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초반 주가 안정·장기투자 유도 기대…유통 물량 축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수요예측 제도와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일부를 사전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IPO 시장에서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써낸 뒤 공모주를 배정받아 상장 직후 매도하는 관행이 반복돼 적정 공모가 산정이 어려워지고, 상장 후 주가 변동성도 커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자본시장연구원(홍지연 선임연구위원)은 2023년 6월 발표한 ‘아시아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및 국내 논의 동향’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공모가격 산정 전 기관투자자들이 장기투자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상장 후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공모가격에 대한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해당 IPO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공모가 산정 합리화와 중장기 투자 유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전문투자자의 사전 투자계약을 통해 기업의 실질 가치가 반영된 합리적인 공모가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최소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 의무를 통해 상장 초기 주가 급등락을 방지해 국내 IPO 시장이 중장기 투자 중심의 건전한 생태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제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내 IPO 시장은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2000곳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관사가 일부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물량을 대폭 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기관에 사전 배정물량이 집중되면 일반 기관투자자의 배정 기대감이 낮아져 수요예측 참여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공모 흥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 취지와 달리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IPO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를 유도하는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면서 상장일 유통가능물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까지 도입되면 보호예수 물량이 더 늘어 상장 초기 수급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는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의 40% 이상을(2026년부터 적용)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해당 제도 시행 전 53개 종목의 상장일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약 25%로 나타났다. 반면 제도 적용 후 처음 상장한 에스투더블유(지난해 9월 19일 상장)를 포함해 올해 3월까지 33개 종목의 상장일 최종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약 80%로 높아졌다.
그 결과 기관투자자의 보호예수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장일 실제 유통 가능한 물량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제도 적용 전 53개 종목은 기관투자자들의 확약에 따라 유통물량이 평균 32.42%에서 29.25%로 3.1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제도 적용 후 33개 종목의 유통가능물량 비율은 평균 31.97%에서 22.62%로 9.35%포인트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유통 물량 축소가 상장일 주가 급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IPO 시장에서는 2023년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가격 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따따블)로 확대했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 시행 이후 올해 4월 24일까지 집계한 33개 종목 중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의 400%에 도달한 종목은 모두 7개로, 제도 시행 전 53개 종목 중 따따블에 성공한 종목이 1개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전체 따따블 종목 14개 가운데 7개가 제도 적용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유통가능물량 감소가 상장일 주가 급등과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경준 에이올자산운용 투자부문 대표는 “이미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까지 도입되면 유통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상장 직후 단기 시세를 만드는 주체는 기관투자자보다 개인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관 물량이 더 묶이면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가 감소해 상장 초반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