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철수사단’ 어디로 튈라나
▲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선언한 뒤 회견문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주당은 일단 시간을 두고 안 후보의 유세지원 등에 대한 결정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와 합의했던 새정치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와 안철수 사람들 끌어안기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후보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외곽에서 돕는 정도의 스탠스를 유지할 경우 단일화 효과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사퇴한 것은 그에게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한다. 단일화 전쟁에서 패하기 전에 사퇴한 것이 차차기를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민주당의 대선 결과 등에 따라 정치적으로 서서히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사퇴 정국의 앞과 뒤를 취재했다.
안철수 후보의 전격 사퇴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한 전격적 결정이었다. 그는 정치 입문이 두 달밖에 안 된 ‘초짜’였지만 노회한 민주통합당 인사들을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도 시간이 갈수록 그가 꼭 지켜내야 하는 상식의 정치 명분이 퇴색돼 갔고 여론도 문재인 후보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가면서 결국 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차기를 위해서도 아름답게 패배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자신도 승부에만 집착하는 구시대 정치인 이미지로 비쳐지기 시작한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할 수 있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이에 대해 “만약 안 후보가 단일화 방식 협상을 통해 도출된 방식으로 정면대결을 벌여 패배했다면 그 내상이 상당히 오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사퇴를 했기 때문에 일단 차기를 도모할 수 있는 명분은 확보한 셈이다. 사퇴를 정치 전략적으로 보면 안철수의 승부사적 기질이 돋보이는 카드였다”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은 환영일색이지만 그의 사퇴 이유에 대한 부정적 해석도 있다. 단일화 협상 이후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자 ‘정치적 손절매’에 나섰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 입문 두 달여 만에 대권도전에 나선 초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경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와 친분이 있는 한 IT업계 대표는 좀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내가 겪어 본 안철수는 연예인 기질이 좀 있는 사람이다. 연예인들은 수만 명이 좋아하는 것에는 당연해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싫어한다면 밤새 괴로워한다. 반듯한 성품에 성공스토리를 가진 그는 누가 봐도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고 또 그는 대중들의 그런 열망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단일화 전쟁을 거치면서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욕도 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안철수 몽니라는 말까지 나오자 더 이상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결정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를 보고 몰렸던 지지자들을 한 순간에 차버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 정치실험 여기까진가 안철수 캠프 참모들이 안 후보의 사퇴선언 기자회견을 비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일단 안 후보가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외곽에서 독자적인 지원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선대위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말 그대로 백의종군해서 돕겠다는 것이다. 그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회견 때 확실히 밝히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그는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 달라”고 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것보다는 “(앞으로) 새로운 정치를 진심으로 갈망한다”며 자기 정치를 계속할 것임에 더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이 박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반 민주당 정서도 이번에 더욱 확실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박스기사 참조).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회견문에서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습니다”라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한 중견 기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계속 정치를 하고, 새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안 후보가 밝혔다. 그것을 실현하는 첫 번째 단계는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문재인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가 그동안에 쌓였던 감정을 수습할 때까지 기다려 주면서 선대위 참여를 권유할 생각이다. 선대위원장단이 총사퇴하며 자락도 깔아놓았다. 안철수 캠프에서 뛰던 멤버들도 영입해 배려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와 약속했던 새정치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투 트랙으로 안철수 사퇴 정국을 수습해나갈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의 사퇴로 단일화 전쟁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후유증이 일부 있겠지만 민주당으로선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은 일단 없어진 셈이다. 일단 민주당이 헤쳐모여 식으로 공중분해 될 일이 사라졌다. 문재인 후보 역시 안철수 세력을 다 끌어들이려면 결국 신당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안철수 세력을 종속변수로 묶어둘 수도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장래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이번 단일화 전쟁에서 통 큰 양보를 한 것에 대한 확실한 ‘혜택’을 받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민주당 선대위 참여와 대선 승리 시 야권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안철수 후보의 전격 사퇴회견을 두고 일각에서는 “열 받아서 그냥 수건을 던져버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사진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19일 한농연 대선후보 초청 연설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문재인 |
그는 이어 “결국 안철수가 계속 정치를 하겠다면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민주당에 대해 재인식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자신의 생각처럼 말도 안 되는 당이 아니고, 문재인 후보가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후보에게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안 후보로서도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다음 청와대나 정부에서 중책을 맡지 못한다면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안철수로서는 당분간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를 돌아보면서 문재인 당선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왜 실패했는지’ 복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영원히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안철수 신당론은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다음 선거가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거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신당을 만들기에는 동력이 너무 약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자기 공천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면 누구도 목숨 걸고 뛰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안철수 사단은 일부 핵심 참모들의 소규모 정치결사체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대선 이후 훌쩍 외국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으레 패배한 후보들이 그랬듯이.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안철수 뿌리깊은 민주당 불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열 받아서 그냥 수건 던져 버린 것’이라는 부정적 말도 나온다. 실제로 안 후보는 회견장면을 보면 내내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에게는 본능적으로 안티 민주당 정서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이것이 단일화 협상 난항의 본질적 사안일 수 있고 결국 사퇴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안철수 사람들이 지나치게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또 민주당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안철수 캠프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안철수와 그 주변 사람들, 특히 민주당 출신이 아닌 측근들(금태섭 조광희 강인철 김성식 이태규 등과 캠프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박경철도 포함)은 민주당을 실패한 정치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들이 보기에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은 예전에는 민주화와 인권 신장, 반부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역할을 했던 정당이라는 것 정도일 뿐 본질적으로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개혁 대상이라는 거다. 그렇게 민주당을 무시하다 보니 민주당 대선후보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고 오히려 안 후보가 낫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서 문재인 후보를 무시하는 데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잡음 속에 치러진 것도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 모임에서 ‘호남에 가 봤더니 문재인이 자랑했던 100만 명의 선거인단이 뽑은 후보라는 걸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을 부정경선을 통해 후보에 오른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문 후보가 호남의 대표성을 완전히 인정 못 받았다는 평가가 안철수 사람들의 무시 분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친노’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다. 안 캠프에선 친노그룹을 ‘계파 패권주의에 빠져 총선을 말아먹은 집단’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안 후보는 TV토론회에서 특정 인사의 퇴진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새정치공동선언’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해찬 퇴진을 요구하고, 친노그룹 퇴진을 요구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김경록(손학규 캠프 언론특보를 맡는 등 최측근)을 비롯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손학규 후보를 밀었던 일부 인사들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면서 반 친노 기류가 더욱 강해진 것도 안티 친노 정서에 한몫했다.
이런 반 민주당 정서는 단일화 협상 내내 안철수 사람들의 저변에 깔려 있었고 결국 안 후보가 최종적으로 그 분노를 표출한 게 ‘양해 없는’ 일방적 사퇴회견이었다는 것이다. [성]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열 받아서 그냥 수건 던져 버린 것’이라는 부정적 말도 나온다. 실제로 안 후보는 회견장면을 보면 내내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에게는 본능적으로 안티 민주당 정서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이것이 단일화 협상 난항의 본질적 사안일 수 있고 결국 사퇴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안철수 사람들이 지나치게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또 민주당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안철수 캠프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안철수와 그 주변 사람들, 특히 민주당 출신이 아닌 측근들(금태섭 조광희 강인철 김성식 이태규 등과 캠프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박경철도 포함)은 민주당을 실패한 정치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들이 보기에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민주당은 예전에는 민주화와 인권 신장, 반부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역할을 했던 정당이라는 것 정도일 뿐 본질적으로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개혁 대상이라는 거다. 그렇게 민주당을 무시하다 보니 민주당 대선후보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고 오히려 안 후보가 낫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서 문재인 후보를 무시하는 데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잡음 속에 치러진 것도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 모임에서 ‘호남에 가 봤더니 문재인이 자랑했던 100만 명의 선거인단이 뽑은 후보라는 걸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을 부정경선을 통해 후보에 오른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문 후보가 호남의 대표성을 완전히 인정 못 받았다는 평가가 안철수 사람들의 무시 분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친노’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다. 안 캠프에선 친노그룹을 ‘계파 패권주의에 빠져 총선을 말아먹은 집단’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안 후보는 TV토론회에서 특정 인사의 퇴진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새정치공동선언’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해찬 퇴진을 요구하고, 친노그룹 퇴진을 요구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김경록(손학규 캠프 언론특보를 맡는 등 최측근)을 비롯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손학규 후보를 밀었던 일부 인사들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면서 반 친노 기류가 더욱 강해진 것도 안티 친노 정서에 한몫했다.
이런 반 민주당 정서는 단일화 협상 내내 안철수 사람들의 저변에 깔려 있었고 결국 안 후보가 최종적으로 그 분노를 표출한 게 ‘양해 없는’ 일방적 사퇴회견이었다는 것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