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경륜-후배의 기발함이 시너지 ‘간호사 구인난 숨통’
-“체력 닿는 한 환자들 곁에서 의료 현장 지킬 것”
[일요신문] 지역 종합병원들이 의정갈등에 따른 대학병원 진료 차질로 갑자기 입원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업무가 가중된 간호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며 임상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고질적인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 온종합병원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병원 은퇴간호사들을 적극 영입해 간호사 구인난의 숨통을 터고 있다.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에는 11월 13일 현재 기준으로 고객지원센터 정복선 간호사를 비롯, 내시경실, 수술실, 장기이식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등에서 모두 7명의 은퇴간호사들이 재취업해 ‘세 번째 스무 살’의 간호사 삶을 살고 있다.
올해로 입사 3년차인 A 간호사는 지난 2022년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정년퇴직한 후 온종합병원 내시경실에서 다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A 간호사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소로 다가가 검사 전 주의사항들을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해서 공복인데다, 혹시 검사하면서 나쁜 병이라도 발견될까 조바심 내는 환자들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내시경검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의료진에게 연락하고 환자들을 대기시키는 일까지, 검사 이후엔 수면마취 탓에 주치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차 결과를 들려주고 외래 예약까지 도와준다.
A 간호사는 “하루 50여 건을 치르다 보면 파김치가 되고 의사인 아들도 제발 쉬시라고 하지만, 은퇴하고도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혜택 받은 직업인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온종합병원 중앙수술실의 회복실에서 일하는 B 간호사도 대학병원 출신 은퇴간호사로 재취업했다. 3년 전부터 회복실에서 후배들과 손발을 맞추고 일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잠시 떠났다가, 최근 다시 임상현장으로 돌아오자 후배들이 반가워서 B 간호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만큼 정도 신구세대의 관계가 돈독하다.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은 자식뻘이어서 B 간호사는 후배들을 엄마 리더십으로 대한다.
역시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는 C 간호사도 수십 년 대학병원 수술실 간호사를 거쳤으며, 잠시 대학에서 예비간호사들을 가르치다가 다시 임상 현장이 그리워서 ‘친정 같은’ 수술실로 돌아왔다. 대학병원 근무 시 고난도 수술에 많이 참여한 경험을 살려, C 간호사는 연차가 낮은 후배들이 수술 도중 당황해하면 의료진과의 소통에 나서 중재 역할을 자임한다. 한참 후배인 수간호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수술실 후배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다독여준다.
부산대병원에서 정년퇴직한 정복선 간호사는 올해로 온종합병원 고객지원센터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고객지원센터는 환자 안내에서부터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과의 진료 협력 업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고객 치다꺼리를 도맡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들을 외래진료실이나 각종 검사실로 직접 모시고 다니면서도 정 간호사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의료법인 온종합병원 간호이사직을 맡아 후배 간호부장과 함께 젊은 간호사들의 멘토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정복선 간호사는 “병원은 이제 최고의 서비스를 베풀어야 하는 직장이 됐다”며 “높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 내 어느 한 곳에서 불친절하게 되면 환자들은 ‘불편한 병원’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체력이 닿는 한 환자들 곁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으로 60세 이상 간호사 중 은퇴 후 재취업한 간호사는 약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면허 간호사 수의 약 5.2%에 해당한다. 하지만 은퇴 후 재취업 간호사의 근무지는 요양병원, 요양원, 보건소 등이며, 급성기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한간호협회의 '간호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면허등록 간호사 수는 41만 4983명에 달하지만, 임상 간호사 비중은 53%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면허를 가진 48만 1,000명 중 양호교사, 119구급대 등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있지만 쉬고 있는 장롱면허자가 10만 6,000명으로 추산된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지역 종합병원들은 해가 갈수록 간호사 구인난이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베테랑 간호사들의 지역 종합병원 재취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정년도 연장되는 상황인 만큼 은퇴간호사들의 재취업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온종합병원은 지역 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지난해 700병상을 허가받았으나, 간호사 구인난으로 풀 베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2025년 상반기까지 모두 300명의 간호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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