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재선거” 민주당 “진상 규명” 여야 지도부 온도 차…인천시장·송파·연수구청장 당선자 입장 안 밝혀

이후 개표소로 활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엿새째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진보·보수 등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다 같이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 참정권 침해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간 극우 성향 진영에서 주로 제기돼온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외치는 목소리도 일부 섞여 나오고 있다.
사태가 터지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선제적으로 재선거를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긴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의 재선거 요구에 대해 “당론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도 장 대표의 주장을 두고 “당 내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의 목소리”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다만 지난 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장 대표뿐 아니라 다른 최고위원 4명도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해 당 지도부 차원의 재선거론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선원·최민희 의원 등이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지만 당 지도부는 재선거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의 재선거 요구를 정쟁화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참정권 모두를 치명적으로 훼손한 참사”라며 “국정조사를 신속히 추진하고 별도의 ‘선거제도개혁 TF’를 구성해 공직선거법과 선관위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질문을 받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첨단 대한민국, 모범적 민주국가 대한민국이라는 평가를 한순간에 망가뜨린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선거 필요성에 대한 별도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일요신문i’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강석 송파구청장 당선자,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 이재호 연수구청장 당선자 등 총 4명의 당선자 측에 지방선거 재선거 요구 관련 입장을 질의한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측을 제외한 박찬대·서강석·이재호 당선자 측은 9일 오후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캠프의 한 인사는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사전에 어떤 교감도 없었다”며 “본투표일(3일)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우리 캠프의 입장은 개표를 미루자는 것이었지,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노선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백 표 차이로 결과가 갈린 지역은 재선거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 역시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9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대해 “당의 총의를 언제 모은 적이 있느냐”며 “대표로서 하는 얘기인 만큼 구호로서 기능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송이 이뤄져 선거 무효 소송까지 간다면 그 결과에는 승복해야 한다. (다만) 법적으로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선거 무효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현재로선 선거 무효 등에 대한 우려 심리로 당선자들이 재선거 필요성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의 유권자 관점에서) 당선의 정통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당선자들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규정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