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든 꼼수든 예상차익 ‘10배’
▲ 김충석 여수시장 자녀가 20%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다산SC의 아파트 공사 예정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왜거기다 아파트를 지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길을 가는 여수시민을 붙잡고 문수동 아파트 건설 논란에 대해 물어보니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도 한결같았다. 이미 문수동 인근을 비롯해 여수시 곳곳에 아파트 건설이 계획돼 있는데 가만둬도 복잡한 그곳을 파헤칠 까닭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말처럼 문수동은 여수시에서도 인구 과밀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취재진이 공사 예정 부지인 문수동 717-3 일대를 둘러보니 도보 5분 거리에만도 이미 1500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빽빽이 들어선 상태였다. 주변 아파트 주민을 대표해 구성된 여수시 문수동 아파트 건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이를 근거로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고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문수동은 지금도 학교 및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여기에 700세대(15층)가 넘는 아파트가 새로 생긴다면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게다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아파트가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교통체증 및 일조권 침해 등의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사 예정 부지는 일대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녹지라 공원으로 개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시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는 것. 여수시 건축과 관계자는 “지난 2010년 10월 11일 시행사인 다산SC가 문수동 717-3 일원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우리 시에서 신청부지가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도시기반시설의 공급계획 및 인구배분계획’에 의한 도시기반계획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가처분을 내렸다. 이에 다산SC는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고등법원은 이번 소송에 대해 “사업지 주변에 고층의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토지 이용을 합리화할 수 있고 도시계획도로를 확장하면 교통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며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대법원 상고 포기로 인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송 져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시작되자 시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패소했고 3심 상고를 포기한 것도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상고를 한다 하더라도 승소하기 어렵다’는 고문변호사의 자문과 고등검찰청의 지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여수시의원 및 시민단체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야 공사 예정 부지에 김충석 여수시장의 자녀들 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투기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소유한 땅 규모도 상당했다. 공사 예정 부지인 4만 4319㎡ 가운데 20%에 달하는 땅이 김 시장의 자녀들 소유였다.
▲ 아파트 건설 시행사 다산SC가 입주해 있는 건물. 박은숙 기자 |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했다. 두 아들들이 지난 2010년 아파트 건설 사업에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해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 결과 다산SC는 용역을 고용해 아들들이 거주하는 서울까지 직접 찾아가 승낙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자리에서 두 아들들은 사업승인 한 달 이내에 돈을 받는 조건으로 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해줬다. 게다가 계획된 사업부지 중 문제의 두 필지만 매입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정확한 거래 가격을 예측하긴 어려우나 물가상승을 고려해도 10배 가까이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땅 주변은 도로 인접성에 따라 평당 60만~20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김 시장의 아들들 땅의 경우 20억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보통 아파트 건설이 확정되면 주변 땅값이 오르는데 아직까지 매입이 안 된 상태라면 웃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건설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도 “김 시장의 아들은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땅을 팔라는 제의를 받았을 땐 분명 아버지인 김 시장의 의견을 물었을 것이다. 그 때는 땅을 팔라고 해놓고 이제야 시민을 위하는 척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며 발뺌하는 꼴”이라며 “만약 김 시장의 아들이 지금이라도 땅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 이번 아파트 사업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인데 왜 이렇게 문제를 크게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다산SC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산SC 박정환 대표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할 땐 시장 아들의 땅이 포함된 줄도 몰랐다. 소송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는데 시장 아들들의 땅 규모가 커 매입을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김 시장의 아들이 입장을 번복해 땅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 손해배상청구도 불사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사업이 지연돼 손해가 막심하다. 우리도 양보를 해 본래 18층을 15층으로 낮추고 주변 도로 건설도 하기로 했다. 법원에서도 사업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니 공사 허가가 빨리 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경찰이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수경찰은 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행정소송에서 시가 상고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윗선의 압력이나 부정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을 시작한 시기부터 위법사항이 있는지 검토하고 고위 간부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