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정’ 팔팔 날자 고개숙인 ‘비아그라’
▲ 복제약의 반란 복제약 매출 1위인 팔팔정.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네릭 제품에 눈길을 돌리면서 비아그라 등 기존 발기부전치료제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
지난 5월 17일부로 한국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네릭(복제약)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의 ‘팔팔정’, CJ제일제당의 ‘헤라그라’, 대웅제약의 ‘누비그라’ 등 30여 종이 넘는 복제약이 출시됐다.
제네릭 제품을 출시한 후 6개월. 제약회사의 초반 공격적인 마케팅은 매서웠다. 비아그라뿐 아니라 기존의 다른 발기부전치료제들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제네릭은 오리지널(원본약)과 치료효과는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까지 저렴하다는 이점을 내세웠다. 비아그라 100㎖가 1만 5000원인데 비해 제네릭은 100㎖가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복제약 중에서도 한미약품의 팔팔정이 단연 압도적인 실적을 거뒀다. 지난 11월 22일 공개된 우리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팔팔정은 9월 6억 7000만 원의 처방액 매출을 올리며 복제약 1위를 차지했다. 대웅제약의 누리그라와 CJ제일제당 헤라그라는 각각 1억 2000만 원과 1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비아그라 처방액은 지난 4월까지 월평균 20억 원대 수준이었지만 복제약이 출시된 5월 이후 처방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9월엔 9억 1000만 원까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이다.
시장점유율에서도 팔팔정의 약진은 확인됐다. 26개 제네릭의 시장점유율이 57.1%로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팔팔정은 24%를 기록하며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현장에서도 제네릭의 열풍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약사들은 비아그라에 비해 확실히 제네릭의 수요가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약사는 “옛날보다 비아그라 찾는 사람이 7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 비아그라를 처방받은 환자가 찾아오면 가격이 싼 복제약으로 다시 처방받아올 것을 권유하는 약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팔팔정 등 제네릭을 찾는 소비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팔팔정을 처방받은 한 아무개 씨는 “약효에 큰 차이가 없다는데 굳이 비싼 비아그라를 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값싼 제네릭의 등장으로 블랙마켓(암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까. 확인 결과 남대문 시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아직까지 중국에서 들어온 불법 비아그라 제품(대부분 가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장이 커지지 않았지만 줄지도 않았던 것.
그 이유에 대해 블랙마켓의 한 업자는 “한국 남성들이 약국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하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비아그라든 제네릭이든 구입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가야하는데 한국 남성들은 그것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블랙마켓이 유지되는 이유는 꼭 싼 비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네릭의 공세에 비아그라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한국화이자가 자존심을 구기느니 비아그라를 한국에서 철수시킨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화이자 측에서는 “철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한국화이자의 한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의 변동에 따른 비아그라의 가격 인하 계획도 없다”며 “오랜 시간 검증된 안전성과 우수한 효능을 바탕으로 비아그라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기존의 마케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 역시 제약회사들의 제네릭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발기부전치료제에 쏠려 일시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변동폭이 심해졌지만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거품이 빠지면 다시 안정화 추세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값싼 제네릭 제품이 쏟아져 나오니 호기심에 제네릭을 먹어보다가 다시 비아그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제네릭이 아무리 약효가 비슷하다고 해도 오리지널은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나면 비아그라는 비아그라대로, 제네릭은 제네릭대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20대 수요자 급증 배경
‘값도 싼데 나도 한번…’
‘부담 없는 금액인데 나도 한번 먹어볼까.’
시중에 값싼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호기심에 발기부전치료제를 먹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한 비뇨기과 병원.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들어온다. 21세 대학생인 A 씨는 제네릭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비아그라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효능은 같은데 가격은 3분의 1이라고 매스컴에서 홍보를 하기에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은 “최근 하루에 2명 이상의 20대 초반 남성들이 병원을 찾아와 제네릭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의 등장으로 발기부전치료제의 가격이 떨어지니까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복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오남용 방지가 안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이 원장은 “13년 전 비아그라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실명이나 심장마비 등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소개해 경각심을 줬지만 요즘엔 그런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니 20대 초반 남성들은 그런 부작용도 잘 모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눈에 보이는 부작용말고도 발기부전치료제를 어릴 때부터 계속 복용하다보면 습관성이 된다는 것이다. 나중엔 성관계를 할 때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치료제를 계속 먹다보면 내성이 생겨 정작 치료제가 필요한 나이에는 복용해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제네릭 열풍으로 일단 판매율을 높이고 보자는 제약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문제”라며 “환자들은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병원에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웅]
‘값도 싼데 나도 한번…’
‘부담 없는 금액인데 나도 한번 먹어볼까.’
시중에 값싼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호기심에 발기부전치료제를 먹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한 비뇨기과 병원.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들어온다. 21세 대학생인 A 씨는 제네릭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비아그라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효능은 같은데 가격은 3분의 1이라고 매스컴에서 홍보를 하기에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은 “최근 하루에 2명 이상의 20대 초반 남성들이 병원을 찾아와 제네릭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의 등장으로 발기부전치료제의 가격이 떨어지니까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복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오남용 방지가 안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이 원장은 “13년 전 비아그라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실명이나 심장마비 등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소개해 경각심을 줬지만 요즘엔 그런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니 20대 초반 남성들은 그런 부작용도 잘 모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눈에 보이는 부작용말고도 발기부전치료제를 어릴 때부터 계속 복용하다보면 습관성이 된다는 것이다. 나중엔 성관계를 할 때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치료제를 계속 먹다보면 내성이 생겨 정작 치료제가 필요한 나이에는 복용해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제네릭 열풍으로 일단 판매율을 높이고 보자는 제약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문제”라며 “환자들은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병원에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