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특유재산 주장과 함께 노소영 관장 몫 일부 인정 했어야”…재산 분할 적절성 여부 등 대법 결정 남아
#“2018년 사촌 증여 과정 주목해야”
SK그룹 사건에 정통한 법조인들은 입을 모아 2017년 최 회장 측의 이혼 조정 신청과 2018년 이혼 소송 제기, 2018년 사촌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 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2019년 노소영 관장 측의 반소가 이뤄진 배경을 함께 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SK그룹은 최종건 회장이 회사를 창업했고, 이후 동생 최종현 회장이 미국 유학 생활 후 합류해 함께 회사를 키웠다. 최종건 회장이 1973년 별세하면서 최종현 회장이 회사를 도맡아 경영했고, 최종현 회장이 1998년 별세하면서 SK그룹의 경영권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갔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 간 합의가 있었다.
2017년 최 회장이 내연녀 김희영 씨와 김 씨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혼 리스크가 발생했다. 대외적인 경영권은 최태원 회장에게 있지만,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분할 등의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노 관장 측은 “이혼할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은 친족들에게 SK주식 329만 주, 9200억 원어치를 증여한다고 밝혔다.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에게 83만 주(1.18%)를, 사촌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에게 49만 6808주(0.71%)를 증여하는 등 총 163만 주(2.32%)를 증여하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166만 주(2.36%)를 증여한다고 밝힌 것. SK그룹 측은 오랜 기간 친족들이 일체의 불협화음 없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최태원 회장을 지지하고 성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며, 최태원 회장의 선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혼 소송 가능성을 고려한, 최 씨 가족들에 대한 재산 정리였다는 게 이야기가 돌았다. SK그룹 소식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반소하며 이혼 소송에 나선 것은 최 회장이 재산을 사촌들에게 나눠주는 부분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며 “SK그룹은 최 씨 형제들이 함께 만든 것인데, 최태원 회장이 회사를 20년 넘게 잘 키웠기 때문에 그에 대한 몫을 더 제대로 인정해준 것이 2018년 사촌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유 재산 주장이 2심에서는 발목 잡아”
최태원 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던 SK그룹은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 특유재산(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에서 제외된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심부터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받은 특유재산임을 강조했고, 1심에서는 특유재산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과 맞물려 ‘300억 원 비자금 SK 전달’을 꺼내든 노소영 관장 측 전략이 통했다. 특히 노소영 관장 측은 1심에서 SK 지분의 50%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현금으로 2조 원을 달라며 전략을 손봤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보유 주식과 자산 등을 4조 원대로 보고 이 중 35%를 노소영 관장 측의 몫으로 인정했다.
2심은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유재산이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소영 씨 등 노 씨 가족의 몫도 SK그룹에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 중인 SK그룹 계열사 지분은 SK(주) 17.73%와 SK케미칼 3.21%, SK디스커버리 3.11%, 비상장사인 SK실트론 29.4% 등이다. 노 관장 측은 1심에서는 주식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2심에서는 ‘현금 2조 원’으로 요구를 바꿨는데, 최태원 회장은 주식을 처분하면서 발생할 양도소득세 등까지 고려하면 잃는 게 더 많은 판결이라는 말이 나왔다.
#8일 대법원에 쏠린 눈
법조계는 대법원이 8일 내린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면 접수 4개월 이내에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접수 4개월이 되는 11월 8일 ‘1조 3000억 원대의 재산 분할’ 적정 여부를 계속 따지겠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2심 재판부가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 산정을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판결문은 경정(수정)하면서, 재산 분할 비율 65 대 35 등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며 재항고장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상세하게 살펴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유 재산 인정, 재산 분할의 적절성, 판결문 경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대법원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대법관들 중 일부는 판결문 경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하며 “다만 문제는 노 관장 측의 비자금을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와 그에 따라 각각 기여 몫이 얼마나 되는지 혹은 없다고 볼 것인지 여부인데 만일 재판부가 ‘비자금’을 인정한다면 파기환송할 수는 있어도 노 관장 측의 몫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얼마만큼 결론을 정해준 파기환송이 나오느냐에 따라 파기환송심이 완전히 새로운 재판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결론이 사실상 내려진 재판이 될 수도 있다”며 “대법원에서 양측이 ‘재산분할’과 ‘판결문 경정’을 놓고 각각 어떤 전략으로 대법관들을 설득하는지, 그에 따른 결론이 어떻게 될지도 지켜볼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