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연패 위업 달성했지만 전북 몰락 등 순위표 뒤집어져…관중 250만 명 돌파 ‘역대 최다’
#우여곡절 끝에 3연패 완성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이들은 울산 HD였다. 지난 2년에 이어 세 번 연속으로 우승에 다다랐다.
시즌 전부터 이들은 우승 1순위로 꼽히던 팀이었다. 2년간 우승으로 다져진 안정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연이은 스타급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더했다. 이번 시즌 역시 무난히 울산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2024시즌은 예상처럼 순탄치 못했다. 1년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던 지난 2연패 기간과 달리, 2~4위를 오가며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특히 7월에는 선수단 내 부상,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 저하 등이 겹치며 5경기 중 1승(1무 3패)을 거두는 데 그치기도 했다.
이 기간은 홍명보 감독이 각종 논란을 낳으며 팀을 이탈한 시기이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의 퇴단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국가대표 설영우가 유럽(츠르베나 즈베즈다)으로 진출했고, 군 전역 이후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 받던 원두재도 이적(코르 파칸 클럽)했다. 구단이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사 직전에 번복한 사실이 알려지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흔들리던 울산을 다잡은 이는 김판곤 감독이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던 그는 울산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7월 28일 팀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약 1개월 만에 팀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는 울산에서 잔여 시즌 동안 13경기에서 단 1패(9승 3무)만을 기록하며 팀의 3연패를 이끌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우승팀 울산의 시즌이면서 김판곤 감독의 시즌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며 "선수 시절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친정팀으로 돌아와 우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이 팀을 빠르게 안정 시켰다. 이전까지 울산은 과정보다 결과가 더 좋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김 감독은 경기력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리그 밖에서의 성적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K리그1 우승팀에 등극한 울산은 아시아 무대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부진을 겪고 있다. 11월 26일까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대회 5경기에서 전패를 기록 중이다.
#뒤집어진 순위표
2024시즌 K리그1 우승팀이 기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 아래 순위는 지난 시즌 대비 크게 요동쳤다. 1년 전 낭떠러지에 섰던 팀들이 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선전했던 팀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울산에 이어 2위에 오른 팀은 강원 FC다. 불과 1년 전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몰렸으나 1년 만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원 2년 차를 맞은 윤정환 감독은 완전히 다른 팀을 만드는 지도력을 선보였다. 만 18세인 고등학교 3학년생 양민혁을 개막전부터 과감하게 기용해 38경기 12골 6도움을 기록하는 리그 최고의 선수로 키워냈다. 황문기, 이유현, 이기혁 등은 기존과는 다른 포지션에 세우면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외에도 공수에서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강원은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울산, 강원과 함께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팀은 다름 아닌 김천 상무였다. 군팀이자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이라는 한계를 넘어섰다. 포지션 별 고른 선수 모집으로 시즌 중 전역으로 생긴 공백을 최소화했다. 가진 자원에 맞는 적절한 선수기용으로 정정용 감독이 조명 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 최대 이변은 '명문' 전북의 몰락이다. 전북은 2021년까지 K리그1 5연패를 달성했던 구단이다. 2022년까지 울산과 우승 경쟁을 펼쳤고 지난 시즌에는 4위에 올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2에 진출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개막 이후 1개월 이상 승리하지 못했다. 결국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사임하며 '충격 요법'을 기대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김두현 감독이 부임했으나 팀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다. 전북은 최종 순위 10위를 기록, K리그2에서 승격을 도전하는 서울 이랜드 FC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지난 시즌 전북에 이어 5위와 6위에 위치했던 인천과 대구도 각각 12위와 11위로 추락했다. 최하위 인천은 팀의 자랑 중 하나였던 '시민구단 유일의 무강등 경험' 기록을 잃게 됐다. 전북과 마찬가지로 시즌 중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대구는 충남 아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함께 부진했던 대전은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생존에 성공했다. 대전은 시즌 중 최하위 순위에 머무른 기간이 짧지 않았다. 하지만 황 감독 부임과 함께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거 전력을 보강, 후반기 분전으로 8위에 올랐다.
황 감독은 부임 직전 U-23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막대한 질타를 받았다. 대전에 부임하면서도 팬들의 저항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전에서 리그 22경기 9승 7무 6패를 기록하는 반전으로 비난을 찬사로 바꿔 놓았다.
#스타들이 이끈 흥행
이번 시즌 K리그1 전체 관중은 250만 8585명으로 한 시즌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1년 250만 관중을 훌쩍 넘어선 바 있지만 당시는 유료관중을 엄격히 집계하기 전이었다.
각 구단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이 관중몰이에 힘을 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FC 서울의 경우 리그 최초 단일 구단 한 시즌 50만 관중을 달성 했는데, '빅네임' 제시 린가드의 존재감이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한 경기 5만 이상의 관중을 달성한 경기가 2회였다.
린가드는 서울 구단의 영입 소식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귀국 현장에만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경기장 밖에서의 각종 콘텐츠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경기장에서는 녹슬지 않는 감각으로 팬들을 불러 모았다. 팀 내 베테랑 기성용의 부상 부재 시에는 주장을 대신해 맡을 정도로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리그 준우승팀 강원에는 양민혁이 흥행몰이의 중심에 섰다. 고교생임에도 연일 공격포인트를 만드는 활약에 그는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데뷔 이후 약 4개월만인 7월애는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확정 지었다. 신인임에도 팬투표를 통해 '팀K리그'에 선발돼 토트넘과 친선전도 치렀다.
이외에도 각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들은 여전한 기량으로 찬사를 받았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는 리그 최소실점 기록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리그 최고의 선수를 논할 때면 언제나 거론되는 세징야는 19개의 공격포인트로 리그 내 2위에 올랐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중계를 위해 경기장을 다니면 전국 어느 구장이든 이전보다 뜨거워졌음을 느낀다.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기에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K리그 분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잠시 끊겼던 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