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현지 팬 ‘여권 농담’ 오해했지만, 곧 문화적 차이 극복…멤버들, 한국 팬 환대에 감동
이날 영화 ‘더 화이트 라운지 인 시네마’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한국 팬의 ‘미세스 그린 애플 여권 찢고 싶다’ 피켓이 SNS를 통해 화제로 번졌다. 이 피켓은 팬들과의 기념사진에서 멤버들 바로 뒷편에 선명하게 보여, 대부분 기사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일본팬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보컬 오모리 모토키가 자신의 SNS에 GV 행사 관련 오리콘 뉴스를 공유했는데, 사진 속의 이 피켓이 가장 눈에 띄어 양국 팬들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
특히 이 피켓은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일부 일본 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K-POP 문화에 익숙한 팬들이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는 문화적 교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권 찢는다’는 표현은 해외 아티스트가 방한 했을 때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강한 표현이다. 한 일본 팬은 “미세스 여권을 찢고 싶은 언니가 귀엽지만, 미안 일본에도 미세스가 필요해”라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이번 방한은 처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GV와 무대인사는 1분 만에 매진됐고, 2월 예정된 이틀간의 내한공연도 약 10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특히 한국 팬들은 일본어로 “이와이+콘지루”(와카이+히로토의 한자 오기로 인한 발음 실수)와 같은 팬덤에서만 알만한 유머를 구사하며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김포공항 입국 현장에서는 일본에서는 엄격히 금지되는 아티스트 근접 팬서비스가 이뤄져 문화적 차이로 인한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현지 팬들의 환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이에 일본 팬들도 “해외 팬들을 배려하는 모습"”라며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팬들에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나왔다. 미세스 그린 애플의 글로벌 팬 정책이다. 와카이 히로토는 “국적으로 팬 안에서 선을 긋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해외 팬들도 일본 팬들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드는 12월 초 해외 팬 전용 팬클럽 계정을 개설했으며, 뮤직비디오에 다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향후 해외 링고잼(팬클럽) 회원들의 일본 공연 참여 기회 확대와 굿즈 구매 시스템 개선도 예고했다. 오모리 모토키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단순한 시스템 확장이 아닌, 전 세계 팬들과의 더 깊은 교감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일본에서도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꽤 나왔지만 “해외팬들이 덕질하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온 바 있다. 일본 뮤지션은 대체로 ‘현지 팬클럽 위주 운영’, ‘지나치게 엄격한 저작권’,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글로벌 스타가 나오기 어렵고, 음악 시장이 갈라파고스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데뷔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일본 국민 밴드로 자리매김한 미세스 그린 애플의 이러한 글로벌 팬 서비스 정책은, 이들이 일본 역사상 가장 글로벌한 밴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멤버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직후 멤버들은 산낙지를 먹었다고 밝혔고, 냉면, 신라면, 삼겹살, 닭한마리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오모리 모토키는 GV 행사 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유명 한우 전문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우 전문점을 방문한 오모리 모토키는 내년 4월 본인이 주연으로 출연 예정인 영화 ‘진상을 말씀드립니다’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식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