뀔 것이란 소리다. 박 후보 주변에서 싫은 소리를 하던 이들은 지금 모두 박 후보와 먼 거리에서 관망하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