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지역 화학업체 전 대표이사 “‘명 박사’가 2011년 우리 회사 터 안 좋다며 다 휘저어 놨다”
명 씨의 그동안 주요 활동 무대는 거주지가 있는 창원시였다. 그는 2010년대 초반 창원 지역 재계를 비롯한 각계 유력인사 사이에서 “꽤 유명한 풍수지리가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창원 지역에서 코발트 액상 촉매를 제조하는 한 화학업체에서 기술이사와 대표이사를 역임한 A 씨는 최근 일요신문에 “2011년 여름에 ‘명 박사’가 우리 회사에 와서 ‘회사 터가 안 좋다’며 회사를 다 휘저어 놨다”며 “회사 담장을 다 허물었고 사무실 앞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도 다 뽑았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이 회사 기술이사였다. A 씨가 언급한 ‘명 박사’는 명태균 씨. 지역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명 박사’로 통했다고 한다.
명 씨는 당시 이 업체 B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회사 구조물 등을 풍수에 부합하게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
A 씨 증언이 사실일 경우, 명 씨는 13년 전인 2011년 이전부터 풍수가로 소문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풍수가로 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 씨가 풍수가로 활동하던 2011년 당시 이 화학업체 B 대표이사는 역술과 풍수 등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한 재계 인사는 “B 대표의 가까운 인척 가운데 역술인이 있고, B 대표 역시 그 쪽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풍수가’ 명 씨가 지역 유력인사 몇몇에겐 사업 등과 관련해 직접 조언도 해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명 박사는 (2011년) 우리 회사를 풍수에 맞게 바꾼다며 사무실에 있는 집기들 위치까지 싹 바꿨다”며 “당시 직원들도 모두 이 광경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명태균 씨와 B 대표에게 이에 대한 사실 여부와 입장 등을 듣고자 10월 27일 오전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본지 보도 이후인 10월 27일 오후 "민주당은 최근 '명 씨가 경남 창원 일대에서 2010년대 초반 풍수가로 활동했다'고 밝힌 창원 지역 화학업체 전 대표이사 A 씨도 (국회) 운영위 국감 참고인으로 부르는 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일요신문과 동아일보 등 보도 이후인 10월 27일 저녁 B 대표는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명태균이란 사람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무슨 의도로 사실 여부도 확인 없이 이런 악의적인 거짓 기사를 올리셨는지 당황스럽고 불쾌하네요"라며 "법적 대응 하기 전에 기사 내리세요"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화학업체 전 대표이사 A 씨는 10월 28일 오전 "보도 이후에 B 대표 등 회사 관계자 누구도 나한테는 연락해오지 않았다"며 "국회 국감 참고인 출석 제안이 오면 참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화학업체는 의류와 음료수병 소재를 제조하는 롯데케미칼, 한화임팩트, SK케미칼, 태광산업 등 6개 석유화학업체에 원료를 납품하는 견실한 업체로 전해졌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코발트 액상 촉매를 제조하는 이 업체를 포함한 3개 업체가 2015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롯데케미칼 등 6개 석유화학업체에 공급하는 원료 가격과 공급 물량 등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며 과징금 6억 49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와 별개로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도 풍수가 행세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명 씨는 최근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해당 변호사) 사무실을 싹 엎어서 바꿔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 '정치권 브로커' 등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는 명태균 씨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증폭된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