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2007년 대선유세 때부터 미국 유권자들을 향해 “한국에서 배우자”고 외쳤다. 4년 임기 내내 그 외침은 지속됐고, 지난 재선 캠페인에서도 이어졌다.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어디를 가든 그는 그곳 사람들에게 한국을 배우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1년 의회 국정연설에선 한국 예찬이 5번이나 들어 있었고, 올해 광복절 때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한국은 역동적 민주주의의 모범사례이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발전과 번영을 경험한 롤 모델”이라고 격찬했다. “싸이의 말춤 동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한국에 관한 관심은 폭넓고 깊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는 전방위 한국 팬 수준이다.
그는 지난 3월 서울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때 한국을 세 번째 방문했다. 2011년에는 G20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고, 그 전에는 취임 후 아시아 순방길에 들렀다. 한국전쟁 중에 방한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임기 중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지만 임기 중 세 번 방한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세 번째 방한 때 한국외대에서 특별 강연을 하면서 “재임 중 한 나라의 수도를 세 번이나 방문하기는 서울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가 참석한 두 차례 국제회의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 두 회의의 한국 유치 성사에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방한은 행동으로 표시된 한국예찬이다. 그의 그런 관심이 세계은행에 한국계의 김용 총재를 추천했고, 주한미국대사로 한국계 2세 성 김을 임명했을 것이다. 그의 한국 예찬은 생래적이다. 아버지의 나라 케냐와 의붓아버지의 나라로 어린 시절에 살았던 인도네시아는 2차 세계대전 종료 때만 해도 한국보다 부자나라였으나 지금 한국은 이들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아마도 그는 한국의 성취에서 자신의 성취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어조에 내재된 진정성도 거기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런 오마바 대통령의 재선은 한미우호를 위해선 든든하지만, 재정 절벽(Fiancial Cliff)으로 몰린 미국 경제와, 중심축을 아시아로 돌리는(Pivot to Asia) 새로운 외교정책으로 오바마 2기의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 교체된 중국의 새 지도부와 격렬한 힘겨루기도 예상되면서 두 강국과 안보와 경제에서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입지가 매우 힘들어질 수도 있다. 12월 대선의 최우선 선택지가 돼야 할 이 과제는 지금 야권 후보단일화 논란 속에 매몰돼 있다.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