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2년 6월 실형 선고…“납득 어려운 변명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 죄책감 가졌는지 의문”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김호중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에 앞서 이뤄진 김호중 측의 보석 신청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실형이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징역 2년 6월이면 양형이 다소 높게 나왔다. 참고로 검찰은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피해자 운전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 데에서 나아가 매니저 등에게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김호중 측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처벌 의지를 법원이 받아들인 판결이다.
김호중이 구속기소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교사 등이다. 경찰이 적용한 혐의 가운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만 기소 과정에서 빠졌는데 사고 후 도주해 음주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사과정에서의 쟁점도 음주운전이 아닌 위험운전치상이 됐다. 도주치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은 피해갈 여지가 거의 없었지만 위험운전치상의 경우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이뤄진 운전이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김호중 측 변호인들이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다뤄왔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건의 가장 객관적인 증거는 사고 전후 CCTV들이었다. 사고가 벌어진 5월 9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와 비틀대며 걸어가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올라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두고 영장실질심사 당시 김호중 측은 ‘김호중이 평소에도 비틀거리면서 걷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못해 음주 정도를 수치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호중이 운전할 당시 얼마나 술에 취해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했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평소와 비슷한 걸음걸이라면 술에 그리 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 보행 분석’ 감정을 통해 평소 걸음걸이와 사고 직전 걸음걸이가 다르다는 결과를 내놨다.
1심 재판부는 이 대목을 두고 “객관적 증거인 폐쇄회로(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CCTV도 있다. 바로 사고 이후인 5월 10일 새벽 1시 50분쯤 구리의 한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매니저와 함께 캔맥주 4캔과 음료 2개, 과자 하나 등을 구입하는 모습이다. 해당 CCTV 속 김호중은 비틀거리는 등 만취 상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호중 측은 수사 과정에서 이를 근거로 김호중이 만취 상태의 매우 위험한 상태로 운전한 것은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재판 과정에선 해당 CCTV가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 1심 재판부가 “모텔로 도주한 뒤 모텔 입실 전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를 비춰보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김호중 측은 재판이 시작된 뒤 대응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7월 10일 첫 공판을 앞두고 7월 5일 변호인단을 교체한 김호중 측은 “아직 사건기록을 열람 복사하지 못했다”며 김호중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8월 1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서까지 제출했다.
2차 공판을 앞둔 8월 7일에는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 A 씨가 법원에 “김호중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김호중 측과의 사전 교감 없이 제출된 탄원서로 알려져 양형 과정에서 김호중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1심 재판부는 “뒤늦게나마 사건의 각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 시작 이후 대응 전략이 어느 정도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징역 2년 6월의 실형 선고까지 막지는 못했다.
김호중 측은 1심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장을 냈다. 이미 1심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김호중 측의 2심 재판 전략은 1심의 징역 2년 6월 실형에서 양형을 줄이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요계에선 음주운전 자체로도 향후 연예계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불가피한데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는 부분이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재판을 통해 실형이 확정될 경우 연예계 컴백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김호중의 팬덤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연예계 컴백이 무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향후 김호중은 팬덤 중심의 제한적인 활동만 하게 될 수도 있다.
김호중의 팬들은 수천 장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결국 실형이 나왔다. 팬들은 김호중이 발목 통증 악화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원은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이어 실형까지 선고했다. 그만큼 김호중 측은 2심에서 실형을 피하는 것이 절실하다. 과연 2심에서는 어떤 법적 대응 전략을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