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후발주자 없어 본업도 흔들…‘사업 가지치기’로 옛 명성 되찾을까
1월 17일 YG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통해 "본업인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 그 일환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업무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으로 YG엔터테인먼트에는 배우 김희애, 차승원, 장현성, 유인나, 정혜영, 수현, 이성경, 장기용, 이수혁, 유승호, 경수진, 한승연, 손나은, 서정연, 진경, 갈소원, 박소이, 이호정, 주우재, 이기택, 남규희, 박유나, 김현진, 김승윤 등이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 오는 3월 계약 종료로 알려진 유승호를 포함, 배우들 전원에 대해 기존 계약 종료 시점까지만 매니지먼트를 이행한 뒤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우리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음악 산업에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면서 또 다른 성장사를 기록해 나갈 것"이라며 "그간 함께 해주신 모든 배우님들과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팝 명가'로 꼽혔던 YG엔터테인먼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배우 구혜선, 정혜영, 강혜정, 정성일 등을 영입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공식적으로 전개하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의 영역 확장을 노렸다. 이를 위해 패션, 화장품, 모델 매니지먼트, 골프, 외식프랜차이즈, 드라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메인 사업을 제외한 철수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면서 YG엔터테인먼트의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현재 YG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YG플러스 산하의 벤처 투자 전문 회사 YG인베스트먼트, 앨범 제작 회사 포레스트팩토리를 제외한 사업은 전부 청산되거나 매각된 상태다.
여기에 배우 매니지먼트까지 접으면서 본업인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게 YG엔터테인먼트 측의 입장이지만, 그 본업마저도 미래가 투명하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빅뱅, 2NE1, 블랙핑크로 이어졌던 YG엔터테인먼트의 성공적인 K-팝 계보를 이끌 후계자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 '차세대 블랙핑크'로 기대를 모았었던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도 국내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데다 주력 시장인 해외에서도 같은 세대로 묶이는 다른 4세대 걸그룹에 비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에스파, 라이즈와 스트레이 키즈로 유연한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동시에 4~5세대 K-팝 최상위권을 거머쥐는 동안 YG엔터테인먼트는 3세대의 영광에만 기대는 처지다. 여기에 막강한 팬덤을 지닌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타 엔터사를 흡수, 몸집을 불려온 후발주자 하이브(HYBE)에게까지 밀려나면서 사실상 YG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오래전에 'K-팝 흐름의 선두 주자'에서조차도 빠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절치부심해 사업 가지치기를 통한 본업 집중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선 만큼, YG엔터테인먼트의 결단이 2025년에 어떤 성과를 거둘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먼저 전속계약은 만료됐으나 '완전체 활동'을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하는 블랙핑크가 올 하반기 대규모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증권가가 한 차례 술렁인 바 있다.
베이비몬스터 역시 1월부터 첫 월드투어를 진행함에 따라 올 상반기 성적을 베이비몬스터가, 하반기 성적을 블랙핑크가 각각 견인하며 2024년 대비 가시적인 실적 향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두 그룹에 대한 투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2NE1 등 YG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메가 IP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지원과 협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