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불공정 이슈, 소득·학력 등이 영향 미쳐…3년 전 조사 이번 대선서도 유효한 포인트 많아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청년 표심을 잡으려면, 청년층이 어떠한 정치 인식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여야 싱크탱크가 청년층 표심잡기를 위한 리서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청년 정치·사회 및 청년정책 인식조사’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작성 시기는 제20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22년 2월경이었다.
보고서 작성 목적은 ‘세대적 특성을 고려한 청년세대 정치, 사회 태도 이해 및 정책수요 파악’이었다. 전국 만 18세 이상 2000명 대상 웹조사, 4개 그룹(수도권 남성, 수도권 여성, 비수도권 남성, 비수도권 여성) 대상 FGI(초점집단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청년세대 특성이 보고서에 담겼다. 이 문건은 ‘대외주의’로 분류됐다.
보고서를 본 복수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말기 청와대에서 작성한 선거 전략 지침서처럼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제21대 대선 기준으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면서 “이런 심층적인 보고서를 기반으로 선거 전략을 짠다면, 표가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우선 20대에서 페미니즘 태도는 정치인식을 설명하는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했다. 2030 남성은 타 세대 남성보다도 안티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측면이 있으며, 과거 조사 대비 20대는 남녀 간 페미니즘 인식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20대 남성은 보수적인 성향이었고, 20대 여성은 어느 연령대 여성보다도 진보 정체성이 강한 특징을 나타냈다. 20대 남성 정치인식은 안티 페미니즘으로 스스로의 보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개별 정책 이슈에서도 보수적 입장을 선호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보고서를 통해 제기됐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 남성은 문재인 정부를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정부’로 인식했다.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정부인지에 대해 ‘매우 동의하는 층’ 중 80%가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약간 동의하는 층’에서도 60% 수준 부정평가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불공정 이슈’를 바라보는 2030세대 특징을 분석하기도 했다. 2030세대는 각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지만, 기성세대는 팀원이 공평하게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차이점이 있었다. 노력, 기여 차이에 따른 보상 차등이 없으면 무임승차이자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인식이 청년 세대 특징으로 꼽혔다.
청년 세대에서 소득·학력에 따른 세대 내 이질성이 주목된다는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2022년 기준 청년세대 중 고졸층은 과반 이상이 경제상황이 나빠졌다고 인식했지만, 고학력층은 경제상황이 나빠졌다는 인식이 낮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학력에 따른 경제적 양극화 현상으로 봤다.
저소득·저학력일수록 정치·경제적 배제 경험이 높으며,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배제 경험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정치·경제적 배제 인식은 고졸 남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20대 남성은 고학력일수록 안티페미니즘, 20대 여성은 고소득·고학력일수록 친페미니즘 태도를 보였다. 보고서는 젠더이슈가 고소득·고학력층에서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20대와 30대가 선호하는 청년정책엔 차이가 있었다. 타세대 대비 금융생활 지원 우선순위가 높은 2030세대는 일자리, 주거, 금융생활 분야 세부 청년 정책 선호도는 비슷했다. 그러나 교육·복지 분야의 경우 30대는 40대와 유사한 선호를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일자리, 주거, 금융생활 등 분야에서는 현금지원, 대출지원, 이자지원 정책 등이 선호 정책으로 꼽혔다. 교육분야에선 20대는 인턴십 등 실무경험 확대 정책을 선호했고, 30대는 일과 학습을 병행 지원하는 정책을 선호했다. 복지 분야에선 20대가 심리정신건강 프로그램, 30대는 출산육아 관련 정책을 선호했다.
30대는 청년 정책을 대학생 위주 지원으로 생각했고, 청년을 본인의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아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론 지형에 매몰되기보다 성평등 사회 실현 관점에서 (청년층에) 접근이 필요3년 전에 작성된 이 보고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세대 내 갈등 요소에 따른 정치 성향 차이는 2025년 제21대 대선을 앞두고도 유효한 포인트”라면서 “청년세대 인식을 이해하면, 청년정책을 구성하는 과정서 타기팅이 훨씬 효율적이고 디테일하게 이뤄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세대 ‘공정의 발화점’을 이해할 필요
△청년세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접근이 필요
△청년 개인에게 와닿는 구체적인 청년정책 명칭·메시지 고민 필요
이 관계자는 “능력주의 성향에 있어서 보수적 정서가 형성돼 있는 청년세대 정치 성향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데에 젠더 이슈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재차 인식할 수 있는 보고서”라면서 “해당 보고서가 문재인 정권 말기에 외부 공표용이 아니라, 내부 문건으로 작성된 것도 주목된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2030세대는 성향상으로만 보면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유권자 성향으로 보면 ‘스윙보터’로 볼 수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과거에 비해서 2030세대를 ‘중도층’이라고 단정짓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