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회화의 주제는 동물이었다. 선사시대 그려진 것으로 확인된 동굴 벽화의 주인공은 들소, 사슴 혹은 고래 같은 동물들이었다. 인류에게 이러한 동물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벽화에 그려진 동물은 사냥 대상이었기에 당시 인류들은 그림과 실제 동물을 동일시하는 주술적 암시를 가지게 됐다.
동물은 그림의 주제로 긴 역사 속에서 이어져왔다. 선사인들처럼 주술적으로 동일시한 숭배의 의미에서부터 그림의 배경이나 소품으로 아니면 상징을 위한 대체물로도 꾸준히 작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 서양에서 동물은 상당히 오랫동안 작품에서 소도구의 의미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자연을 세상의 중심에 두었던 동양에서는 동물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대접했다. 이런 장르의 그림을 ‘영모화’라고 한다.
음악에서는 동물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런 음악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음악사에 남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19세기 프랑스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가 있다. 이 곡에는 사자부터 닭,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새와 물고기, 그리고 가장 유명한 백조까지 등장하는데, 동물의 특징을 음악으로 나타냈다.
동물을 의인화해 풍자의 옷을 입힌 작품도 있다. 20세기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의 ‘동물농장’이 그런 경우다. 소련 스탈린의 타락한 독재 권력과 부패한 혁명을 비판한 내용으로 독재자를 돼지로 묘사해 정치를 신랄하게 비웃는 내용이다. 현재 북한 김씨 세습 왕조 정권과도 오버랩되는 소설로 조지 오웰의 메시지는 안타깝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동물의 의인화는 동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하지만 순수 예술에서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예술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는 편협한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미술에서는 동물 주제의 작품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우리 미술에서도 그런 흐름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다. 특히 새로운 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 주제 작품에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서 김연주의 회화가 눈에 띈다. 작가는 반려견을 14년째 키우고 있다.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작품으로 승화한 경우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를 의인화한다. 신세대 작가답게 풍자나 비판보다는 주변의 모습을 코믹한 설정으로 그려낸다. 강아지의 모습이나 특성에 맞게 옷을 입히고 상황 연출을 통해 설득력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나는 김연주의 그림에서 오늘의 평범한 젊은이의 일상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재미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