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책임은 내가 진다. 위헌, 부당한 명령 따를 수 없다”며 도청 지켜
프랑스 르몽드지는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협력본부 사무실에서 김동연 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르몽드는 김동연 지사가 도청 폐쇄 명령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계엄상황에서 사실상 항명한 김동연 지사의 리더십에 주목한 것.
르몽드는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도청을 닫으라는 명령이 내려온 상황에 대해 물었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를 TV뉴스 속보로 접했다. 당시 ‘페이크 뉴스’(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도청을 봉쇄하라고 전화로 요청해왔다. 저는 즉시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12.3 계엄선포는 절차나 내용이 모두 위헌이며 부당하기 때문이다”
명령 거부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그간의 계엄사례로 봤을 때 군이 도청을 접수하고 봉쇄를 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부회의를 바로 소집하고 도청 안으로 들어갔다. 만약 군이 봉쇄에 들어갔다면 구금당했을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군이 봉쇄하려 했다면 저항하려 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동연 지사는 “군 부대가 와서 구금하거나 봉쇄하더라도 몸으로 저항할 생각을 했었다”고 답했다. 다른 도지사들과 상의한 결과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반응에 대해선 “제가 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간부회의에서 비상계엄을 명백한 쿠데타로 규정하고 위헌이라 경기도는 따를 수 없다고 얘기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아마 정치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쿠데타로 규정했을 것이다. 도의 간부들은 동요하지 않고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회상했다.
르몽드가 비상계엄 선포가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독재로 회귀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김 지사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첫 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었다. 쿠데타가 무위로,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했다. 한국 국민은 민주주의의 위기 때 분연히 용기 있게 일어서서 저항하고 희생하며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번에도 빠른 시일 내 국민께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지사는 “하버드대 정치학자(Steven Levtsky & Daniel Ziblatt)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라는 책을 썼다.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쿠데타로 망했는데,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에 의해 망하는 걸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쿠데타+선출된 권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최악의 사례였다. 그렇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 외교, 국방, 기후대응 모든 면에서 역주행해왔다. 불행스런 일이지만 한 번에 반전시킬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본다”라고 진단했다.
탄핵 집회에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 지사는 “아주 불행한 사태가 반헌법적 지도자에 의해 벌어지긴 했지만 한국 국민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고 있다. (이번 사태를) 극복해 낼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젊은 에너지가 한국의 오늘이 있게 만든 원동력이자 심볼이다.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탄핵 이후 한국이 재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