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여신’에서 ‘스릴러 여신’으로…박해수와의 팽팽한 ‘연기 싸움’ 눈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극 중 신민아가 연기한 이주연은 한 덩어리처럼 뭉쳐져 있는 다섯 명의 악인들과 달리 ‘악연’으로 엮여 있긴 하지만 유일하게 악행을 저지른 적 없는 인물이다. 오히려 악인들로 인한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만을 꿈꾸는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다.
“주연은 고등학생 시절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극 중 유일한 피해자이자 현재 시점에선 의사로서 일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러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인물과 맞닥뜨리게 되죠. 이로 인해 발생한 감정의 폭이 주연의 내면에서 많은 갈등을 만들어 내요. 복수를 하려다가도 스스로조차 무엇인지도 모르는 감정 속에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역할이다 보니 주연이가 가진 감정의 수위나 표현을 가볍지 않게 하고 싶단 고민이 컸었어요. 감독님과도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주연이가 가진 감정은 하나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 속 인물과 마주하는 동시에 직장 내에서 환자와 의사로 마주하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오는 복수심과 과거 트라우마에 대한 아픔, 두려움, 무서움 같은 감정들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특히 주연이 바라보는 박재영은 온몸에 화상까지 입은 모습으로 너무나도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거든요. 그걸 보고 있자면 과거의 생각도 나고, 현재의 모습도 너무 무섭다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을 무겁게 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복수를 위해 스스로 일어서게 되는 과정도 필요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잘 표현해 내는 게 제게 있어선 또 다른 고민 지점이기도 했고요.”
사실 주연이 바라보는 ‘박재영’의 정체는 ‘진짜 박재영’(이희준 분)을 죽인 뒤 그의 인생을 훔친 김범준이었지만, 주연은 마지막까지 의심 없이 그를 박재영으로 믿는다. 박재영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데 방해밖에 되지 않는 주연에게 범준은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만한 말만 내뱉고, 이에 분노한 주연의 복수심은 두려움을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가짜 가해자와 진짜 피해자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악연’의 후반부 긴장감을 가장 크게 높이는 두 배우의 ‘연기 싸움’이기도 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 싸움에서 배우 박해수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신민아는 그를 향해 “무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다정하신 분”이라며 웃음 지었다.

‘악연’은 신민아의 두 번째 스릴러이자 첫 번째 OTT 플랫폼 도전작이기도 했다. 워낙 많은 흥행 작품을 내놓은 인기 배우인 만큼 기존에도 해외 팬들이 많았지만, 이번 넷플릭스를 통해 또 한 번 세계에 신민아라는 배우의 저력을 알릴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2026년에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재혼황후’를 공개하며 ‘로코 여신’ 신민아의 새로운 로맨스를 기다려 온 국내외 대중들을 다시금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러블리’ 이미지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제 필모그래피에 로코 장르는 별로 몇 개 없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로코 여신’ 이런 수식어를 갖는 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죠. 요즘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서 그런지 해외여행을 가도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 봐주시곤 하는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같이 굉장히 오래된 작품도 기억해 주시는 거예요(웃음). 극 중 제 캐릭터 이름을 불러주시며 애정을 표현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뭉클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시대를 살아가는 배우로서 정말 감사해 하며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