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가요 프로그램에선 트롯 스타가 아이돌 스타에게 ‘압승’ 거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안방극장 최고 관심사는 이순신 장군과 ‘전두광’ 보안사령관의 대결이었다. 후자의 경우 영화가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을 뿐, 정확히 표현하면 전두환 보안사령관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시리즈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이 이번 추석 특집 영화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1312만 관객을 동원했고 2023년 12월 20일 개봉해 정면 승부를 벌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457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안방극장 격돌도 9월 18일 저녁 8시 30분과 8시 편성으로 동시간대 정면승부였다. 결과는 SBS에서 방영된 ‘서울의 봄’이 6.5%를 기록하며 5.0%에 그친 ‘노량: 죽음의 바다’(MBC 편성)보다 높은 시청률 수치를 기록했다.
스크린에 이어 안방극장까지도 이순신 장군을 넘어선 전두광 보안사령관이지만, ‘마석도’ 형사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이보다 앞선 9월 16일 방영된 SBS 추석 특선 영화 ‘범죄도시3’가 7.1%를 기록하며 이번 추석 연휴에 방송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범죄도시3’는 2023년 5월 31일 개봉해 1068만 관객을 동원했다. 극장 개봉 성적에선 1312만 관객의 ‘서울의 봄’이 1068만 관객의 ‘범죄도시3’를 압도했지만 추석 안방극장 시청률 경쟁에선 졌다.
기본적으로 ‘범죄도시3’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데 반해 ‘범죄도시3’는 넷플릭스보다 이용자가 적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상반기 OTT별 구독률은 넷플릭스가 43%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디즈니플러스(13%)는 5위였다.
그 뒤를 ‘30일’(4.9%. KBS2 편성), ‘밀수’(4.0%. MBC 편성), ‘달짝지근해: 7510’(3.8%. KBS2 편성), ‘시민덕희’(3.3%. KBS2 편성), ‘명량’(3.2%. MBC 편성), ‘정직한 후보2’(3.0%. SBS 편성), ‘타겟’(3.0%. JTBC 편성) 등이 이었다.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새 개봉한 작품들인 데다 특히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는 개봉한 지 1년도 채 안 된 최신작인데도 곧바로 명절 안방극장에 상륙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며 VOD 시장의 영향력이 줄어 신작 영화들의 안방극장행도 빨라진 덕인데, OTT 구독률 차이로 인해 비교적 구독자가 적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단독 서비스된 ‘범죄도시3’, ‘30일’, ‘달짝지근해: 7510’ 등의 이번 명절 TV 시청률이 다소 높게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에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작품이 오히려 안방극장에선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이처럼 OTT 서비스 영향력이 곧바로 안방극장 시청률로 연결되는 영화와 달리, 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쇼는 OTT 서비스의 등장 전처럼 여전한 파급력과 화제성을 가진 채로 명절 TV를 책임졌다. 평소 가요 프로그램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아이돌 위주인 반면, 전통적으로 명절에는 트롯 스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방송가에선 2020년 추석 연휴 KBS2에서 방송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려 29.0%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는 아니었지만 2021년 12월 KBS2에서 방송된 송년 특집 ‘We're HERO 임영웅’도 16.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KBS2가 추석 특집쇼 ‘이찬원의 선물’을 준비했다. 나훈아, 임영웅에 이은 KBS2의 세 번째 트롯 스타 단독 쇼로 준비된 ‘이찬원의 선물’은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We're HERO 임영웅’에 비하면 다소 낮은 시청률이지만 안방극장의 여전한 트롯 열풍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2위는 KBS 추석 기획 ‘전국노래자랑-별의 전쟁’으로 이 역시 6.4%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추석 기획이라고 평소보다 높은 수치였던 것은 아니다. 남희석이 새로운 MC가 된 이후 ‘전국노래자랑’은 꾸준히 6%대를 기록하고 있다. MBN에 고정 편성된 쇼 프로그램 MBN ‘한일톱텐쇼’도 5.2%의 시청률로 3위에 올랐다.
4위는 TV조선 추석 특집 ‘영탁쇼’로 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임영웅에 이어 이찬원과 영탁까지 여전히 TV조선 ‘미스터트롯1’의 주역들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성적표다.
SBS에서 방송된 ‘더 트롯쇼 : 한가위 특집’은 3.6%로 5위에 올랐다. 이처럼 트롯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이찬원의 선물’, ‘한일톱텐쇼’, ‘영탁쇼’, ‘더 트롯쇼 : 한가위 특집’은 물론이고 ‘전국노래자랑-별의 전쟁’ 역시 주요 장르는 트롯이다. 그만큼 방송가에서 트롯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트롯 스타에 대항하는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기대감은 KBS2에서 방송된 KBS 대기획 ‘딴따라 JYP’에 집중됐다. 박진영을 중심으로 god, 비, 원더걸스, 2PM, 트와이스 등 JYP엔터테인먼트를 거쳐 간 가수들의 합동 무대로 마련된 ‘딴따라 JYP’는 트롯 열풍과 정면 승부를 벌인 끝에 3.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더 트롯쇼: 한가위 특집’과 함께 공동 5위에 머물렀다.
MBC에서 방송된 ‘2024 추석 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는 9월 16일, 17일, 18일 3일 동안 연이어 편성됐다. 그렇지만 1, 2회는 3.4%에 그쳤고 3회에서 3.6%를 기록하며 역시 공동 5위가 됐다. 명절 연휴에는 아이돌 스타보다 트롯 스타들이 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