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라이브 방송으로 하이브-어도어 새 경영진 작심 비판 “25일까지 원래의 어도어로 돌려놔”
11일 오후 뉴진스는 유튜브 채널 'nwjns'를 통해 "뉴진스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어도어가 운영하는 뉴진스 공식 유튜브 채널이나 하이브가 운영하는 채널 등이 아닌 이번 방송을 위해 새로 개설한 별도의 채널로 알려졌다.
뉴진스는 "이미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느낌이라 라이브를 준비하게 됐다"며 "오늘 저희의 라이브는 어도어 직원분들도 모르는 것이라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계약상의 모든 걸 말씀드릴 순 없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해드리겠다"며 갑작스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먼저 밝혔다.
이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 대해 "뉴진스 데뷔 이후에 저희는 개인적으로 민희진 대표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었는데, 그당시 어린 저희들은 어른들과 사회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민희진 대표는 달랐고 신뢰관계가 굳건히 생겼다"며 "그동안의 이슈들을 저희는 모두 알고 있지만 저희는 대표님과 일하는 게 좋았고 지금까지 잘 활동할 수 있었다. 저희가 이런 대표님과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 전 대표의 해임 소식은 자신들도 뉴스 기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멤버들은 "대표님이 해임되셨다는 소식을 그날 기사를 통해 알게 됐고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며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로서 회사의 (이 같은) 일방적인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고 짚었다. 이후 김주영 어도어 신임 대표이사를 앞세운 '신 경영진'이 들어선 뒤, 뉴진스의 비공식 영상 콘텐츠를 전부 삭제하도록 협력업체인 돌고래유괴단을 압박해 오랜 신뢰관계를 파탄내는 등 '민희진 지우기'를 시작한 것을 보며 상당한 불신이 생겼다는 게 멤버들의 이야기다.
멤버들은 "(김주영 대표가) 어도어에 와서 제일 처음 한 행동부터가 저희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들은 ('뉴진스를 지원하겠다'는 김 대표의 말이) 그저 말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애초에 하이브에서 뉴진스 컴백 일주일 전에 홍보를 도와주진 못할 망정 민희진 대표의 배임 기사를 내고, 외부에 뉴진스를 나쁘게 이야기했다. 이런 일의 어디가 뉴진스를 위한 건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사이, 언론에 하이브 측이 유출한 것으로 지적된 뉴진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영상과 사적인 정보가 공개됐다는 것에 멤버들 모두 경악했다고도 밝혔다. 멤버들은 "얼마 전에 저희의 연습생 시절 사적인 기록들이 공개됐는데 그걸 보고 정말 놀랐다. 저희를 보호해야 하는 회사에서 이런 자료들을 관리 못하고 유출시켰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됐다"라며 "앞으로 저희들에 대한 이상한 자료나 혹은 허위 사실들이 퍼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민 대표님과 부모님들과 함께 하이브에 보호 요청을 했지만 하이브는 묵살했고, 대표님은 해임됐다. 앞으로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할지 정말 막막해서 이렇게라도 말씀 드리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용기를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의 분쟁과 별개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직원들이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사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하이브 사옥에) 다른 아이돌 팀과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메이크업 받는 곳에서 다른 아이돌 멤버와 매니저 분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매니저님께서 제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무시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부당한 대우를 김 신임 대표에게 알렸으나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고, 문제의 매니저 역시 사과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는 게 멤버들의 주장이다.
하니는 "증거가 없고 너무 늦어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듣고 우릴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졌구나, 지켜줄 생각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전에는 저희를 위해 싸워주셨지만 새로 오신 분들은 곁에선 도와줄 거라고 하시면서 몇 달 동안 핑계만 대고, 그러고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만 한다. 제가 그렇게 직접 당한 일을 겪었는데도 제 잘못으로 넘기려고 하시니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되고 무섭다"고 호소했다.
하이브를 비롯해 어도어 신 경영진이 뉴진스의 활동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전혀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도리어 '방해'만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멤버들은 "저희는 민희진 대표님과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을 위해 항상 노력했지만 이제는 할 수 없게 됐고 세워놓은 계획들마저 실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저희는 저희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뿐인데 저희가 뭘 잘못했나요? 대표님께서 해임되시고 일주일 만에 지금까지 같이 작업해 온 (돌고래유괴단) 감독님과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다른 스태프님들과도 헤어지게 될까 두렵다. 아티스트를 위한다는 말만 하지 마시고 저희가 의지할 수 있고 작업을 즐기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벌써 반년째 뉴진스에 대한 불필요하고 피곤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당사자로서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라며 "하이브가 지금 일하는 방식은 저희가 겪었을 때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더 이상은 방해하지 말아달라. 대표님을 복귀시켜 주시고 지금의 낯선 상황과 낯선 사람들이 아닌 원래의 어도어로 돌려놔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인간적인 측면에서 저희 민희진 대표님을 그만 괴롭히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대표님이 너무 불쌍하고 하이브가 비인간적인 회사로만 보인다. 저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나"라며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대표님이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다. 방(시혁) 의장님과 하이브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정상화시키는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사실상의 최후 통첩을 보냈다.
뉴진스가 소속사인 어도어와는 별개로 모회사 하이브를 '정면'에서 들이받은 것은 이번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어도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진행된 방송이었던 만큼 하이브와 어도어 모두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뉴진스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것을 토대로 이를 중대한 신뢰관계 파탄으로 몰아 향후 멤버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이 사태의 발단이 앞선 민 전 대표와의 분쟁에서 하이브 측이 뉴진스 멤버들과 그 법적대리인인 부모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멤버와 그 부모들은 하이브 측이 민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멤버들의 비공개 기록이나 관련 정보 등을 언론에 유출시킨 것을 강하게 항의해 왔고, 하이브 사내에서 유독 뉴진스에 대해서만 공통된 적대심을 보여왔다는 점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했으나 제대로 된 시정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어도어 신 경영진이 협력업체인 돌고래유괴단에게 뉴진스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압박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멤버들의 하이브와 어도어에 대한 신뢰는 도저히 이전처럼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엔 신뢰 관계 파탄의 1차적 책임이 하이브와 어도어 신 경영진에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이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전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어도어 신 경영진은 앞선 돌고래유괴단과의 '뉴진스 콘텐츠 삭제' 분쟁과 관련해 돌고래유괴단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먼저 피소될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다. 고소가 진행될 경우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 및 어도어 전 직원으로부터 민형사고소건에 휘말린 것 외에 신 경영진의 피소는 이 사건이 최초가 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