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버려’ 사내 문건 새 변수 부상에 미성년자 멤버 보호 미흡 지적받아…“소송 가면 하이브가 불리” 관측

뉴진스는 전속계약 제15조 제1항에 담긴 내용을 언급하며 "뉴진스는 이미 어도어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한 상태이므로, 만약 이 서신을 받은 후 14일 이내 모든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파탄된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할 길이 없다"며 "결국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뉴진스의 내용증명은 앞서 9월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진행한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하이브 내부적으로 뉴진스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고, 이로 인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멤버들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도어 경영진마저 전원 하이브 측 인사로 교체돼 더 이상 적극적인 보호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당시 멤버들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뉴진스 홀대'에 새롭게 더해진 것이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등장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보고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되고 각 레이블 임원진들에게 매주 제공돼 온 이 문서는 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적나라한 모욕 발언을 담고 있어 국내외 K-팝 팬덤에 엄청난 충격을 준 바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해당 문서 내 뉴진스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된 것 가운데 대중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이번 뉴진스의 내용증명에도 포함된 내용은 "걸그룹 초동 100만 장 시대로 블랙핑크-르세라핌-에스파-아이브를 묶으며 아예 카테고라이징을 4세대론과 달리 가져가거나 하는 움직임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 싶음. '뉴아르(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다. 4세대 최상위권 걸그룹을 묶는 용어에서 뉴진스를 배제한 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엔터업에서 가장 중요한 유행 주도 흐름을 잡는 데 있어 자사 소속 아티스트를 '버린다'고 표현한 문구까지 포함된 만큼, 이 보고서는 민 전 대표가 수신을 거부해 내용을 볼 수 없었던 시기(2023년 초 이후)와 하이브와의 갈등이 불거진 시점 이전(2024년 4월 이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이 문구에 앞서 "뉴진스-아일릿-르세라핌으로 ‘하이브의 뉴아르’라는 워딩이 커뮤니티에 등장하면서 아일릿의 언급이 늘어난 부분이 있었음"이라며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에 대한 홍보 방향을 잡고 있는 점에서 볼 때, 아일릿의 데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이브의 뉴아르'라는 언급이 처음 나왔던 2024년 3월 25일 이후 문제의 보고서가 작성됐을 것으로 좁혀졌다. 민 전 대표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를 비롯한 하이브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지적해 갈등을 빚던 시기,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몰아냄과 동시에 뉴진스의 대체재인 아일릿과 르세라핌을 앞세워 걸그룹 파이를 새로 장악할 방향을 모색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도 점차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보고서 작성 이후 시점에 하이브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에게 보인 '소극적인' 태도 역시 재조명됐다. 민 전 대표가 어도어와 뉴진스를 빼돌릴 것을 계획했다는 업무상 배임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시기, 아직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앞선 피프티피프티의 전 멤버 3인들의 사례를 빗대 '뉴프티'라는 조롱이 이어지는데도 하이브 측이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영진들의 분쟁인데도 관계없는 뉴진스 멤버들을 이용한 것은 민 전 대표보다 오히려 하이브라는 비판도 이때부터 나왔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하이브-민희진 사태 초반에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채팅 내용이 유튜버 등을 통해 공개된 것이 그 예로 꼽힌다. 채팅 내용 중 분쟁과는 큰 관련이 없음에도 멤버들에 대한 언급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메시지가 주목 받으면서다. 이로 인해 극심한 조롱을 받은 것은 오로지 멤버들이었는데도 이 유출 건에 대해서조차 하이브가 마땅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예인과 소속사의 전속계약은 통상적인 계약 이상으로 고도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계약 체결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필수 요건인 만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신뢰를 훼손하거나, 시정 요구에도 개선하지 않을 경우엔 언제든지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이 때 신뢰가 훼손된 배경이나 이유가 '중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신뢰로써 이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점적인 판단 대상이 된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뉴진스가 신뢰 관계 파탄을 이유로 한 전속계약해지 소송에 나설 경우 하이브-어도어 측이 상당히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뉴 버리고 새 판 짠다'는 보고서 내용이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중대한 배신 행위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멀티 레이블 운영 시스템을 따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사실상 모두 경쟁 관계인데, 방시혁 의장의 손을 거쳐 제작된 아일릿과 르세라핌을 제외하고 오직 뉴진스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것이 사실이라면 내부에서 뉴진스를 '라이벌 그룹' 취급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탓이다.

익명을 원한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아마 소송으로 갈 경우엔 신뢰 파탄에서도 특히 미성년자 멤버들에 대한 보호 미흡이 큰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성인과 달리 아역 배우나 미성년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의 책임과 의무를 더 엄격하게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에서 대중들에게 공격 당하며 정신적·정서적 피해를 입은 멤버들을 보호하기 위한 하이브의 적극적인 조치나 시정이 없었다고 계속 지적돼 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속계약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업계에선 매번 전형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가 소속사나 아티스트를 탈취하려고 계획했고, 아티스트가 그 꾐에 넘어가 탬퍼링(전속계약 만료 전인 연예인이 다른 소속사와 사전 접촉하는 것)을 시도해 문제가 생긴 것이란 풍문이 도는 식"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티스트는 물론 그와 연관된 이들까지 전부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고 이걸 씻어내기도 매우 어려워진다. 뉴진스의 경우도 내용증명 발송 전부터 이미 어느 기업과 접촉했다거나 언제부터 계약 해지를 준비했다거나 하는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나. 계약 해지 소송은 판결 확정까지 가는 게 굉장히 길고, 이 기간 동안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음 활동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대중들이 마지막까지 계속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한편, 뉴진스의 행보와 별개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이달 초 하이브에 어도어 주식에 대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가 맺은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가 권리를 행사할 경우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 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2024년 11월 현재 그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6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이브 측은 이미 민 전 대표와의 주주간계약이 해지된 상태라고 맞서고 있어 이 문제 역시 소송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