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연기 70대까지도 하고 싶어…섹시남 칭호 이젠 이준혁 씨한테 양보해야 할 듯”

6월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광장 세계를 떠났던 남자가 조직의 2인자였던 동생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를 위해 그 배후를 파헤치는 누아르 액션 드라마다. 극 중 소지섭은 광장 세계를 양분하는 양대 조직 가운데 ‘주운’에 소속돼 있던 전 행동대장으로, 동생 기석(이준혁 분)을 위해 처절한 복수를 강행하는 기준을 연기했다.
“기준은 사실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있어도 진행 과정에서 왜 이 사람이 이러는지를 보여주면서 막판엔 처절함도 비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어떤 계기로 인해 광장의 세계를 떠난 인물이고, 만일 동생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다시는 이 세계에 돌아오지 않은 채로 살고 있었을 거예요. 잔인한 복수는 모두 동생을 위했던 것이니까요. ‘동생 바보’죠(웃음).”

“4회에 나오는 ‘개미굴’ 액션이 액션 신 가운데 클라이맥스였어요. 그만큼 촬영할 때도 육체적인 건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제일 힘들었죠(웃음). 일주일 좀 안 되게 찍은 것 같은데 누군가 다치면 어떡하나 계속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오랜만에 제가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저로선 만족도가 커요. 촬영 자체가 힘든 게 이 신이었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벅차다고 느꼈던 건 실제 격투기 선수이신 김태인 배우와 맞붙는 신이었어요.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무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웃음).”
‘광장’의 연출을 맡은 최성은 감독과 소지섭이 기준의 액션을 만드는 데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은 ‘직진하고 처절하게 복수하되, 멈출 순 있어도 뒤로 물러나진 말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광장’ 속 기준은 모든 신에서 후퇴 없이 전진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복수만을 위해 질주하는 기준을 연기하면서 소지섭은 “(개인적인) 서사는 없더라도 정확한 목표가 있는 인물이었기에 연기하기 더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기준의 모습이 자신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광장 세계의 두 거목, 조직 ‘주운’의 수장 이주운(허준호 분)과 ‘봉산’의 수장 구봉산(안길강 분)의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아르 특화형’인 날카로운 인상에도 결코 묻히지 않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두 선배 배우와 ‘광장’에서 처음으로 맞서게 됐던 소지섭은 무엇보다 이들의 ‘연기하지 않는 연기’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굳이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느낌만으로도 배우로, 연기로 비춰진다는 걸 선배님들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허준호 선배님은 제게 ‘지섭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가 다 받아줄게’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연기의 여유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너무 멋있으세요. 또 안길강 선배님은 에너지가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지치지 않으시고 아직도 액션 욕심이 있으시죠(웃음). 두 선배님들이 여전히 액션 연기를 하시는 걸 보며 저도 앞으로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70대까지도(웃음).”
소지섭이 ‘광장’ 세계에서 마주한 인물들을 하나씩 꼽을 때마다 기준의 동생 기석을 연기한 배우 이준혁도 빠지지 않았다. 특별출연으로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광장’의 서사를 관통하는 주요 인물이었던 만큼 그를 향한 소지섭의 애정도 각별했다. “‘광장’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를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앞뒤 가릴 것 없이 곧바로 이준혁을 외친 그는 “(이)준혁 씨가 제 동생이라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섹시남’을 후배에게 물려줬어도 ‘간지’의 칭호는 여전히 소지섭에게 주어진 채다. 이번 ‘광장’을 통해 다시 한 번 명불허전 ‘소간지’의 명성(?)을 떨친 소지섭은 최근 1020세대들의 시선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 2004)가 언급되면서 이를 본 젊은 세대들이 드라마 역주행 시청에 나선 것. 여기에 소지섭이 과거 출연한 MBC 예능 ‘무한도전’ 등의 쇼츠 영상도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인기를 끌면서 더 큰 주목이 이어졌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에게 있어서도 이 같은 ‘역주행 관심’은 특별한 이벤트라고 했다.
“예전엔 부담스럽긴 했어요. 저를 보기만 하면 ‘미사’ 이야기를 꺼내시고, 명대사 해달라고 하시니까(웃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마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이제는 시키면 막 합니다(웃음). 요즘은 OTT 같은 곳을 통해서 옛날 드라마를 젊은 친구들이 찾아서 다시 볼 수 있게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 친구들이 저를 어두운 장르 작품이 아닌 로맨틱 코미디로 많이 기억해주시더라고요. 또 ‘무한도전’에 제가 나왔던 걸 찾아보면서 그런 재미있는 모습으로도 기억해주시는데(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소지섭이 어두운 작품도 하는 배우구나’라는 걸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또 하게 될 테니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