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새로운 활로 찾기 모색…신규 콘텐츠 감소 탓 장기적으로 시장 퇴보 우려

4월 1일 홍콩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배우 장궈룽(장국영)의 22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인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을 비롯해 ‘열화청춘 리마스터링’, ‘대삼원 리마스터링’ 등이 잇따라 재개봉됐다. ‘디 오리지널’이라는 부제가 붙은 ‘패왕별희’는 기존 작품보다 15분가량 추가된 버전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라라랜드’로 유명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초기작 ‘위플래시’가 재개봉됐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도 다시 극장에 걸렸다. 재개봉 단골작도 있다. 일본 멜로 영화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러브레터’는 어느덧 9번째 국내 재개봉을 맞았다.
재개봉 열풍은 한국 영화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개봉 20주년을 맞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비트’ ‘해바라기’ 등이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도 개봉 25주년을 맞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극장에서 상영됐고, 지난달에는 ‘쉬리’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외화와 한국 영화를 포함해 재개봉작은 약 80여 편이다. 이는 2023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재개봉 영화의 관객층은 다양하다. 과거 해당 영화를 극장에서 봤던 관객들이 추억을 곱씹으며 다시 선택한다. 또한 현재 10∼20대들에게 이 영화는 ‘처음 보는 영화’다. 영화에 관심이 높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명작들을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재개봉 영화 시장이 커지는 것도 마냥 달갑지는 않다. 팬데믹를 거친 후 극장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영화는 결국 신작이다. 영화 ‘파묘’와 ‘범죄도시4’ 등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하지만 재개봉 영화로 모을 수 있는 관객은 10만 명 언저리다. 극장에 재개봉 영화가 늘어날수록 극장의 파이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시 부르기’에 빠진 가요계
요즘 가요계는 심각한 빈부 격차를 겪고 있다. 하이브, SM, JYP, YG 등은 K-팝 시장의 부흥과 맞물려 ‘조 단위’ 회사로 거듭났다. 이들과 더불어 산업의 크기가 커졌고, 앨범 제작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기획사들은 좀처럼 K-팝 시장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K-팝 일변도로 흐르면서 다른 장르에 대한 투자도, 수요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다.
유명 가수에게 또 다른 유명 가수의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는 프로젝트는 흔하다. 최근 이기찬에게 테이의 ‘닮은 사람’을 맡긴 ‘리턴 프로젝트’를 비롯해 M세대의 추억과 Z세대의 트렌드를 결합한다는 취지로 권진아가 부른 김건모의 ‘핑계’를 내놓은 ‘MZ the X Project’, 걸그룹 마마무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마마무 컬러링 프로젝트’ 등이다.

다시 부른 노래가 재차 인기를 누리는 건,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곡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노래들은 리메이크한 가수의 노래로 기억된다. 과거에도 명곡이라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린 만큼 가창력이 빼어난 후배 가수가 부른 리메이크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숨은 명곡을 다시 발굴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역시 재개봉 영화와 마찬가지로 가요 시장의 저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굳이 높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새로운 앨범을 제작하는 시도가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 확대를 저해시킨다. 리메이크는 K-팝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