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거점 마약 밀매조직 일망타진…경찰, 국정원과 협력 통해 현지에서 기소된 총책까지 송환 성공

지난해 11월 22일 태국 현지 매체 더타이거 등은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이민국이 태국 콘캔주에서 마약 관련 범죄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라 있는 한국인 남성 A 씨를 11월 19일에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A 씨와 함께 마약을 밀수해 역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오른 또 다른 용의자가 7월 28일 태국 파타야에서 체포되자 A 씨는 파타야를 떠나 콘캔주로 숨어들었다. 체포 당시 A 씨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 이에 태국 당국은 A 씨를 불법 체류 및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했다.
검거된 A 씨는 지난 4월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A 씨는 태국에 거점을 둔 마약 밀매조직 ‘○○파’를 창설한 인물로 다수의 ‘운반책’을 통해 다량의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한국인 총책이다.
우리 경찰청은 2023년 7월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받아 A 씨를 ‘핵심’ 등급 국외 도피사범으로 지정했다. 이후 경찰청은 국정원과 긴밀히 연계해 해외 첩보 수집 및 분석 작업을 통해 A 씨 소재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2023년 7월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평창경찰서는 ‘○○파’ 밀수조직 23명, 유통조직 3명, 매수·투약자 1명 등 27명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기금사업인 ‘국외도피사범 합동 검거 작전’(INFRA-SEAF)과 ‘마약’(MAYAG) 등을 활용해 인터폴 사무총국 등과 연계, 태국에서 조직원들을 대거 검거해 국내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미 재판을 통해 징역 4∼12년이 확정됐다.
INFRA-SEAF(International Fugitive Round-up and Arrest - South East & East Asia Fugitive)는 인터폴과 아시아·태평양 12개국이 협력해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외 도피사범을 추적, 검거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제 공조 작전이다. 2023년부터 지난 3월까지 ‘라임 사태’ 주요 피의자 등 주요 도피사범 30명을 검거했다.
또 MAYAG는 인터폴과 주요국 경찰이 함께 실시 중인 ‘초국경 마약범죄 대응 프로젝트’로 2023년부터 2025년 3월까지 1조 4000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하고, 마약 공급책 29명 검거했다.
‘○○파’ 피의자들은 경기도 안산지역 선후배 관계로 태국으로 출국해 총책, 자금책, 모집책, 관리책, 운반책, 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조직원 관리를 위해 조직 탈퇴 시 보복한다는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대다수 ‘○○파’ 조직원을 검거했지만 핵심 인물인 총책 A 씨만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A 씨에 대한 추적망을 좁혀나가 지난해 11월 19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태국 언론에선 태국 ONCB와 이민국이 검거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검거는 태국 파견 한국 경찰협력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국과 태국의 합동 추적팀은 A 씨가 방콕 인근인 파타야에서 활동하다 방콕에서 약 500km 떨어진 태국 콘캔 지역에서 은신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태국 파견 한국 경찰협력관을 중심으로 한국과 태국 수사기관들이 실시간 위치 추적과 장시간 잠복 등의 입체적인 작전을 통해 A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태국에서 불법 체류 및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A 씨가 석방을 시도한 것이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선 현지에서 체포된 마약 사범들이 온갖 수법을 활용해 석방되거나 탈옥하는 사례가 발생하곤 한다. A 씨가 검거된 뒤 동향 감시를 지속한 국정원으로부터 A 씨의 석방 시도 첩보를 입수한 경찰청은 즉각적으로 석방 차단을 위한 조치에 돌입했다.
이후 경찰청은 방콕 외국인 수용소(IDC), 태국 이민국 등과 긴급하게 교섭을 이어가 신속하게 추방 명령서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태국 이민국과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A 씨의 국내 송환이 조속하게 이뤄졌다.
태국에 거점을 둔 마약 밀매조직 ‘○○파’의 한국인 총책인 A 씨는 한국인과 태국인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운반책’을 활용해 2022년 10월부터 지난 11월까지 주요 신체 부위에 마약류를 은닉하고 항공편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필로폰과 케타민 등 600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수해 국내에서 유통시켰다. 특히 케타민은 ‘클럽 마약’이라 불리는데 상당량이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유통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사건은 한 · 태 양국이 ‘마약 척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합심하여 중요한 마약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검거한 성공적인 공조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피의자들에 대한 검거와 송환, 마약류 밀수 차단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남아 3대 마약왕’ 모두 검거했지만 빈 자리 채운 신흥 조직들
실제로 경찰청은 꾸준히 인터폴, 동남아시아 국가 사법기관들과 공조해 주요 마약 사범들을 검거하고 있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남아 3대 마약왕’도 모두 검거됐다. 우선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로 불린 박왕열은 검거와 탈옥을 반복하다 2020년 10월 다시 필리핀 경찰에 검거돼 필리핀 대법원에서 단기 57년 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국내에서 거듭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탈북 마약왕’ 최 아무개 씨는 2021년 7월 마약 소지 및 밀입국 혐의로 태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후 캄보디아로 도주했지만 2022년 1월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닉네임 ‘사라 김’으로 유명한 ‘동남아 마약왕’ 김 아무개 씨도 2022년 7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검거돼 바로 국내로 송환됐다. 김 씨는 박왕열과 최 씨에게 마약을 공급해온 동남아 마약 밀수의 최상선 총책이었다.

부산지방검찰청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2024년 6월에는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조직의 총책 B 씨를 태국 파타야 소재의 은신처에 태국 이민국과 공조해 검거했다. 국내 송환은 그해 7월 이뤄졌다. B 씨 조직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3개월 동안 필로폰 6468g, 엑스터시 239정, 케타민 101g 등 시가 216억 원어치를 국내로 밀반입했다.
이번에는 태국에 거점을 둔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필로폰과 케타민 등 600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수해 국내에서 유통시킨 한국인 총책 A 씨를 현지에서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이처럼 꾸준히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둔 마약 밀매조직이 등장하고 대량의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찰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는다. 인터폴, 동남아시아 국가 사법당국과 공조해 현지에서 직접 검거해 국내로 송환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한적한 마을 어딘가로 몰래 숨어들어 은신처를 만들지라도 결국은 잡힌다.
전동선 프리랜서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