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 “공급 과잉으로 법률 서비스 질적 저하” vs 로스쿨 “변시 합격률 제한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2. 사흘 뒤인 17일 한국법학교수회는 성명을 통해 “로스쿨 제도의 취지인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 시험 위주로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시험 과목 이외의 기초법학이나 선택과목을 외면해 폐강되고 있는 상황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의 합격자 수 감소 주장에 맞서 성명을 낸 것인데, 한국법학교수회는 ‘합격률 제한이 유지되더라도 최소한 지난해와 같은 수준(1745명)의 합격자 선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직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변협과 로스쿨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교수회의 의견이 충돌한 것은 이번 주 중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발표하는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합격자 발표를 당초 25일에서 하루 앞당긴 24일 오후 6시쯤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매년 9월쯤 변호사시험 실시계획을 공시하고, 이듬해 합격자 발표 당일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위원들 간 심의를 통해 최종 합격자 수를 결정한다. 점수별 동점자 수를 고려해 커트라인과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합격자 수를 법무부 장관이 재가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세 가지 합격자 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올려 법무부 장관이 택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기존 합격자 수보다 적은 규모, 중간 규모, 기존보다 더 합격자가 증가한 규모로 이렇게 나뉘어 장관에게 올라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변호사시험은 제5회 시험까지만 1600명 미만을 합격시켰고, 제9회 시험부터는 1700명을 상회했다. 제9회(2020년) 1768명, 제10회(2021년) 1706명, 제11회(2022년) 1712명, 제12회(2023년) 1725명, 제13회(2024년) 1745명이 각각 합격했다. 합격률은 9회를 기점으로 53% 수준을 맴돌고 있다. 9회 53.3%, 10회 54.06%, 11회 53.55%, 12회 52.99%, 13회 53.04%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올해 응시자 수가 역대 최대인 3336명인 점과 최근 합격률을 고려할 때 법무부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인 1750명 내외의 합격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336명의 응시자 규모에 53%의 합격률을 적용하면 1768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합격률 52%, 53%, 54% 정도의 안이 법무부 장관에게 올라가고 이 가운데 53%가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소식에 정통한 법조인은 “관리위원회에 대학교수들이 대한변협 측 위원들보다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한변협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새로운 정권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법무부 장관이 기존의 합격률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변협 “로스쿨 제도 전반적 개혁 필요”
반면 대한변협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로스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배출 수는 급격히 증가하면서 법률 시장에 변호사들이 과잉 공급되면서 저가 수임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전인 200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해 이미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법무부rk 지난달 말 발표한 변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변호사는 3만 6319명인데 이 가운데 서울에만 2만 7682명이 등록해 전체의 75%에 육박한다. 변호사 4명 중 3명은 서울에 등록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 대형 로펌에서 매년 수백 명을 데려가지만 포함되지 못하는 대다수 변호사들은 시장으로 ‘원치 않아도’ 내몰리고 있다. 그만큼 서울에서 개업 변호사로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사시 출신의 개업 변호사는 “과거에는 월 500만 원 정도가 최저가로 사건을 수임하는 단가였다면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져 300만 원을 부르는 변호사들도 있는 것 같던데 재판에 왔다갔다하는 비용이나 서면 및 사건 대응에 쓰는 시간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워 맡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닌데 평생 살면서 변호사를 찾을 일이 한 번뿐인 대부분 의뢰인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의 개념을 모르고 그냥 300만 원에 맡기지 않겠느냐”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변호사 징계 규모와도 연결된다”며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변호사 시장의 서비스 퀄리티 유지도 도모해야 하기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