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좇는 흙수저 출신 야망가 검사 열연…하지원과의 호흡 “어른의 멜로 또 하고 싶어”
'클라이맥스'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향해 움직이는 검사 방태섭과 그 주변 인물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방태섭은 '서암지검 도베르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무엇이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만 동시에 권력자 앞에서는 필요에 따라 고개를 숙이는 인물이다. 권력을 향한 그의 욕망과 집착 밑바닥에는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심이 있다. 이처럼 복수에서 출발한 감정은 권력 구조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큰 욕망으로 확장된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태섭은 톱배우 추상아(하지원 분)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전제로 한 '비즈니스적 부부관계'를 형성한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흙수저 검사와의 결혼을 강행한 추상아 역시 감정보단 계산이 먼저 작동하는 인물이다. 둘 사이는 애정이 아닌 필요에 의해 유지되는 형태에 가깝지만, 시청자들은 주지훈과 하지원이라는 두 배우가 만들어 낼 '어른 멜로'를 향한 기대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다. 주지훈 역시 이들 관계성을 '사랑의 한 형태'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초반에 제게 '태섭이가 상아를 사랑할 것 같아?'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저는 '너무 사랑할 것 같은데요?' 그랬죠(웃음). 사실 대본에서 두 사람이 뿜어내는 정서를 보고 이게 로맨스가 아니라는 걸 미리부터 알고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당연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는 맞지만, 그럼에도 같이 마음 붙이고 살다 보면 미울 때도 있어도 같은 방향으로 갈 때도 많았을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영역에는 이런 '전우애'도 포함돼요. 또 태섭이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걸 위해서는 상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더 상아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현실에서도 항상 기어들어 가는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하기 마련이잖아요(웃음)."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 결혼을 넘어 이용과 의존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며 균형이 흔들리는 이 관계는 극 전개를 끌고 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설득력 있는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배우가 감정의 온도와 타이밍을 정교하게 맞추는 '합'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에 주지훈은 무엇보다 선배인 하지원의 덕이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재계의 어둡고 민감한 부분을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클라이맥스'는 작품 외적인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주지훈이 연기한 방태섭이 '대통령을 꿈꾸는 검사'라는 점, 그리고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대사가 나온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어느 쪽에서든 비판이 들어올 수 있는 설정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기본적인 말씀을 드리는 거지만, 그래서 실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게 창작물이면서 정재계 관련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소재가 들어있는 데다, 내용도 꽤 수위가 있는 편이잖아요. 그걸 다루면서 적나라하게 비판적인 시선도 담길 수 있으니까 '재미있긴 한데, 제작사 괜찮아?'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웃음). 그랬더니 '극인데 뭐 어때' 그러시더라고요. 제작진이 괜찮다 하시니 괜찮은가 보다 했죠(웃음)."
이처럼 파격적인 작품으로 2026년 포문을 연 주지훈은 올 하반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재혼 황후'로 다시 시청자들을 만난다. 2006년 MBC 드라마 '궁' 이후 약 20년 만에 다시 황족 역할에 도전하는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흔쾌히 받아들인 선택은 아니었다고 했다. 인물의 감정선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 고사할 만큼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그는 주변의 설득과 원작이 가진 힘을 확인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메디컬 휴먼드라마 속 가벼운 코믹함을 가미했던 '중증외상센터', 매회 파격적이었던 '클라이맥스', 그리고 로맨스 판타지 '재혼 황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확장하고 있는 주지훈에겐 종종 비슷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매번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에 특정 이미지를 반복해 쌓아가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지다. 이런 질문에 주지훈은 자신의 행보에는 설정된 방향성이 아닌, 이야기가 주는 흡인력과 설득력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잡식성"에 가깝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본을 선택하진 않아요. 이게 배우로선 행운일 수 있는데, 제 주위에 다양한 인간군상이 많거든요. 웬만한 연쇄살인마나 미친 캐릭터가 아니면 (작품에 나오는) 대부분이 다 제가 봤던 사람들이에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보다는 내가 이 작품 속 소재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설정이나 스토리를 잘 넘어갈 수 있는지 여부를 재미로 느끼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매트릭스'도 보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게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매력을 느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