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진출’ 계획만으로 폭등
C&그룹은 칠산해운을 모태로 DJ 정부 시절부터 인수합병을 벌여 지난 몇 년 간 우방건설(C&우방)과 진도(C&진도), 세모유람선(C&한강랜드)를 인수해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의 피로감인지 2005~2006년에는 그룹 전체적으로 적자를 내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2005년도에 인수한 동남아해운이 거액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인수자금을 낸 기업까지 적자에 빠트리는 골칫덩이가 됐다. 때마침 임 회장도 정치 관련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피곤한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 1분기 들어 그룹의 주력이랄 수 있는 C&해운과 C&상선, C&진도가 흑자 전환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늘 한발 앞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이전까지 주식시장에 상장된 C&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횡보를 거듭했다. 1억 9000만 주가 발행된 C&상선은 500원대에서, 1400여만 주가 풀린 C&진도는 2000원대에서 횡보했다.
하지만 5월 중순을 고비로 두 회사의 주가가 각각 두 배가량 치솟으며 개미들을 열광시켰다. 이상한 점은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었음에도 이렇다할 회사 성적 발표나 신사업 발표 등 소위 ‘재료’가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평범한’ 작전주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재료는 6월에 터졌다. 일부 언론에 C&그룹의 구조조정안이 흘러나온 것. 이에 대해 C&그룹 쪽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펴고 있다. “적자가 심한 정기선 사업(C&동남아해운)이나 패션사업(진도F&) 등 비주력기업은 매각할 것”이고 지주회사제 전환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찬성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C&의 주요 계열사 주가는 계속 올랐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정보 선점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 지속된 것.
그러다 7월 9일 C&진도의 임갑표 부회장이 C&진도와 C&중공업의 사업양수도 계획을 공표했다. C&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C&그룹의 신규 자회사로 조선업을 하는 회사다. C&중공업의 조선사업을 상장업체인 C&진도가 양도받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에 C&도 가세한 셈이다.
증시에선 그날부터 C&진도가 상한가 행진을 벌여 4000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7000원대 중반까지 뛰었다. 나흘간 거의 배로 뛴 셈이다. 이렇다할 실적이 없이 조선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서’ 한 장만으로 상한가 행진을 하고 있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C&진도의 조선업 신규진출로 조선업 분야의 투자과잉이 우려되는 데다 C&진도나 C&그룹에서 투자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C&그룹 투자의 핵으로 떠오른 C&진도는 C&그룹 지배구조에서 말단에 위치한다. C&그룹은 임병석 회장이 C&해운의 지분 55.3%를 갖고 있고 C&해운이 C&우방을, C&우방이 C&상선을, C&상선이 C&진도를 지배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때문에 C&그룹은 C&해운을 지주회사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말단에 자리잡은 C&진도가 지분 75.46%를 가진 C&동남아해운은 지난 2년 동안 매해 200억 원대가 넘는 거액의 순손실을 안겨준 C&그룹의 ‘근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C&진도도 지난해 250억 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중공업에 대한 투자재원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진도는 7월 12일 거래소의 조회공시를 통해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확충을 위하여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은 있는데 자금 조달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주식 시장에서 C&진도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쳤다. 재료만으로도 끓어 넘치는 과열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C&그룹의 조선소 부지는 목포 일대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 규모는 1000억 원대. 계열사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과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여기에 외자 유치를 통해 C&그룹을 재무적으로, 사업적으로 탄탄한 중견그룹으로 올려놓으려는 임병석 회장의 시도가 맞아 떨지질지 주목받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