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서 1골 1도움 기록…팀 승리 이끌어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인물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활약으로 프로 데뷔 이전부터 스타덤에 올랐다. 만 20세에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등장 직후부터 리그 MVP 경쟁을 펼칠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국내는 무대가 좁았다. 데뷔 3년 반 만에 프랑스 리그의 AS 모나코로 이적했다. 이후 세계적인 빅클럽 아스널(잉글랜드)을 포함해 셀타 비고(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 등을 거쳤고 2015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2022시즌부터는 울산 HD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 마무리를 준비했다. 그사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선 세 번의 월드컵에 출전해 한 차례 16강에 진출했고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A매치 68경기 24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2년은 플레잉코치 직함을 달았다. 그동안 경기 출전은 0경기였다. 코치 역할에 집중하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던 박주영은 11월 10일 열린 서울과의 원정경기에 12분 동안 그라운드를 밟았다. 친정팀 팬들 앞에서 은퇴 이전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하는 울산 구단의 배려였다. 이어 11월 23일 열린 홈경기에서 다시 한 번 경기에 출전했다. 팀이 2-2로 비기고 있는 상황,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6분이었다.
박주영은 다시 한 번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불혹’을 앞둔 선수임을 잊은 듯, 특유의 유려한 움직임으로 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박주영의 K리그 커리어 100번째 공격포인트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돌입하는 시점, 이청용의 크로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며 기어코 골까지 만들어냈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은퇴 경기, ‘축구 천재’라는 그의 별명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