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만날 ‘자기 덫’에 걸리나요?
▲ TV토론 걱정된다 박근혜 캠프의 ‘실력’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의심받고 있다. TV토론 준비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박 후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참석한 캠프 인사는 이름만 거명해도 아는 핵심이었다. 단일화에 맞설 전략이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한 발 한 발 그냥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잘 포장하면 꼼수나 꾀가 아닌 정도로 포장할 수 있고, 몇몇 우호 언론이 그렇게만 프레이밍(framing)하거나 네이밍(naming)해주면 어찌어찌 밀고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말에 정말 놀랐다. 이렇게 아무 전략도, 생각도 없이 일을 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첫 유세를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까지 다 짜 놓았다는데 실망스러웠다.”
박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11월 6일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환영’의 뜻을 밝힌 바가 없다. 오히려 기자들이 물어오면 “단일화는 이벤트일 뿐”이라고 겨냥했고, “쇼를 할 필요는 없다”라며 갖은 전략을 짜내는 중앙선대위의 힘을 빼버렸다. 박 후보가 그러니 당내 모든 발언자들이 공·사석 가리지 않고 ‘야합’과 ‘권력 나눠 가지기’라고 물고 늘어졌다. 전략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박 후보 측에서 호남 총리설이 흘러나오자 야권이 ‘권력 나눠 가지기 아니냐’며 공격을 해온다. 제 덫에 제가 걸린 모양새다.
▲ 박근혜 캠프가 계속 헛다리를 짚고 있다. 후보 등록 후 본격적인 유세에 들어가면 좀 달라질까. 임준선 기자 |
첫째는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경남도민이 어떤 생각을 할까에 대해서다. 홍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사건, 박희태 전 대표 경선 당시 돈 봉투 살포 등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쇄신’ 차원에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당명까지 개정했는데 그때 제대로 된 지도부를 이끌지 못해 물러났던 전직 대표가 경남도지사 후보로 둔갑(?)해 나타난 것이다. ‘경남도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하는 논란에서 비켜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홍준표의 즉흥적 출마와 공약 남발’이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합천의 학남초교를 나왔지만, 대구의 영남중·고교를 졸업했다. PK 같지만 TK와 가깝다. 그런 그가 ‘옛 마산으로 경남도청사 이전’과 ‘진주에 제2 도청사 건립’ 공약을 내걸었다. 떠날 자리 주민이 들고 일어난 건 당연지사. 경남도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즉흥적’이라는 공세가 시작됐다.
나머지는 ‘홍준표의 입’이 시한폭탄과 같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미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한 종합편성채널에 들어서면서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을 보러 온 게 아니다. 네까짓 게”라고 막말을 했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요청에 자신을 못 알아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홍 후보는 이미 수차례 설화에 휩싸인 바 있다. 경남이 부산만큼은 돌아서지 않았지만 부산 출신 야권 후보가 있는 만큼 새누리당과 멀어지고 있는 부산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홍은 결코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박 후보를 물 먹이고 홍이 당선될 것”이란 말이 무게감을 가진다. 부산·경남에서 박빙이라면 박 후보는 완패다.
단일화에 ‘무조건 공격’을 가하면서 박 후보에게 “다른 정치인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 방법을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일임하겠다며 얻은 이미지는 ‘맏형’이다. 그 말만으로 안 후보는 ‘하수’가 됐고 문 후보는 ‘고수’가 됐다. 만약 박 후보가 단일화를 이벤트나 쇼로 폄하하지 않고 ‘야권이 하나의 후보를 내기로 한 진통의 뜻으로 환영한다, 이미 후보자 도출이 많이 늦었으니 국민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서두르자, 정정당당하게 겨루자’ 정도의 발언을 했다면 박 후보는 “다른 정치인과는 정말 다르다”라는 평가를 얻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 큰’ ‘맏언니’ 이상의 ‘대통령감’이라는 3가지 이미지 정도는 각인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그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것이다. 맏형보다도 어른스러운, 국모적 이미지를 띄우지 않으면 대선 본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자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실정을 했든 아니든 국민에게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다. 분노보다는 측은지심이 먼저 인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를 진두지휘하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 부정해서(부정을 저질러서)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냐”고 말한 뒤 언론은 앞 다퉈 ‘김무성 설화’를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발언에는 ‘고의성’이 감지된다. 반 노무현 세력을 결집해서 보수 이탈층을 막거나 불러오자, 또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가 아니라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로 만들자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대선을 위해 사자(死者)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야권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무현 향수가 더 짙게 배면서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로 짜일 수 있다는 쪽도 생겼다. 전략이 없으니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돌출하는 것이다.
박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TV토론을 시샘해 26일 밤 11시 홀로 나와 단독 TV토론을 펼칠 것을 기획하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편파방송을 해달라고 지상파에 생떼 쓰는 격”이라는 비꼼이 나왔다. 박 후보가 TV에 집중적으로 노출될수록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그 주변 측근들의 전언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문-안 후보의 TV토론은 그냥 당의 행사처럼 치부하고 통 크게 웃어넘기면 될 일이라는 게 박 후보를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 돕는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박 후보의 TV토론을 최종 연출·감독하는 인물은 진영 정책위 의장이다. 판사 출신이라 판결문 이상의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한다.
한 지역구 관계자는 “구두시험 보는데 작문시험 준비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어필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통일 스포츠 등을 망라해 융·복합적 질문으로 상대방을 어지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려면 종합사고를 할 수 있는 지휘틀이 마련되어야 하고, 박 후보 스스로 제대로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껏 박 후보가 많은 정책을 밝혔고 많은 연설을 했지만 귀에 꽂히거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데 있다. 2007년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만큼도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 박 후보를 돕는 당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입이 삐죽 나와 있거나, 쾌재를 부르는 것 둘 중 하나의 부류란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보좌진들은 모두 해당 의원의 지역구로 내려가게 돼 있다. 박 후보가 진정 대통령이 되길 원하는 쪽은 자신들이 표 확장성에 기여할 자신이 없어 하고,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관계없는 부류는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놀거나 신세 갚을 인사에게 술과 밥을 사거나, 반대라면 얻어먹을 일에 신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좌진의 지역구 징발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한 보좌관은 “서울 출신인데 지방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하면 효과가 있나. 오히려 자신이 머무는 곳, 가장 자신 있는 곳에서 밤낮없이 설득해야 표가 되는 것 아니냐? 해당 학교 동창회 확보 전략에 나선다면 표 안 되는 지역구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좌진의 ‘지역구 앵벌이’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스스로 털어놓고 있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진영이 얼마나 생각이 없는지 보여주는 쓸쓸한 단면이다.
선우완 언론인
박캠프 ‘펭귄’과 ‘팽이’를 아시나요
측은하기도, 고소하기도
“펭귄과 팽이가 안타까운 처지가 됐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인사의 말이다. 펭귄은 팽김(烹金)을, 팽이는 말 그대로 팽이(烹李)다. 김종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행복추진위원장과 이정현 공보단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 이 단장을 신문 지면에서나 TV 브라운관 속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많은 인사가 “이정현이 TV 나올 때마다 흥분해서는, 박근혜 표 다 갉아 먹는다”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 옮겼다고 한다. 급기야 이 단장은 언론사 출신들이 가득한 공보단 회의에서 ‘내 뜻이 곧 짐의 뜻’이라고 넌지시 피력하면서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 공분을 샀고, 급기야 몇몇 인사들이 이틀씩 출근을 보이콧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한다. 한 공보단 관계자는 이 단장이 회의가 많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성의 없이 아침회의를 진행했고, 일부 회의는 다른 회의 참석차 빠지면서 언론사 출신들이 화를 많이 냈다고 전했다. 선대위 한 핵심은 이 단장에게 허가 없이는 TV 출연 금지라는 엄포를 놨다는 전언이다.
한 기자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은 행추위에서 끝난 것이냐?”라는 질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네”라고 답한 것도 쓸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경제민주화 내걸고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된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제 뜻을 관철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창업공신인 비상대책위원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박근혜 후보의 수첩’에는 ‘경제민주화’가 없다”며 “김종인 위원장, 빨간 야구복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박근혜 후보의 용병술이고 리더십”이라고 비꼬았다.
서영교 원내부대표는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주자로 내세우는 김종인 위원장을 말씀드리면 이제 김종인 위원장은 박 후보로부터 팽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 민주도, 경제도 빠지고 재벌총수만 남았는데 내세우던 그분도 마찬가지”라고 겨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정권을 잡든 그러지 않든 내각 리스트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꼭 필요해 새누리당에 몸을 담았고, 노구를 이끌고 땀을 흘렸는데 역할이 ‘허무하게’ 끝난 것이다.
팽김과 팽이를 두고 한쪽에 대해선 다소 측은해하는 쪽이, 한쪽에 대해선 좀 고소하다는 쪽이 양분된 분위기다. [완]
측은하기도, 고소하기도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인사의 말이다. 펭귄은 팽김(烹金)을, 팽이는 말 그대로 팽이(烹李)다. 김종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행복추진위원장과 이정현 공보단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 이 단장을 신문 지면에서나 TV 브라운관 속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많은 인사가 “이정현이 TV 나올 때마다 흥분해서는, 박근혜 표 다 갉아 먹는다”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 옮겼다고 한다. 급기야 이 단장은 언론사 출신들이 가득한 공보단 회의에서 ‘내 뜻이 곧 짐의 뜻’이라고 넌지시 피력하면서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 공분을 샀고, 급기야 몇몇 인사들이 이틀씩 출근을 보이콧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한다. 한 공보단 관계자는 이 단장이 회의가 많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성의 없이 아침회의를 진행했고, 일부 회의는 다른 회의 참석차 빠지면서 언론사 출신들이 화를 많이 냈다고 전했다. 선대위 한 핵심은 이 단장에게 허가 없이는 TV 출연 금지라는 엄포를 놨다는 전언이다.
한 기자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은 행추위에서 끝난 것이냐?”라는 질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네”라고 답한 것도 쓸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경제민주화 내걸고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된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제 뜻을 관철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창업공신인 비상대책위원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박근혜 후보의 수첩’에는 ‘경제민주화’가 없다”며 “김종인 위원장, 빨간 야구복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박근혜 후보의 용병술이고 리더십”이라고 비꼬았다.
서영교 원내부대표는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주자로 내세우는 김종인 위원장을 말씀드리면 이제 김종인 위원장은 박 후보로부터 팽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 민주도, 경제도 빠지고 재벌총수만 남았는데 내세우던 그분도 마찬가지”라고 겨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정권을 잡든 그러지 않든 내각 리스트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꼭 필요해 새누리당에 몸을 담았고, 노구를 이끌고 땀을 흘렸는데 역할이 ‘허무하게’ 끝난 것이다.
팽김과 팽이를 두고 한쪽에 대해선 다소 측은해하는 쪽이, 한쪽에 대해선 좀 고소하다는 쪽이 양분된 분위기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